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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우 Mar 20. 2023

책 만들기의 어려움

실패와 기다림은 나의 운명

또 실패다


일요일, 평일처럼 일어나서 부산역에서 KTX를 탔지만 컨설팅은 오후 2시부터 시작되었다. 서울과 부산은 여전히 먼 거리다. 컨설팅에 참석한 예비작가 한 분은 다른 곳도 있지만 장소가 가까워서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분은 집이 서울이었다.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을 거리로 환산한다면 내가 그분보다는 훨씬 간절한 것 같아 뿌듯했다. 간절한 마음과 책 기획은 별개였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축 늘어졌다. 내가 가져간 기획안은 실패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퇴직 준비를 위해 읽어야 할 책을 써서 응모했지만 미끄러졌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거절당하는 것은 늘 아프다. 심기일전해서 다시 기획서를 만들었다. 글의 타깃을 정하고 타깃이 가진 문제점을 파악한 후 내가 제시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정리했다.


나의 타깃은 직장에만 매달려온 50대 초반이다. 그는 25년 간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퇴직한 선배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퇴직 후의 삶이 걱정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제시한 것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지난 직장생활을 먼저 정리해 보는 것이다. 과거로부터 배우지 않고 새로운 문을 열 수 없다.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두 번째는 퇴직자와 퇴직예정자의 생각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다. 통계자료, 보고서, 논문, 주변인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볼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건강, 돈, 여유, 관계', 네 가지 관점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책도 소개할 것이다. 책을 읽게 되면 내면화할 수 있고 행동으로 옮길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보았다.


  일요일 오후, 몇 명의 예비 작가와 함께 강연을 겸한 컨설팅이 시작되었다. 컨설턴터는 '시장성'을 설명하면서 '퇴직'과 '은퇴'를 키워드로 인터넷 사이트를 몇 곳 검색했다. 시장성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주제로는 어느 출판사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강연이 끝나고 일대일 면담시간을 가졌다. 나는 내 주위사람들과 이 주제에 관해 이야기한 것을 들려줬다. 그들은 충분히 팔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는 아직 내가 직장에 근무를 하고 있으니 마케팅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항변 했다. 말하는 도중에 스스로 힘이 빠졌다. '독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는데 있다.'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알아서 잘 놀고 있다'(출처: unspalsh)


실패와 기다림은 처음이 아니었다


  생각해 보니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3년 전, 처음 책을 내기로 마음먹고 컨설팅을 받았을 때였다. 나는 1천 권의 독서량과 그동안 적어 둔 독후감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읽은 책 중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주제별로 나누었다. '누가 그 글을 읽을까요? 누가 읽고 싶어 할까요?" 컨설턴터의 말이다.


컨설턴터와 수차례 비대면 미팅을 진행했다. 컨셉을 완전히 뒤집었다. 결론은 20년 넘게 1천 권을 읽는 방법에 관한 글을 써나가는 것이었다. 거의 6개월에 걸쳐 썼다. 책을 읽게 된 경위와 방법, 변화된 나의 모습을 차분히 써 내려갔다. 원고를 여기저기 투고하였다. 다행히 나는 규모가 적지 않은 출판사와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출판까지는 아직 멀었다.  본격적인 출판 과정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때 정리한 내용 중, '독서카드 방법'에 관한 내용을 발전시켜 지난 3.14일 특허청에 특허를 신청하였다. 출원 후 특허를 받기까지 또 긴 시간이 소요된다. 특허 심사는 1년 6개월 걸린다고 한다.


다시 시작이다


  컨설턴터는 내가 잘하는 부분이 있지 않느냐고 했다. 다시 한번 찾아보자고 했다. 지금 찾아보는 키워드는 '배움'과 '50대'다. 다시 시작이다.


'때때로 개도 배운다'(출처: UNsplash)


*표지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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