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우 Jan 26. 2024

집사람과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요_퇴직예정자 인터뷰

성인 자녀 부양 어디까지?

"(퇴직하면) 최소한도로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집사람하고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요"

"(퇴직이란) 경제적 자유와 관계의 자유를 손에 쥐고 제 본성에 맞게 살아갈 수 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더 건강해질 것 같습니다."


토요일 오전이었다. 퇴직 예정자 5명을 연산로터리 어느 카페에 모아놓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먼저 퇴직의 의미를 물었다. 대부분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직장에서의 억지스러운 관계, 가짜 노동을 끝내고 나면 자신만의 삶을 살 것이라고 기대했다. 38년간의 길고 지루한 직장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했다. 빨리 퇴직하고 싶어 죽겠다는 참석자도 있었다.


시간과 주머니 사정은 반비례


인터뷰를 시작할 때의 밝은 분위기는 구체적인 질문으로 들어갈수록, 서로 대화를 주고받을수록 차분해지고 한편으로는 어두워졌다. 퇴직 전과 후,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일 것이라고 예상하느냐고 물었다.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는 의견과 고정 수입이 없으니 재정적인 문제가 클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시간은 많고 돈은 없는, 전형적인 퇴직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한 발 더 들어갔다. 건강, 재정, 관계, 취미에 대해 자세하게 질문을 했다. 먼저 건강이다. 신체 중 어느 부분에 탈이 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심혈관이나 척추 질환을 우려했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 정도 허리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수술은 피했지만 몇 명은 디스크 수술까지 하고 나서야 괜찮아졌다고 했다. 


심각하게 이야기가 오고 간 질병은 따로 있었다. 치매와 우울증! 참석자 한 분은 치매를 '인간 존엄 말살병'이라고 하면서 다음 건강 검진받을 때 뇌 CT를 찍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치매는 완치가 되지도 않을뿐더러 발병 여부를 알 수도, 예방할 수도 없으니 두렵다고 했다. 세 명의 참가자는 우울증도 심각한 질병 중 하나라고 입을 모았다.  어느 참석자는 60세를 앞두고 우울감이 몰려왔다고 하면서, 병원에 가면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것 같아서 두렵다고 했다. 우울감을 먼저 경험한 참석자는 주저하지 말고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권했다.


성인 자녀 부양 어디까지?


재정적인 문제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자녀 양육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참석자들은 솔직하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대학교육비, 결혼 자금, 주택 마련비, 자녀에게 어디까지 얼마나 지원을 해야 할지 기준을 정해지 못했다는 참석자가 많았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끝이 없지만 성인 자녀 부양은 끝을 내야 한다.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참석자가 있었다. 2년 정도 뒤에 퇴직을 하는 참석자는 판단기준을 세웠다고 했다. 정년 이후에도 만날 사람인지 아닌지. '단 한 명을 만나도 감정 주파수가 맞는 사람을 봐야겠어요.' 그는 지금 관계를 정리 중이다.


가장 염려가 되는 관계는 이구동성으로 '부부사이'를 꼽았다. 지금은 직장생활 때문에 얼굴 보는 시간이 짧지만 퇴직하게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오늘, 남편이 퇴직했습니다>(박경옥 저)라는 책에서 저자는 퇴직한 남편을 공양보살(절에서 허드렛일 해주는 사람)로 보내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취미 부분에서는 여행을 많이 언급했다. 퇴직하고 시간이 남으면 배우자나 아이들과 해외에 가고 싶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업무로 해외 출장을 가는 것 말고 제대로 된 여유를 즐기고 싶은 바람을 들려줬다. 그 외에 독서, 걷기, 보이차 마시기와 담금주 만들기를 취미로 즐기겠다는 참석자도 있었다.


마지막 질문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떤 시책을 펼쳤으면 좋겠는지 물어봤다. 각자의 욕구가 반영된 시책 제안이 쏟아졌다. 재능과 노하우를 기부할 수 있는 플랫폼, 즉 장(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장소)을 깔아주면 자주 가서 놀겠다고 했다. 한 분은 국민연금만 가지고는 생활비가 모자라니 100만 원 정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활비를 직접적으로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는 참석자도 있었다.


  퇴직자 그룹과는 달리 퇴직 예정자는 긍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이 분들이 이미 퇴직한 분들과 만나면 어떤 이야기가 쏟아질지 궁금했다. 그룹별 모임이 끝나고 퇴직자 4명과 퇴직예정자 5명이 한 시간 정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멜로에서 블록버스터로_퇴직자 집단 인터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