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톡 봤어"
"아니, 뭐 보냈는데?"
"이번에 여행지인 여수의 숙소 예약 번호와 일정 정리한 거"
"데이터 켜야 하는데... 다음에는 문자로 간단하게 보내줘"
아내가 통신비를 절약하는 방법이다. 아내는 와이파이가 터지는 장소에서 휴대폰 인터넷을 사용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데이터를 켠다. 며칠전에는 구제불능 상태의 휴대폰을 가게에 가지고 가더니만 새 폰으로 바꿔왔다. 통신사를 이동했다고 한다.
아내는 집 안에서 사람 없는 곳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못 참는다. 나영석 PD가 진행하는 유튜브에 나왔던 이서진 배우가 했던 말과 똑 같다. 두 사람 모두 뼛속 깊이 박혀버린 절약정신이다.
그녀는 직장 다닐 때도 허투루 돈을 쓰지 않았지만 몇 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는 더 알뜰해졌다. 아직 연금 받을 나이에는 이르지 못해서 생활비는 전적으로 나의 월급에 기대야하는 상황이다. 재정적인 쪼들림보다는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것 처럼 보인다.
퇴직자를 만나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꼬박꼬박 나오던 월급 호스가 잠겼을 때, 허벅지 근육이 쑥 빠져나갈 때, 식탁 위에 놓아둔 휴대폰이 죽은 듯이 꼼짝하지 않을 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퇴직자가 맞이하는 소득 절벽, 건강 절벽, 관계 절벽이다.
통계에 의하면 58세 근로자들의 월평균 소득은 311만 원이라고 하는데, 68세는 180만 원이라고 한다. 생애 최고 소득을 500만 원 이상 받던 사람은 반 이상이 뚝 꺾여버린다. 절벽이라고 할 만하다.
OECD 국가 중 65세 이상 노인이 가장 일을 많이 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34.9%라고 한다. 한국에서 나이든 사람들은 노후준비가 덜 되어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찾아 나선 것이다.
"경비원 경쟁률이 평균 50 대 1이다. 나이가 들수록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하루라도 젊을 때 다른 직장을 구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아예 취업할 수 없다"
('70세 넘어도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 바늘구멍', 2023.5.24. 부산일보 기사내용 인용)
습관처럼 아침 일찍 집을 나서보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정부재정을 투입한 공공일자리나 초단기 알바, 임시 계약직이 전부다.
젊은 시절 해외여행을 다녔을 때, 나이 지긋한 노인, 주로 유럽이나 미국인이 관광지를 여유롭게 다니는 것을 많이 보았다.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되겠지! 지금 생각해보면 배부른 소리다. 부산에서 일하는 인구는 60대가 20대 취업자의 두 배다. 지중해는 물 건너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