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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우 Apr 17. 2023

추락하는 퇴직자에게 필요한 건 안전하게 내려갈 계단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고 했던가? 퇴직선배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새해 아침에 직원 검색용으로 사용하던 스마트폰 앱이 끊기고, 은행에서 대출금을 더 연장해주지 않겠다고 통보받았을 때,  하루 종일 단 한 건의 문자와 카톡도 오지 않을 때 추락하는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추락하는 선배의 몸 어디에도 날개가 없었다.


추락을 피하는 법


나만의 계단을 만들어 볼 예정이다. 한 칸씩 천천히 내려가기 위해서다. 등산을 하게 되면 오를 때 보다 내릴 때 조심해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허리와 발목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도 마찬가지다. 정신과 신체에 충격을 주지 않으려면 천천히 조심스레 내려와야 한다. 발을 헛디디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내가 만드는 퇴직 계단(출처: Unsplash)


지난주에 <엄마가 보고 싶은 날엔 코티분 뚜껑을 열었다>(어셈블 출판) 출판을 기념하는 북토크에 참석하였다. 나도 공저자로 참여했다. 이 책은 '시간이 쌓일수록 다시 맡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아홉 명의 작가들이 각자의 경험과 느낌을 풀어내었다.


북토크 중, 소감을 말해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나는 퇴직 계단 이야기를 했다. 공저로 참여한 책의 출간을 계기로 나의 계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책 쓰는 것이 나의 일이 되고 잘만 하면 밥벌이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엄마가 보고 싶은 날엔 코티분 뚜껑을 열었다>(어셈블 출판)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내게 행운이 찾아오면 내려가는 계단이 아니라 올라가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내 인생이 최고로 빛나는 시점이 어쩌면 60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올라가지 않더라도 비슷한 높이의 길을 걸어가며 삶을 좀 더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얼마 전부터 퇴직 1,000일을 앞두고 퇴직일지를 쓰고 있다. 이제 10일이 지났다. 나의 낭떠러지가 1km라고 하자. 이제 10미터 정도 떨어진 기분이다. 아직 많이 남았다. 


(표지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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