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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우 Jan 13. 2023

슬기로운 직장 내 패거리 문화 대처

"오늘 ###팀 모임 가세요? 난 오늘 시간이 안 되겠는데"

"어떤 모임 말씀이시죠"

" @@씨 연락 안 받으셨어요?"

"아니요, 전 연락받은 거 없었는데..."

"아...."


처음 말을 꺼낸 간부와 나 사이에 1초 정도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다른 대화로 이어졌다. 아무 일 아닌 것이 아니었다. 간부는 내가 그 모임에서 배제되어있었다는 것을 눈치챘고 나도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내가 왕따인가, 하는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가 이내 '오히려 좋아'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씨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고 일정 때문에 바빠서 참석하지 못하는 간부도 내가 존경하는 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출세지향적인 @@씨가 주도한다면 가식적인 이야기가 난무하는 모임일 것이다.


  직장에서 패거리를 만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패거리'는 '같이 어울려 다니는 사람의 무리를 낮잡아 이르는 말'(네이버 국어사전)이다. 어럽고 힘든 일을 함께 헤쳐가면서 쌓은 동료애는 부서를 달리하더라도 좋은 감정으로 남을 때가 있다. 그때의 구성원들이 모여 전우애(?)를 다지고 마음이 맞으면 정기적으로, 그렇지 않다면 구성원들에게 승진, 전보, 퇴직 같은 좋은 일이 있을 때 모여서 식사라도 같이 하는 것이다.


  나의 모임이 패거리가 될지 구성원을 보듬어 주고 격려해 주면서 선한 영향을 주고받는 울타리가 될지 알고 있어야 한다. 알아야 대처가 가능하다. 


경계해야 할 모임은 두 가지다. 모임을 누군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고 나머지 구성원들을 반강제적으로 이끌어 가는 모임이라면 잘 살펴봐야 한다. 핵심인력이 직장에서 인간관계를 이용해서 세력을 확대하려는 직원이거나 출세지향적인 인물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너서클에 끼일 기회라고 가세했다가는 잃는 것이 많을 것이다. 


두 번째는 힘 있는 부서에 근무할 때의 모임이다. 인사, 기획, 감사 파트에 근무할 때의 인맥은 그 자체가 권력일 수 있다. 그 힘을 계속 누려보겠다는 심산이다. 그 부서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다. 부서를 떠나고 나서 모임을 이어간다면 자연스럽게 근무했던 부서에 이런저런 부탁(또는 압력)을 행사하려는 유혹을 견디기 쉽지 않다. 패거리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모피아'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모피아는 정부 기관 중에서도 힘 있는 부서인 예산부서의 관료들이 세력을 형성하여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마피아에 빗댄 말이다. 


  직장에서 친구 맺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진심을 다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마음을 주고받는 동료가 생기기 마련이다. 서로를 응원하면서 부서를 떠나서도, 직장을 떠나서도 관계를 맺어간다면 패거리가 아니라 '울'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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