책이 싫어졌어요

-이럴거면 보내지 말지

by 진영

"선생님, 도현이 독서 수업은 이제 그만하고, 역사 수업만 할게요."

"아, 네. 무슨 일 있으세요? 도현이는 책 꼭 읽어오는 아인데요."

"맨날 저는 애한테 책 좀 읽으라고 하고 도현이는 알았다고 하고, 근데 맨날 닥쳐서 겨우 읽고, 대충 읽는 것 같고, 애하고 싸움만 되니까 힘들어서요."

"네, 도현이 성실한 아이라서 독서도 놓치지 않고 하는 아이니까, 그냥 두셔도 될거 같은데~ 자꾸 뭐라고 하신거에요?"


엄마들이 아이를 독서교실에 보내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지만, 요즘 엄마들에게 독서는 아이가 반드시 해야 하는 하나의 '교과목'으로 굳어져 버린 분위기가 강하다. 도현이 엄마의 경우도 '독서'라는 하나의 과목이 학교에는 없지만(국어와는 또 다름) 독서라는 것을 하면 아이가 어휘력도 좋아지고 이해력, 사고력등도 좋아져서 결과적으로 공부를 잘하게 된다고 하니 보낸 경우에 속한다.


그러니 매주 독서교실에서 한 권씩 읽는 책은 아이가 반드시 읽어 내야 하는 하나의 숙제가 되고 수업이 있는 전날까지는 반드시 그 책을 읽었는지 확인을 하게 된다. 물론 학원의 개념으로 독서교실을 보내고 있고 수업도 하나의 약속이니 수업에 대한 준비성 측면에서 아이가 그 책을 읽었는지 체크하는 정도는 문제가 될 게 아니다.


도현이의 경우, 매일 매일을 아이에게 "책 읽었어?" "읽고 있어?" "언제 읽을래?" " 다 읽어라~" 등의 말들을 쏟아내는 엄마가 아이는 너무도 힘들었다고 했다. 그런 말을 매일 하는 엄마 조차도 이제 힘들다고 고백을 한 것이다. 도현이 말에 따르면 자기도 계획이 있고 다른 학원 숙제도 많고 하니 나름은 수요일 수업에 맞춰서 책을 그 전전날이나 전날까지 읽고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도현이는 나를 만난 이후로 단 한번도 책을 안 읽어온 적이 없는 아이였다. 그런데 엄마는 한 책이 끝난 다음 날부터 다음 주 책에 대한 압박을 시작한다고 했다. 마치 영어 숙제, 수학 숙제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비단 도현이네 집에서만 나타는 모습은 아니다. 독서교실을 보내는 많은 집들에서 나타나는 모습일 수 있다.



독서교실에 보내겠다고 오는 엄마들과 첫 상담을 할 때 나는 말한다.

"독서는 숙제가 아니에요. 독서를 해서 공부를 잘하게 되는 문제는 두번째 문제구요. 제가 독서 수업을 하는 이유는 평생독서가, 평생독자를 키워 내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라고 말한다(이 무슨 배부른 학원 선생말인가? 여기 학원 맞아?)

그리고 엄마들에게 선택을 하게 한다. 학습독서를 원한다면 동네에 유명한 속독학원을 가시는게 맞을 것 같으니 그 쪽으로 보내시고, 아이가 책을 즐겁게 읽고 이야기 나누고 생각하는 시간을 즐기게 하고 싶으시면 우리 독서교실에 보내시라고~ 그러면 엄마들은 선택을 한다. 절반은 속독학원으로 가고 절반은 우리 독서교실로 온다.


그런데 우리 독서교실을 선택을 했다고 해도. 어찌됐든, 돈을 내고 가는 곳이고, 순간의 선택은 여기다 싶어 했지만, 솔직히 엄마의 독서관이 학습독서인 경우 결국 아이와 엄마 사이에 갈등과 마찰이 일어나서 도현이네 경우와 같은 사단이 나곤 한다.


도현이가 그런다. "저는 이제 책이 싫어졌어요. 엄마랑 책때문에 맨날 싸우기만 하고 너무 싫어요."

이럴거면 차라리 보내지 말지.. 괜한 미안함이 몰려온다. 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권하고 책 읽는 기쁨을 나누고 싶은 독써쌤인데 말이다.





나는 원래 책 읽기를 좋아했다. 하루 종일 책만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엄마가 책 읽는 것마저도 간섭하면서 싫어졌다. 책장을 덮자마자 느낀 점이 뭐냐고 물어보면 식은땀이 났다. 이제 나에게 세상의 모든 책은 교과서와 다름 없었다.

-<시간가게>/이나영/ 문학동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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