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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이 부러운

SnL(Senior Life) 캠퍼스 2기 출발

by 필우

SnL 캠퍼스 2기가 시작되었다. 모임은 지난해 6월 발족해서 매월 1회 강연과 현장탐방을 진행하였다. 지난달에는 한 해의 모임을 정리하고 회원들의 감회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다들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해 줘서 회장으로서 뿌듯했다.


'캠퍼스 2기 운영(안)'을 만들어 회원을 모집하였다. 활동 계획은 강연과 현장 견학으로 구분하였다. 시니어 건강, 챗GPT, 환경도슨트 분야 등 다수의 강연과 광주 빛고을 센터, 일본 후쿠오카 현장 방문을 계획하였다. 모두 16명의 회원이 회비를 납부했다. 우리는 단톡에 모여 안부인사를 했다. 1기보다 5명이 늘었다. 모객 성공!


2025년 첫 모임은 내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의대 교수를 모셨다. 이 분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25년 전에는 유전자 분석 키트를 연구하였으며, 부산 지역 항노화 산업 발전을 견인했다. 인생 후반기에는 요양병원 내과원장으로 근무하다, 지금은 정형외과에서 환자를 보고 있다.


연구와 정부정책, 비즈니스, 임상을 두루 섭렵하신 분이 어떤 이야기를 해 줄지 궁금했다. 교수는 카페에 나보다 먼저 도착해서 회원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의 전, 우리 모임의 성격을 간단하게 설명드렸다. '퇴직 후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사람들입니다.' 강연이 시작되었다. 교수는 ppt 54장을 만들어오셨다.


노인 건강 수명과 걷기


강연 전반부는 노인 건강수명에 대해 시니어가 알아야 할 사항에 대해 이야기 줬다. 후반부는 노인 건강의 실천 부분, 특히 걷기에 대한 이론과 경험을 들려줬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부산의 갈맷길 상황과 시니어 걷기 자격증에 대하여 회원들과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강연은 시니어 건강 체크에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교수는 노쇠와 근감소증 진단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알 수 있게 도와주었다. 강연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시니어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는 비만, 고혈압, 당뇨, 고콜레스테롤혈증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연, 금주, 식사량 조절, 체중 감량, 운동을 해야 한다.


건강한 신체를 가지는 일은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강인한 체력을 가진 자라면 영하의 환경에 노출되더라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외부의 물리적, 심리적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근력과 회복력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평소에 자기 자신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잘 보살피는 일이 삶의 전부다.


교수의 강의 내용 중 곱씹어 볼 만한 내용이 두 가지 더 있었다. '가족 건강 챙기기와 천천히 움직이기'다. 나이가 들면 내 건강 챙기기도 중요하지만 가족 건강도 중요하다, 고 교수는 강조하였다. 맞는 말이다. 가족 중 한 사람의 건강이 나빠지면 나의 육체와 정신도 힘들어진다. 재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가족 간 스트레스를 줄이고 영양을 챙기면서, 운동과 체중감량을 서로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5년 우리 가족 버킷 리스트에 체중 감량을 숫자로 제시한 이유다.


시니어가 되면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젊었을 때와 같이 순간적인 반응, 민첩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교수는 근섬유에는 수축이 빠른 '속근섬유'와 수축이 느린 '지근섬유'가 있다고 하면서, 시니어가 되면 자연스럽게 속근섬유가 줄어든다고 한다. 나도 아내로부터 '늙었나 봐, 왜 그리 느려!'라는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속근섬유와 지근섬유의 차이에 대해 따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냥 받아들여,라고 속으로만 이야기한다.


시니어 운동 중 '걷기가 최고'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교수는 왜 걸어야 하는지, 얼마나 자주 또 빨리 걸어야 하는지, 어디를 걸어야 하는지, 이론과 실기를 병행해서 설명하였다. 교수는 의자에서 직접 일어나서 자세를 설명하는 열의를 보여줬다.


질의 답변 시간에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우리 모임에서 원하던 답변도 나왔다. 나는 '시니어 걷기 지도사', '걷기 치료사(처방사)'와 같은 민간 자격증도 추진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시니어에게 맞는 걷기가 따로 있으니 맞춤형 자격증 제도를 만들어 봄직하다. 장애인이나 걸음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걷기 보호사'도 퇴직자의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걷기 환경 조성을 위한 역할도 퇴직자의 몫이다. 도심 내에서의 걷기 공간 만들기, 학교 가기 즐거운 보행로 만들기를 위한 퇴직자의 역할도 있을 것이다. 퇴직자가 가진 '여유 시간과 선의를 가진 노동력'을 제공하면 가능한다.


강연을 끝내자, 회원들의 반응이 좋았다. 회원들은 갈맷길에서도 교수를 한 번 보고 싶다며 다시 만나기를 원했다. 우리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한 번 보자고 약속했다. 교수도 '갈맷길 전문 해설사'를 소개해주었다. 자신도 참석하여 걷기 자세 교정을 해주겠다고 덧붙였다.


나는 '걷기를 운동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 '선천성 내반족'이라는 소아마비를 안고 태어난 내게 걷기는 단순한 이동 방법이다. 때로는 고통이다. 나의 질병은 발 앞쪽이 안쪽으로 휘고 발 뒤꿈치가 들리는 장애다. 겉으로는 심하게 표시가 나지 않아서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표시내고 싶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상태가 나빠지기는 하지만 아직 살만하다.


어릴 적,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릴레이 달리기를 하는 친구들을 부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얼마나 뛰고 싶었을까? 한편으로는 지금 내가 아무런 생각 없이 누리고 있는 또 다른 신체의 자유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걷기를 운동으로 택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건강하고 행복한 시니어 생활이 가능하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나는 나대로 행복을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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