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답을 찾다
넷플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에서는 내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은 연쇄 살인자가 머문 모텔의 주인 상준(윤계상)이 던졌다. 상준은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의 돌에 맞은 개구리'로 자신을 표현한다. 왜 하필 나인가?
두 번째는 펜션주인 영하(김윤석)의 행동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쿵'하고 커다란 나무가 쓰려졌다. 소리가 났을까? 안 났을까? 살인사건을 엄폐하던 영하는 결국 대가를 치른다. 영하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큰 소리가 났다는 것을 감독은 다양한 장치와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보여줬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드라마 시리즈가 끝나자마자 찾았다. 쿵 소리가 났다고 나도 동의했다.
첫 번째 질문은 달랐다. 왜 하필 나인가? 운동도 열심히 하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 내가 왜 암이 걸렸단 말인가? 술 먹고 운전한 그 사람이 왜 하필 내 차를 들이받았나? '왜 하필 나에게'라는 질문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장담컨대 아무도 없다.
드라마를 보고 난 후 수시로 첫 번째 질문이 내게 찾아왔다. 답이 뭐야? 네 생각을 말해봐? 네가 돌을 맞았다면 어땠을 것 같아?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차 안에서, 일요일 오전에 책장 먼지를 털다가도 질문이 떠올랐다. 우리의 뇌는 질문하면 대답하게 되어있다. 마침내, 급기야, 드디어 나에게도 답이 생성되었다.
답이 떠 오른 순간은 내가 일상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을 때였다. 주말에 조용히 책을 펼치고 책 속 주인공의 삶을 마주하면서 '이 분 참 행복하게 사시네'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라는 책에서 전영애 작가는 한적한 시골에서 꽃과 어울리며 괴테의 삶을 따라가고 있었다.
책을 읽고 있는 나로부터 조금 떨어져서 나는 나를 지켜봤다. 전영애 작가의 삶과 나의 삶이 다르지 않았다. 해가 잘 드는 방에서 손가락으로 슥슥 책장을 넘기며, 맑은 미소와 함께 책 속 주인공의 삶을 꿈꾸고 있는 나, 내게도 이런 행운이! 나는 감탄을 내 지를 수밖에 없었다.
처음 나는 수소(H)였다. 탄소, 산소, 질소가 만들어지고 결합되었다. 수십억 년의 시간 속에 내가 생성되어 꿈을 꾸고 우주를 생각하고 죽음을 예측하는 물질이 되었다. 어떻게 해서 내게 이런 말도 안 되는 행운이 찾아온 것일까? 계속 생각하다 보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생각을 멈췄다.
해운대 모래처럼 많은 행운이 내게 찾아왔던 것을 이제까지 나는 알지 못했다. 나의 삶에서 '왜 하필 나에게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질문은 빙산의 일각이다. 내 삶은 쏟아지는 햇빛의 입자만큼 많은 우연의 만남이다. 여기에서의 우연은 모두 '행운'이라는 말로 바꿀 수 있다. 이로써 내게 찾아온 첫 번째 질문에 답을 찾게 되었다.
브런치에 새로운 매거진을 만들었다. 나의 뇌에 생각이 채워지니 질문이 하나 둘씩 찾아왔다. 알쏭달쏭하던 문제가 풀리기도 했다. 나만의 해답이지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질문과 대답'이라는 매거진을 만들고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종의 선순환'이라고 할까? '내가 겪었던 진심' 또는 '진심이라는 말에 담긴 힘'에 대하여, '깊이에의 강요'에 대하여, '한강 소설을 읽을 필요가 있는가'에 대하여, 등등.
가을 하늘이 높아졌다. 나에게 쏟아진 햇빛 분자가 새로운 우연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