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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우 May 04. 2023

나는 퇴직 관련 책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어떤 포지션을 가지려 하는가

<동물농장>, <1984>를 쓴 조지 오웰은 '왜 쓰는가?'라는 질문에 네 가지 답을 내놓았다. 그는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 때문에 글을 쓴다고 하였다. 그중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그는 '내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어 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였다', 고 고백했다.


내가 퇴직과 관련된 책을 쓰려고 한다면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의미 없는 문장이나 미사여구로 페이지를 채워 책을 낸다면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뿐더러 나무에게 미안한 일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책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내가 퇴직과 관련한 책을 쓰려는 목적


우선, 나는 책을 쓰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 단련하겠다. 일본의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는 '천 번의 연습을 단(鍛), 만 번의 연습을 연(鍊)'이라고 했다. 영화 <길복순>에서 황정민의 대사로 사용되었다. 단련된 무사는 길복순(전도연)이 연장을 바꾸는 바람에 고꾸라졌다. 


나는 퇴직 천 일을 남겨두고 퇴직일지를 쓰고 있다. 퇴직자를 만나서 퇴직 전후 달라진 일상을 채집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퇴직 후 하게 될 템플스테이를 경험하고 공저로 책을 내고, 북콘서트도 경험하였다. 나는 책을 쓰면서 퇴직 근육과 기술을 단련(鍛鍊)하겠다. 


한 여성이 무에타이를 단련하는 모습(출처: Unsplash)


두 번째, 책을 쓰고 나서 퇴직을 앞둔 사람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것이 나의 목적이다. 내가 강연을 하고 싶다고 강연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강연을 주최하는 기관이나 단체에서 나를 강사로 초빙을 해야 한다. 강연을 하기 위한 일반적인 조건으로 언급되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1. 전문가인가? 

2. 저서가 있는가? 

3.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가?


질문 1) 전문가를 증명하는 방법은 학위나 자격증, 경력이다. 나는 기술경영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지만 퇴직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다. 자격증을 가진 것은 없다. 기회가 되면 시니어 심리분야의 자격증을 알아보려고 한다. 경력도 없다. 퇴직 전에 강의 경력을 쌓을 계획이다.


질문 2) 저서가 있는가? 지금 준비 중이다. 저서는 퇴직 분야와 연관되면 좋을 것이다. 저서가 있다는 것 자체가 작가로서 인정을 받기 때문에 저서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글을 쓴다고 해서 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글을 조리 있게 묶어 놓고 출간 기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기획서를 출판사에 보내서 운 좋게 기획자의 눈에 띄어 계약이 성사될 수도 있다. 이후에는 다시 기획안을 고치고 원고를 수정해야 할 것이다.


질문 3) 마지막 질문,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가?',에 대한 대답도 변변치 못하다. 유튜버를 하고 있지만 알려질 정도는 아니다.


마음만 앞서서 강연을 하겠다고 호기롭게 외쳤지만 막상 글로 정리하니 초라하기 짝이 없다. 초라함을 자긍심으로 바꾸는 일은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 초라함의 바닥을 보았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  


퇴직 관련 책을 쓰겠다는 험난한 과정의 출발점에서 나는 나의 정치적 목적을 한번 새겨보았다.


(3년 후 어느 날, 강연장에서)


"당신은 퇴직자를 위한 강연을 할 자격이 있습니까?"


"저는 퇴직 천오백일 전부터 D데이 앱을 이용하여 퇴직이 다가와있다는 사실을 매일 새겼습니다. 천일 동안 브론치스토리에 '나의 퇴직일지'라는 매거진에 나의 일상을 틈틈이 기록하였습니다. 

퇴직 준비기간 동안, 생각과 실천한 내용을 모아 책을 한 권 펴냈습니다. 여기 이 책입니다."



(표지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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