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하는 초2 아빠의 일상 스케치
오늘 아침에 개운하게 씻고 난 뒤, 이제 날씨도 선선해졌으니 어제 벗어 두었던 셔츠를 다시 입을까 하고 목을 쑥 끼워 보았다.
목 주변부터 야릇한 냄새가 풍긴다.
나한테서 비롯된 냄새지만 도저히 다시 입을 수가 없다.
어제 땀을 많이 흘렸나?
나이 들어서 체취가 바뀐 건가?
아니면 셔츠가 덜 말라서 나는 꼬릿꼬릿한 냄새인가?
하며 셔츠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 보았다.
냄새를 굳이 부위별로 설명하자면
겨드랑이와 등 쪽은 어제 아이 학원 차 태우러 나갔을 때 좀 뛰어다니면서 난 땀냄새
앞판에는 저녁에 먹은 호주산 소고기 안창살 할인할 때 산 것(포인트 회원 한정 40%다!! 다섯 팩 사 왔다. 늦게 가면 인기부위는 없을 거다. 직장맘들께는 죄송합니다..) 구운 냄새랑 밤에 야식으로 먹은 만두 튀긴 기름 냄새가 섞여 있다.
자세히 보니 얼룩도 있다.
배꼽 부근은 설거지 하면서 튄 세제 물인지 희미한 얼룩이 있고 (우리나라 싱크대 높이가 너무 낮은 것 같다.. 키에 비해 팔이 짧은 나로써는 배로 불편하다.)
앞섶에는 빵 먹다 묻은 밀가루 같은 것이랑 소매 쪽에는 아이 먹다 남긴 요거트에서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희멀건하고 끈적이는 얼룩이 있다. 반팔인데 왜 거기에 얼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에만 있는 사람이 회사 다니는 사람보다 빨래가 더 많네?
지난 번에 둘이 같이 빨래 널다가 그랬는지 개다가 그랬는지
집사람이 '집에만 있는 사람이 회사다니는 사람보다 빨래가 더 많네?' 하는데 속으로 조금 속상했다.
집에서 입는 옷이 거의 작업복 수준인데 매일 한 벌씩 빨래 한다고 뭐라고 하다니..
나는 땀도 많은 편이고 애랑 같이 운동도 하고, 또 집에 있다고 하루종일 집안에만 들어 있는 줄 아나..
자기도 집에서 살림해봤으면서 그렇게 얘길 하나..
서운하지만 어디다 이야기할 데는 없고 그렇다고 나중에 마음이 가라앉은 다음 조용히 이야기하면
'아이구 뭘 그런걸 가지고 삐졌었어~ 알았어 미안해~' 정도 대답이면 곱게 나오는 이야기일테니 입 다물고 있는게 상책이다.
(왜 여자들은 남자가 화난 것을 화를 내지 않고 참고있거나 조곤조곤 얘기하면 삐졌다고 하는건지?
삐진게 아니라 화난 거라구!)
게다가 난 이런 이야기로 커피 한 잔에 수다 떨 동네 아줌마 친구들도 없으니 이렇게 여기다 끄적이는 수밖에.. ㅎㅎ
물론 집사람한테 링크는 보내 줄 예정이다. 부부사이에 비밀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