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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우 Jul 17. 2022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나는 헤어질 결심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박찬옥 감독의 <파주>

# 영화 <헤어질 결심>과 <파주>의 줄거리와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의 사랑이 끝났을 때 그녀의 사랑은 시작되었다. 그가 사랑을 알아채고 다시 여자를 찾아 헤멜 때, 그녀는 흔적을 감춰 미제사건으로 남기로 하였다. 두 사람은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최연소 나이에 경감으로 승진한 에이스 형사 '해준(박해일)'은 등산 중에 추락하여 사망한 남자의 사건을 맡았다. 해준은 죽은 자를 보관하는 곳에서 그의 부인을 만났다. 한국말에 익숙지 않은, 중국에서 온 여성 서래(탕웨이)를 '마침내' 만났다. 두 사람의 사랑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영화는 두 개의 사건으로 나뉜다. 첫 번째 사건의 배경은 '부산'이다. 등산 중 추락한 서래의 첫 번째 남편 사망사건. 두 번째 사건은 안개 자욱한 '이포'에서 일어났다. 서래의 두 번째 남편이 바닷가 별장의 풀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형사와 피의자로 만나는 동안, 해준의 의심은 사랑으로 바뀌었다. 불면증을 가진 해준은 서래의 안내에 따라 편안하게 잠들기도 한다. 미제사건으로 남겨진 사건을 이야기하던 중 서래의 생각이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었다. 해준은 서래가 꼿꼿해서 좋다고 했다.


서래도 해준을 알아가면서 '친절한 형사의 심장을 가졌으면'하고 바란다. 서래는 해준을 잊지 못해 그가 사는 '이포'로 왔다. 부산에서 해준이 그랬듯이 이포에서 서래는 해준을 엿본다. 서래는 안개가 걷히고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랐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엔딩 크레디트의 노래 가사처럼 맴돌다 끝난다.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 속에 외로이 하염없이 나는 간다 

(정훈희 <안개> 중)


헤어질 결심


해준: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서해: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다. 서래는 스마트워치에 자신의 사랑에 대하여 녹음하고 있었다. 성난 모습으로 해준이 서래를 찾아왔다. 두 사람은 바닷가에서 마주 섰고 둘 사이 멀리 섬이 보인다. 


해준은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이포'에 그녀가 살인 사건을 몰고 온 것처럼 말한다. 서해의 대답이 엉뚱하다.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나는 그녀의 말에 무장해제되었다. 무너졌다. 


박찬욱 감독의 표현에 의하면, 서래는 '가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고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다고 하였다. 영화에서는 해준이 서래에게 어떻게 해서 두 번째 남편을 만났느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만났다고 한다. 사랑이 깊어서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박찬옥 감독의 <파주>


박찬옥 감독의 <파주>(2009)라는 영화가 있다. 여기서도 안개가 등장한다. 대학생 시절에는 민주화를 위해, 사회에 나와서는 철거민을 위한 투쟁이 어느덧 직업이 되어버린 중식(이선균)의 실제 생계수단은 국도변에서 커피를 파는 것이다. 


그에게는 처제, 은모(서우)가 있다. 중식이 결혼할 땐 중학생이었는데, 이제 20대가 되었다. 불행하게도 은모가 학생 때 집을 나간 사이, 언니는 가스폭발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중식이 은모를 보살펴 왔다. 중식이 민주화 투쟁을 하다가 감옥에 간 사이, 은모는 중식을 떠나 오랜 여행을 다녀온다. 영화의 시작 장면은 안개가 자욱한 파주로 은모가 돌아오는 장면이다. 

 

은모는 귀향 후 언니가 자기 앞으로 남겨놓은 보험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언니의 죽음에 대해 탐문을 한다. 그 보험금은 처음에는 중식을 위해 가입한 것인데 중식이 은모 앞으로 변경하였다.

 

중식이 조직한 이주민 대책반과 철거반과의 싸움이 격렬해지던 어느 날, 은모는 중식에게 묻는다. 언니를 사랑했었느냐고, 중식은 아니,라고 한다. 은모는 다시 묻는다.

  “저는?”

중식은 대답한다.

  “한 번도 너를 사랑 안 한 적이 없었다”


<헤어질 결심>과 <파주>는 닮았다. 파국으로 끝난 사랑이었지만 두 영화 속 연인들은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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