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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머리 독서법
by 공독쌤 Nov 08. 2018

우리 아이의 뇌는 괜찮을까?

영유아 교육의 핵심 원리

영유아 아이에게 조기 교육을 시키는 논리는 단순명료합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많이 가르치면 많이 알고, 많이 알면 더 잘한다’죠. 특히 영어는 언어이기 때문에 어릴 때 시작할수록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여기에 결정적 시기 운운하며 공포를 조장하는 사교육업계의 마케팅 전략과 옆집 아이에게 뒤처질 수 없다는 경쟁의식이 더해져 더없이 단단한 심리적, 이론적 토대를 형성합니다.

대한민국은 영유아 조기교육의 천국입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실제로 눈부신 효과를 거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세 살짜리 아이가 한글을 읽고, 다섯 살짜리 아이가 파닉스를 합니다. 투자를 하면 결과가 나옵니다. 만약 이것이 교과 과정 전체에서 지속적으로 위력을 발휘하고, 아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막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확실한 효과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그렇지가 않다는 점입니다. 


조기교육은 해를 거듭할수록 강화되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 일은 악화일로입니다.

중학교 진학과 동시에 발생하는 대규모의 성적 하락 현상은 변함이 없고,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읽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숫자는 더 늘어났습니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유형의 심각한 독서 부진아들도 많이 생겨났죠.




조기교육이
아이의 뇌를 파괴한다는
연구 결과는

셀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한국뇌연구원 초대원장인 서유헌 교수는 조기교육의 위험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영유아의 두뇌는 신경 회로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매우 엉성한 상태예요. 엉성한 전기 회로에 과도한 전류를 흐르게 하면 과부하가 걸리듯, 과도한 조기 교육은 과잉학습장애 증후군, 우울증, 애착 장애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뇌과학은 조기교육이 조립을 채 끝내지 않은 자동차를 볼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다고 경고합니다.


한마디로 조기 교육은 조립을 채 끝내지도 않은 자동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비단 서유헌 교수만의 주장이 아닙니다. 세계 뇌과학계에서 정설로 인정하는,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을 끝낸 주류 이론입니다. 뇌 과학은 ‘영유아기는 공부를 하는 시기가 아니’라고 못 박습니다.


핀란드를 비롯한 유럽의 교육 선진국들이 괜히 초등학교 입학 이전의 문자 학습을 법으로 금지하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 아이들의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내린, 지극히 교육적인 결정인 것이죠.




인간의 뇌는 크게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층은 뇌 가장 안쪽에 있는 뇌간입니다. ‘생존의 뇌(survival brain)’ 혹은 ‘파충류의 뇌(reptilian brain)’라고 불리는 부분으로, 심장박동이나 호흡 같은 가장 기본적인 생명 활동을 담당합니다. 뇌간은 엄마의 배 속에 있을 때 거의 완전한 형태로 성숙한 채 태어납니다. 

두 번째 층은 뇌간을 감싸고 있는 대뇌변연계‘포유류의 뇌(limbic brain)’ 라고 불리는 부분입니다.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 같은 감정과 좋고 싫음, 단기 기억 등을 담당하는 부분으로 태어난 후 6세까지 집중적으로 발달합니다. 

세 번째 층대뇌피질 ‘생각하는 뇌(thinking brain)’라고 불리는 부분입니다. 지능, 사고, 언어 등을 담당합니다. 0세부터 발달하지만 7세가 되어야 어느 정도 성숙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뇌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능력을 기본적으로 갖고 태어나며,

6세까지는 감정, 정서 능력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7세 이후에는 학습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준비를 끝낸다


영유아기는 감정과 정서 발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영유아기감정과 정서 발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이면서, 동시에 학습을 할 준비는 안 돼 있는 시기라는 거죠.




조립을 채 끝내지도 않은 자동차를 몰고 고속도로로 올라가듯 이 시기에 공부를 시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바퀴가 있고 엔진이 있으니 느린 속도라도 달릴 수는 있습니다. 세 살 아기도 한글을 깨우칠 수 있고, 알파벳을 외울 수도 있죠. 그러면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앞서간다고 착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의 뇌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납니다. 준비가 안 된 지능을 사용하는 것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이때 아이의 뇌에서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물질이 나와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해마의 성장을 방해합니다. 영유아기의 공부가 뇌를 발달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뇌 발달을 가로막는 겁니다.


학습 스트레스가
강하게 지속될 경우

아이의 뇌는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습니다 


강도 높은 조기교육은 후천적 자폐 증상과 과잉언어증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영어 영재, 독서 영재 중에는 후천적 자폐 증상을 보이는 아이가 많습니다. 수많은 교육 도서와 연구 보고서, 다큐멘터리가 그 섬뜩한 사례를 고발한 바 있죠. 고강도의 조기 교육으로 인해 후천적 자폐 증상을 보이는 아이는 친구와 어울리기를 거부하고,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며, 무기력하고, 자기만의 세계에서 나오려하지 않습니다. 

이르면 4, 5세, 늦으면 초등 고학년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공부는 커녕 일상생활부터 힘들어집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이 지목하는 원인은 언제나 명확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속된 과도한 학습 스트레스가 대뇌변연계에 손상을 입혔다는 것이죠. 뇌 단층 촬영 사진을 통해 눈으로 확인되는 명백한 장애를 안게 됩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아이의 후천적 자폐 증상을 대하는 일부 부모들의 자세입니다. 아이가 후천적 자폐 증상을 보이는 것을 서번트 증후군(의사소통 능력 등 뇌 기능 장애가 있으나 암산 등 특정 부분에 우수한 능력을 보이는 증후군)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 천재가 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이보다 강도가 약한 학습을 시켰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후천적 자폐 증상보다 한 단계 낮으면서 훨씬 많은 아이가 겪는 증상으로 ‘과잉언어증(다독증)’이라는 게 있습니다. 과잉 언어증을 앓는 아이들은 글자를 읽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글의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은 극단적으로 떨어집니다. 《아기돼지 삼형제》를 유창하게 소리내서 읽을 수 있지만 자기가 읽은 것이 무슨 내용 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극단적인 읽기 열등 상태, 읽기 장애 상태입니다. 

과잉언어증으로 소아정신과나 학습치료센터를 찾는 아이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이 말하는 주요 원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지나치게 이른 조기 문자 교육, 습관적인 TV 시청, 잦은 스마트폰 사용. 전 세계에서 이 세 가지를 가장 많이 하는 아이들이 우리나라 유아입니다. 당연히 과잉언어증으로 소아정신과를 찾는 환아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학습의 강도를 더 낮추면 어떻게 될까요? 

후천적 자폐증이나 과잉언어증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시키면 문제가 없을까요? 

실제로 후천적 자폐증이나 과잉언어증을 앓는 아이보다 그렇지 않은 아이가 훨씬 많습니다. 다른 아이에 비해 학습을 적게 시킨다고 자부하는 부모님도 많을 거고, 우리 아이가 받는 사교육은 놀이 형태로 돼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학습치료센터를 찾는 아이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주요 증상은 학습 무기력과 낮은 언어능력입니다. 공부를 한다고 앉아는 있는데 실제로 학습을 하지는 않습니다. 교과서를 제대로 못 읽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아이들의 증상이 병적이지는 않습니다. 그저 이상하리만치 무기력할 뿐이죠. 




학습치료센터를 찾지 않는 더 많은 아이들도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증상을 겪습니다. 사교육 강사에게 설명을 듣고, 공부도 하지만 지극히 수동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학습 계획을 스스로 세우지도 못합니다. 스스로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도 떨어집니다.


“말을 시작하자마자 한글을 배운 아이는 책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글자라면 지긋지긋해 하는 거죠.”


KBS 다큐멘터리 <책 읽는 대한민국, 읽기 혁명>에 나오는 학습 치료전문가의 발언은 우리나라의 독서교육이 왜 성공하지 못하는지, 공교육이 어째서 붕괴 직전으로 내몰렸는지를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영유아기에 조기 교육을 받으면 아이가 더 똑똑해졌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착시에 불과합니다. 아이는 결국 학습에 무기력해집니다. 그 시기가 초등 고학년에 오느냐, 중학생 때 오느냐가 문제일 뿐입니다. 스스로 읽고 이해하기를 싫어하고, 싫어하기 때문에 점점 더 못하게 됩니다. 공부하라고 하면 사교육 강사만 쳐다봅니다. 


의욕과 성취감도 감정입니다. 감정은 대뇌변연계에서 나옵니다. 대뇌변연계의 성능이 떨어지는 아이는 의욕도, 성취감도 좀처럼 느낄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교육 선진국들이 조기 문자 교육을 금지하는 이유이며, 영유아기의 학습을 죄악시하는 이유입니다.


책 읽어줄까?

하루에 한 번, 아이에게 물어보세요.



한참 키가 크는 시기에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중요하듯 한참 대뇌변연계가 발달할 시기에는 대뇌변연계의 성장을 촉진하는 활동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합니다. 애정어린 눈맞춤, 다정한 스킨십과 대화, 함께하는 놀이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림책 읽어주기에는 이 모든 것이 다 들어가 있죠.


아이가 원하는 만큼, 즐겁게 책을 읽어주세요.

저는 이것이 영유아기에 할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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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직업강연자
독서교육전문가이자 어린이 청소년 지식도서 작가 최승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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