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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우 Nov 19. 2022

삶은 속도보다는 방향이라고 하지만, 그걸 어떻게 알아?

속도는 방향을 포함하고 있다

인스타나 유튜버에서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읽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이라고. 냅다 죽기 살기로  뛰지 말고 올바른 방향을 정하고 전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어느 날 자신이 서 있는 지점을 들여다보면 허무와 실망만이 가득할지도 모를 일이다. 방향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광안리 바다수영대회에 나간 적이 있었다. 1킬로 미터 정도를 정해놓고 반환점을 세 번 도는 경기였다. 그때는 나도 제법 수영에 자신이 있었던 때라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한참 속도를 내면서 무아지경으로 팔을 젓고 있는데 그 많던 참가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호흡을 가다듬고 그 자리에 섰다.


아뿔싸, 엉뚱한 방향으로 나는 속도를 내고 있었다. 실내 수영장은 레인으로 구분되어 있다. 바닥에는 따로 굵은 선이 있어 직선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레인 끝에는 'T'자가 그려져 있어서 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도와준다. 바닥을 보지 않고 천장을 보면서 배영을 하는 선수를 위한 배려도 있다. 레인이 끝나기 전, 5미터에 알록달록한 줄이 있다. 


바다는 깊어 바닥을 볼 수 없었고 나는 속도를 내기에 바빠 다른 참가자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했다. 다시 방향을 확인하고 달렸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나는 전체 참가 선수들 중 중간보다 못한 성적을 거두고 짐을 쌌다. 


그 이후로 한동안 '오픈워터(바다 또는 강에서 벌어지는 경기)' 출전을 위해서 '헤더 업'을 꾸준히 연습했다. 헤더 업은 자유형을 할 때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호흡을 하지 않고 두세 번마다 한 번씩 고개를 들어 전방을 주시하면서 호흡을 하는 것을 말한다.


삶의 방향은 어떻게?


수영을 할 때 목표지점과 방향은 헤더 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방향을 수정해가면서 팔을 뻗으면 목표 지점에 효율적으로 도달할 수 있다. 삶에서의 방향은 어떠한가? 삶은 수영이나 마라톤 경기와 다르다. 스텝들이 코스를 정하고 반환지점에 깃발을 꽂아두지 않는다. 피니시 라인에서 화려한 축포를 준비해 주는 곳이 아니다. 종착점이 어딘지도 알 수 없는 곳이 삶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모든 사람에게 그들의 인생은 각각 개인적인 이유로 비참한 실패'라고 했다. <숲 속의 자본주의자>의 저자인 박혜윤은 여서기 말하는 '실패'는 나의 선택을 후회하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기준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조차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회한과 타협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나의 삶에 방향은 어느 쪽인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방향을 두고 한 걸음도 뗄 수 없는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한다. 나무늘보의 속도로 가건, 퓨마의 속도로 가건 나아가면 된다. 때로는 멈춰도 된다. 속도는 이미 방향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 잊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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