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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Oct 09. 2023

와이프의 장마 대비.. (ep. 11)

#11 장마대비


조용하다.




요즘 들어 와이프가 철이 든 듯하다.



집에서 바느질 같은 것도 안 하고. 디퓨저 사재기도 안 하고. 양발 운전도 안 하고. 물건을 잃어버리지도 않으며, 집에서 머리카락을 자르지도 않는다.



아.

여전한 건 있다.



얼테기가 찾아왔다며 얼굴을 싹 다 갈아엎어야 한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리기는 한다.



이런 건 가볍게 무시.





얼마나 조용하게 지냈을까.





와이프가 갑자기 흥분을 하기 시작한다.



콧구멍이 조금 커지고 땡그란 눈도 더 커진다.

눈에 불을 켜고 핸드폰 스크롤을 시작한다.



손가락이 보이지 않는다.





다리 꼬고 발을 까딱까딱까딱까딱까딱까딱까딱

이 정도면 경련이 온 듯하다.



그녀가 그토록 찾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

.

.



그 시점.

블로그에 댓글이 하나 달린다.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니면 여자들은 다 똑같은 것인가.



그렇다.

와이프가 지금 경련 수준으로 다리를 떨며 갖고 싶어 하는 것은 바로



"헌터 레인부츠"

장화 이름을 참 고상하게도 지어놨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주말에 장화를 신어보러 외출을 하게 된다.






일단 폴더에 도착하자마자 장화를 보기 전에 거울을 먼저 본다.



"심각하다 심각해. 얼굴이 왜 이래."




온 직원이 다 듣는다.


와이프와 일행이 아닌 척 옆으로 살짝 비켜본다.




드디어 장화를 신어보기 시작한다.

장화 종류도 여러 가지인가 보다.




첫 번째 장화.



벗어.





두 번째 장화.



그래 이게 좀 낫긴 하네. 이걸로 하자.



가격표를 본다.

와 무슨 장화가 20만 원씩이나 하냐.



와이프에게 슬쩍 제안을 해본다.


"내가 중앙시장 가면 이거랑 똑같은 거 만원에 갖다 줄 수 있어. 어때?"



와이프의 귀엽고 땡그란 눈이 옆으로 찢어지며 매섭게 변한다.




고아 될 뻔했다.



모델은 골랐는데 이번에는 사이즈가 문제인가 보다. 230mm가 조금 큰 것 같다고.



230mm 미만은 헌터 아동 매장에 있다는 직원 말에 따라 근처 갤러리아 백화점 헌터 아동 매장으로 가본다.



가는 길에 파운데이션 지옥에도 한번 들러주고.




곧이어 헌터 아동용 매장에 도착한다.



나와.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아니 비 오는 날이면 머리 곱슬거린다고 밖에 나가지도 않는 애가 무슨 20만 원짜리 장화를 사냐.



결국 그녀는 인터넷으로 헌터 장화를 주문하였고, 드디어 장화가 집에 도착한다.




와이프가 숨을 쉬질 못한다. 얘 왜 이러지 정말.



6월 10일 토요일.



알 수 없는 와이프가 수원에서 친구들과 약속이 있는 날.



비 소식이 있다. 드디어 장화를 개시할 때라며 싱글벙글 장화를 신고 수원에 올라간다.






일기 예보와는 다르게 수원엔 비가 오지 않았다.



역시 어림없네.

장화 너무 뽀송뽀송하네.





정말이지, 와이프는 알 수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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