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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Jan 17. 2024

부자가 되려면 노지재배를 해야 한다.

노지재배..?


지난주 금요일



와이프와 장인어른, 그리고 처갓집 당숙 어른과 술자리가 약속되어 있는 날이다. 와이프와 장인어른까지는 알겠는데 당숙 어른까지의 조합은 다소 낯설다고?



지난번 처갓집 김장이 끝나고 당숙 어른 집으로 김장 김치를 배달해 드린 적이 있는데 그때 너무 고마웠다고 이번에 술 한잔하자고 하신 것이다.



아, 참고로 당숙이란 아버지의 사촌 형제를 뜻하는 단어다.






약속 장소는 대전 둔산동의 한 식당.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착석한다. 사실 당숙 어른은 몇 번 뵌 적이 있다. 와이프 직장에 자주 오시는 분이라 매번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고.




식당에서 가장 비싼 요리를 주문하신다. 오늘 본인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하셨다고. 100만 원 버셨다고 하는데 100만 원이 아닌듯하다.




사람이 절대 숨길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흔들리는 동공, 그리고 또 하나는 씰룩이는 입꼬리.




지금 당숙 어른의 입꼬리는 씰룩씰룩 제로투를 추고 있다. 내가 와이프한테 비자금 삥땅칠 때 저렇게 씰룩거리다 촉감 수사법에 걸렸던 건데.




그렇게 우리는 한잔 두 잔, 아니 한 병 두병 병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즐거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당숙 어른이 나에게 이야기한다.




"자네를 보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누구에게나 다 잘 맞추는 사람인데 자네는 나보다 한 수 위 같아."




자세히 보니 당숙 어른의 눈이 반짝반짝하다. 와이프가 나에게 반했던 순간의 눈빛이랑 비슷하다. 그날 와이프는 나에게 먼저 뽀뽀를 했었는데 혹시 당숙 어른도 나에게 그럴까 봐 겁부터 난다.




걱정하는 사이 당숙 어른이 먼저 입을 떼신다.




"아까 주식 얘기할 때도 그렇고 다른 이야기할 때도 성공이나 부자 되는 것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데, 내가 특별한 사람한테만 얘기해 주는 사자성어들이 있어. 그걸 오늘 하나 얘기해 줄게"




본인이 직접 만든 사자성어가 10개 정도 있다고 하는데 오늘은 그중 하나만 이야기해주겠다고 한다.



.

.

.



"부자가 되려면 노지재배부터 시작해야 해"







“노지재배(勞支財配)”




직장 잘 다니고 있는 나에게 갑자기 노지재배라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요즘 농촌에 인력이 없으니 그곳에서 기회를 찾으라는 건가.




아니면





이 뜻처럼 맨땅에서 시작해 나를 가꾸라는 말인 건가.




충남 서천 출신의 당숙 어른 아닐까 봐 충청도 특유의 빙빙 돌리는 화법에 최적화되어 있다. 말을 빙빙 돌리며 술자리에서 나를 현란하게 드리블한다. 어지럽군.




“갑자기요? 갑자기 노지재배를 하라구요?;;”




노지재배의 뜻을 갈망하는 나의 맑은 눈을 읽었는지 당숙 어른의 입꼬리가 또 씰룩거린다.




“내가 말하는 노지재배는 그 노지재배가 아니고, 부자로 가는 사자성어를 이야기하는 거야. 내가 직접 만든 건데 한번 들어봐”





첫 번째. 노(勞)



노동의 노(勞)를 뜻하는 거야.




회사를 다니든 자영업을 하든 나의 노동으로 인해 소득을 발생시키는 것이 중요해. 돈을 남의 지갑에서 내 지갑으로 가져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깨달아야 하는 거지.




그리고 이때 나의 시간당 노동가치를 끌어올려놓는 것이 중요해. 나의 가치를 올려놓음으로써 소득을 높여 놓는 거지.




그리고 그다음



두 번째. 지(支)


지출의 지(支)를 뜻하는 거야. 즉 지출 관리가 잘 되어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거지.


돈을 얼마 버느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아. 얼마를 모으느냐가 중요하지.




한 달에 1000만 원을 버는 사람이 버는 족족 1000만 원을 지출한다 하면 그 사람은 한 푼도 벌지 않은 것과 다름이 없어. 힘들게 나가서 일만 하다 온 꼴이지.




주변에 부자들을 보면 지출을 통제하지 않고서 부자가 된 사람들은 없어. 써야 할 곳에만 쓰고 쓰지 말아야 할 곳에는 철저하게 안 쓰지. 부자일수록 오히려 검소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




이렇게 지출 관리까지 잘할 수 있게 되었다면 그다음 해야 할



 번째. ()


재는 재테크를 뜻하는 거야. 아무리 소득을 올리고 지출 관리를 하며 아껴도 재테크를 하지 않는다면 부자가 될 수는 없어. 저축만으로 돈 버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거지.




재테크에는 외환, 채권, 금, 주식, 부동산 등이 있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코인도 많이 하더라고.



투자해 봐서 알겠지만 고위험 고수익이야. 일단 본인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 내가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지 아니면 조금 위험하더라도 고수익을 추구하는지.




나의 노동으로 벌어들인 소득으로 지출 관리를 통해 저축을 하고, 그 종잣돈으로 재테크도 하면서 자산을 늘려놓았다면 그다음엔 바로 이거야.



네 번째. 배(配)




배를 뜻하는 것은 바로 배당이야. 배당까지 와야 부자가 되는 시스템을 완성했다고 볼 수 있어. 북꿈이 너는 책을 많이 읽는다고 했으니 잘 알 거야.




'내가 일하지 않아도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




배당에는 배당주에 투자해서 배당을 받는 방법도 있고, 부동산을 소유함으로써 월세를 받는 방법도 있어.




뭐가 되었든 내가 일하지 않아도 매달 나에게 현금흐름이 생겨야 하는 거야. 그래야 너의 시간도 조금 더 소중한 곳에 쓸 수 있으니까.




이렇게 총 네 가지 노지재배(勞支財配)가 완성되어야 비로소 부자가 될 수 있는 거야.




오늘은 여기까지만 알려줄게. 앞으로 9개의 사자성어가 더 있는데 그건 다음에 또 만나면 이야기해 줄 거야.




다 알려주면 이제 나 안 만나줄 거잖아?





당숙 어른의 짧은 강의가 끝나고 다 같이 잔을 부딪힌다.




너무 당숙 어른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나 보다. 장인어른의 입가를 보니 허연색 침이 고여있다.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겨서 삐지신 건 아니겠지.




소맥을 벌컥벌컥 들이킨 장인어른이 테이블 위에 잔을 '탁' 내려놓고는 진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런데 진짜 돈이라는 건 말이야.."




한 기업의 대표이사로 은퇴한 장인어른. 그가 생각하는 돈의 개념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귀 쫑긋.




"진짜 돈은.. 내가 쓴 돈만 진짜 돈이라는 거야. 나머지는 의미가 없는 돈이야. 나를 봐. 내 지갑엔 지금 이만큼 밖에 없잖아. 나머진 다 장모님한테 있어... 다 사이버머니야... 하하"




숙연해진다. 공기가 무겁다. 와이프는 옆에서 핸드폰으로 무언가 메모하는듯하다.




타닥타닥타닥




"지금 아빠가 한 말 엄마한테 다 이른다? 지금 카톡 전송만 누르면 돼. 나한테 5만 원 줄래 아니면 이거 엄마한테 보낼까?"




역시 내 와이프.

예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장인어른, 당숙 어른, 와이프와의 유익한 술자리가 끝났다. 당숙 어른은 그래도 아쉬운지 헤어지며 이런 말을 남긴다.




"다음 사자성어는 빈병 부자야! 빈 병 부 자! 궁금하면 연락해!"





빈병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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