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 아빠곰 Nov 06. 2015

먹을수는있어요리 - 아빠요리를 소개합니다.

다 먹었음. 진짜루~

휴직을 하면서 집안살림 중 요리와 식사준비에 관련해 결심했던 것들이 있는데 이제와서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아이에게 재료의 참맛을 알게 해 주자


2. 한식 뿐만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요리를 맛보게 하여 국제적인 입맛을 갖게 하자


3. 하지만 준비와 정리가 간편하도록 가급적 One Plate 세팅으로 끝내자



캬 멋지다~

일류 셰프님의 요리 철학같지 않은지?

사실 요리실력만 빼면 음식에 대한 철학과 취향은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편식과 음식타박이 심한 편)



항목별로 설명하면


1. 아이에게 재료의 참맛을 알게 해 주자 ;

제철 식재료와 가공식품이 아닌 원물을 최대한 활용하고, 짜고 자극적인 양념 사용을 피하면서 재료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었다.

여기에는 철철이 나오는 과일과 채소를 활용해서 봄에는 딸기잼, 여름에는 오디, 오이 나오면 피클 담기 뭐 이런 것들이 커리큘럼으로 자리잡고 있었는데 역시 딸기잼은 복*자리가 최고다.


2. 한식 뿐만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요리를 맛보게 하여 국제적인 입맛을 갖게 하자 ;

사실 내가 한식을 별로 안 좋아한다. 특히 조림반찬과 마른반찬을 쟁여 두고 끼니때마다 똑같은 반찬을 내어 먹는 것을 싫어하는데, 아마도 대학시절 잠깐 있었던 하숙집에서의 경험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있던 하숙집은 밥이 맛있기로 유명했고, 실제로 맛있었는데도 그렇다. 결국 초딩입맛이라는 이야기인가.


어쨌든 아이와 해 먹었던 요리 중 호평과 함께 성과도 좋았던 요리들은 햄버거스테이크와 햄버거, 스테이크, 자투리 야채와 버섯을 이용한 파스타와 피자, 데리야끼 치킨, 오야꼬동, 에또.. 별로 없네? 하지만 몇몇 메뉴들은 맛없게 하는 식당들 보다 훨씬 나았다고 생각한다. 진짜다. 정말 맛없는 식당도 많기 때문에..


까르보나라 - 면은 비 알 단테, 베이컨은 국산이 후지며, 양파는 바삭하게 잘 됐는데 아이는 싫어했다.



홈메이드 햄버거 - 진짜 맛있음. 맥도날드는 구석에 가서 손들고 서있고, 장안에 햄버거좀 한다는 집들 도장깨기 하러 갈 예정



3. 하지만 준비와 정리가 간편하도록 가급적 One Plate 세팅으로 끝내자 ;

이거야말로 충실히 실천했다고 자부한다.

각종 덮밥류와 돈부리, 불고기와 데리야끼 치킨 같은 고기반찬류, 파스타, 스테이크 이런 것들은 개인별 접시에 내거나 크게 한 접시에 차릴 수있어서 설거지를 줄이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


소고기 덮밥을 하려고 장보러 갔다가 잡채용 돼지고기를 할인하길래 사와서 만든 돼지고기덮밥. 돼지냄새는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대한민국 가사노동의 범위와 절대량이 너무 많다. 집밥 내지는 엄마 밥 (아빠 밥은 없나?)은 이래야 해~ 라는 이상은 너무 큰데, 사실 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남자고 여자고 간에 대개 성장기에 집안일을 배우지 않고 자랐기 때문에 노력한다고 해서 따라잡을 수가 없는 목표인 것이다. (학교다닐 때 부모님이 다른 건 신경쓰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해~ 그러시지 않았나?) 

그래서 대한민국 가정의 평화는 가사노동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나혼자) 생각한다. 

그리고 요리 한 가지 해서 한 접시 내놓고 밥 먹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오히려 즉석에서 만든 요리로 훌륭한 한 끼가 될 수 있으며 이미 서구 선진사회와 가까운 일본, 중국, 아시아 대다수 국가들도 집에서 지지고볶고 하지 않고 다 사먹고 말이지... 온 집안에 냄새 배고, 기름때 끼고, 기름 설거지에 음식물 찌꺼기... 아우 씨. 



Jib-Bob : Classic Korean Table Setting - Simple & Authentic



어쨌든 1식 7찬, 9찬에 국물이 꼭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이를 널리 알려서 모든 가정에서 설거지와 반찬 준비를 줄이는 데 조그만 기여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설거지 양이 줄다 보니 며칠씩 미뤄 두었다 하는 바람에 싱크대 배수구에 곰팡이가 좀 피었던 것 따위야 대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어쨌든 나를 위한 변명을 공표하자면,


애들은 대충 먹여도 된다. 굶기지만 않으면 되지.


5대 영영소, 유통기한, 원산지, 유통기한... 저도 민감하고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두부나 콩기름에 GMO 원료 얼마나 쓰는지 확인해 봤어요? 우리나라에서 GMO 콩 수입을 얼마나 많이 하는데 다 어디로 가나요? 계란은 암탉과 수탉이 어울려 초원에서 뛰어다니면서 행복한 삶을 살면서 낳은 계란인가요? 친환경 농산물에 어떤 성분의 농약 얼마나 써서 키우는지 아나요? 우리가 즐겨 먹는 토마토나 피망의 종자 원산지가 어디인지, 종자에 어떤 처리를 하는지, 종자회사의 국적은 어디며, 종자회사의 가격이나 판매정책이 우리 농가에 미치는 영향과 가격에 미치는 영향들은 어떤가요? 


...뭐 난 이런것도 신경쓰는 까칠파파야~ 라는게 아니라.. 살림은 실전이라는 이야기다.

나도 음식과 식재료에 민감하지만, 어떤 것이 좋은지 알려고 공부하고 고민하지만, 실제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살 때는 요리하기 좋게 포장된 것, 행사 하는 것, 싸게 파는 것 사게 된다는 그런 안타까운 이야기.



그래서 너무 멀리 나간 이야기를 주섬주섬 원래 자리로 데리고 오면,

가사 간소화를 통한 가정 평화 기원과 궁극적인 출산장려 운동의 일환으로 이렇게 선언한다.



나를 포함해서 한국 모든 엄마, 아빠, 자녀를 돌보는 분들이 아이에게


한 끼 사먹였다고 해서, 

한 끼 찬밥 먹였다고 해서,

한 끼 인스턴트로 먹였다고 해서, 


너무 미안한 마음 갖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잘 먹였다고 해도 애들이 과자 사탕 먹고 쏘세지 먹고, 젤리 먹고 하면 말짱 도루묵이니까요.




어쨌든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에게는 매 끼니가 뭘 해먹을까 하는 고민의 연속인데, 

이렇게 해서도 먹을 수는 있구나 하는 수준의 아빠요리를 사고칠 때마다 선보일 예정입니다.

(뜬금없는 예고편 등장)


일단 1탄은 어제 사고친, 하지만 다 먹어버린 

'아빠표 뚝딱 두부계란전' 

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