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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May 12. 2023

이 남자의 당근거래 (ep. 4)

#4 허탕


부동산 매도 후기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부동산 매도후기는 아니다. 하지만 부동산보다 더 급한 것들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쌓여있는 와이프 옷들.



와이프는 아이쇼핑을 참 좋아한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소파에 누워 핸드폰으로 옷을 구경하는 것이 그녀의 낙이다. 중간에 내가 말 걸면 바쁘다고 나중에 얘기하라고 하는 정도.



그러다 결국 매수버튼을 눌러버린다.

딸깍-




회식할 때 입을 옷, 출근할 때 입을 옷, 주말에 친구들 만날 때 입을 옷, 동기모임 갈 때 입을 옷, 베트남 가서 첫날 둘째 날 셋째 날 입을 옷, 집 앞 편의점 갈 때 입을 옷, 주말에 편하게 처갓집 갈 때 입을 옷, 쓰레기 버리러 갈 때 입을 옷 등 항상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그러다 보니 드레스룸이 항상 포화상태. 붙박이장에 내 칸은 딱 한 칸인데 이제는 슬금슬금 내 칸에도 옷을 구겨 넣고 있다.


넘어오지 마라 진짜.

넘어오지 마라 진짜.


한 2주 됐나, 와이프가 옷정리를 하고 나서 안 입는 옷들을 당근에 팔아야겠다고 따로 빼놨다. 그런데 어제까지도 팔리지 않고 있었다.


지저분한 것을 싫어하는 나라서, 내가 직접 팔아보겠다고 했다.


옷 하나하나 공을 들여 사진을 찍는데, 귀차니즘이 발동한다.


“이거 안 팔리면 그냥 버릴 거지? 그럼 그냥 통으로 팔아본다~”


맘대로 하라는 와이프 말에 한꺼번에 모아서 항공샷을 찍어본다. 이때 살짝 쇼핑몰 사장 빙의가 됐었다.


‘어떻게 해야 내 물건이 잘 팔릴까’


고민 끝에 물건을 등록해 본다. 가격은 10벌에 단돈 10만 원. 완전 거저다 거저.





물건에 살짝 스토리를 입혀본다.

글을 올린 지 1분 만에 구매자가 나타났다.

지금 집에 없는데 택배 거래 가능하냐고 한다.




장난하나 택배는 무슨.

이삿짐센터는 불러야 할 것 같은데.



주소를 물어보니 마침 가까운 거리길래 군말 없이 쿨거래 하시면 집 앞까지 배송해 준다 했다.



문 앞 총알배송을 완료하고 인증샷까지 찍어서 고객에게 보냈다. 고객도 아주 만족하신 눈치.


그렇게 올해 첫 거래가 마무리되었다.


얼른 집 가서 와이프랑 맛있는 거에 한잔 해야지.




집에 돌아오니 와이프가 소파에 누운 상태로 기쁘게 나를 반겨준다. 미소가 예쁘기도 하여라.




다리 꼬고 발을 까딱까딱.









불안하다. 저 자세는.






와이프는 환하게 웃고 있고, 그녀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있다. 그리고 그 핸드폰 속에는 브랜디라는 어플이 반짝이고 있었다.




와이프는 정말 알 수 없는 사람이다.

#허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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