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불효자 투어 다녀온 박민우 작가와의 만남
그와 악수하는 순간 텐션과 재능이 보통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를 만난 것은 지난 일요일이었다. 을지로에 있는 '어써(Author) 클럽' 모임에서였다. 어써 클럽은 어쎔블 출판사 박은정 대표를 중심으로 만든 작가 모임이다. 이 번이 세 번째다. 모임에서 공동으로 집필*도 하고 글쓰기 강연회도 개최하고 있다.
*<엄마가 보고 싶은 날엔 코티분 뚜껑을 열었다>(공저, 2023.3월)
어써 클럽의 행사가 끝난 후 박민우 작가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그는 <EBS 세계 테마 기행>에서 콜롬비아를 비롯한 7편의 여행기에 출연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1만 시간 동안의 남미>(플럼북스, 2007.7월)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11권의 여행 서적을 출간했다. 타고난 글쟁이다. 최근에는 부모님과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다 온 경험을 펴낸 <25박 26일 치앙마이 불효자 투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의 출판사는 '출판사 박민우'다.
가장 놀라운 일은 따로 있었다. 그는 매일 아침 8시에 독자에게 글을 보내는 '구독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한 달에 1만 2천 원을 내면 작가의 글을 받아 볼 수 있다. 매일 한 편의 글을 쓴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글을 써 본사람이라면 공감한다.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보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5분 이내 컴퓨터를 켜고 첫 문장을 쓰세요"
그는 첫 문장은 20점짜리 글을 쓰라고 했다. 조금씩 다듬어가면 50점, 80점, 100점 자리 글이 된다, 고 한다. 처음부터 80점짜리 글을 쓰려고 하니 안 써지는 것이다. 모든 글의 출발은 첫 문장이다. 한 문장이라도 쓰기 시작하면 그다음은 자기가 생명력을 갖고 스스로 살을 붙여 나가는 것을 나도 경험하고 있다.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소설도 작가가 택시 안에서 들은 라디오 뉴스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A 씨가 B 씨를 살해한 죄로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단 한 문장이다. 내가 브런치를 통해 연습하고 있는 것도 한 문장을 한 단락으로 만들고, 한 단락을 하나의 스토리로 만드는 것이다.
박민우 작가의 강의 중 가장 감명 깊게 와닿은 내용은 '반복의 힘'이다. 그는 자신의 말솜씨를 '신이 내린 주둥이'라고 표현했다. 자기의 주둥이는 뇌와 상관없이 알아서 말을 내뱉기 때문에 자기도 제어가 안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수많은 강의를 반복하는 동안 알아서 그때 그때 해야 할 말을 내뱉는다고 강조했다.
내가 기대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책을 출간한 이후 나는 언론사와 라디오 방송 인터뷰, 유튜버 출연, 북콘서트로 말할 기회가 많아졌다. 출연 전에 질문지를 받고 답변 준비를 하면서 나의 이야기가 더 풍부해지는 것을 경험한다. 멘트를 하면서 생각이 떠 오를 때도 있다.
인터뷰나 북콘서트가 끝나면 <한 번 읽으면 절대 잊지 않는다>에서 소개한 GC카드에 그 내용을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 특강이나 방송 기회가 생기면 한 번 더 보면서 되새긴다.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북콘서트에서 질문을 받으면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고 그 내용을 다시 카드에 새겨둔다. 새김의 반복이 자동화되면 나도 '신이 내린 화술'을 뽐낼 수 있지 않을까?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매일 한 편의 글을 써내는 반복을 하고 있는 작가라면 재미있는 글을 모아서 책 한 권 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가 자신이 직접 '출판사 박민우'를 차렸다. 작가라면 10% 인세를 받지만 자신이 출판사를 차리니 모든 이익을 가져갈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브런치'라는 좋은 플랫폼이 있으니 나도 핑계를 될 일이 아니다.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은 생산해야 한다. 이제는 브런치로부터 글 쓴 지 오래되었다는 재촉 메시지는 거절하겠다.
나는 반복의 힘을 믿는다. 말하기도 글쓰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