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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독쌤 Nov 01. 2018

공부머리를 위한 읽기의 기술

제대로 읽기의 힘

자기 주도 학습의 기본 조건

교과서의 언어 수준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올라갑니다. 초등 1학년 교과서보다 초등 2학년 교과서의 언어 수준이 더 높고, 초등 3학년 교과서는 더 어려운 식이죠. 이해를 돕기 위해 교과서의 언어 수준 상승식화한  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학년별 교과서 언어 수준 도식

초등학교 시절에는 교과서의 언어 수준이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눈으로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초등 1학년 교과서와 2학년 교과서, 3학년 교과서의 차이를 알 수 있을 정도 언어 수준의 차이가 확연합니다. 중학교에 진학할 때 교과서의 언어 수준이 툭하고 솟구칩니다만 중등 기간 동안에는 완만한 오름세를 보입니다. 중1, 중2, 중3 교과서의 언어 수준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 겁니다. 고등학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고등 교과서는 중등 교과서보다 훨씬 더 어렵지만 고등1, 2, 3학년 교과서의 언어 수준 차이는 그리 크지 않죠.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 발생하는 대규모의 성적 변동 현상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급격히 높아진 교과서의 언어 수준 격차극복하지 못하는 아이는 성적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그렇지 않은 아이는 성적이 오르거나 우수한 성적을 유지할 수 있지요.


자기 또래 교과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능력을

갖추는 것
역기를 들어올리려면 근력이 필요하듯 공부를 하려면 언어능력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자기 주도 학습을 할 수 있는 기본 조건입니다. 제 아무리 강철 같은 의지가 있어도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공부를 할 수 없으니까요.


지금의 언어 수준이 어떻든 교과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을 갖추는 것은 의외로 쉽습니다.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읽으면 됩니다. 청소년 소설 한 권을 제대로 읽으면 중학교 교과서의 언어 수준을 단번에 갖출 수 있고, <코스모스> 같은 성인용 지식도서 한 권을 제대로 읽으면 단번에 고등 교과서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언어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거죠. 


문제는 '제대로 읽기'의 방법이 무엇이냐겠죠.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텍스트를 정확하게, 맥락을 짚어가며 읽는 것이죠. 오늘은 청소년 소설을 제대로 읽는 방법을 책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서능력을 단련하는 제대로 읽기


1. 정독하기

책이란 기본적으로 엄청난 사고의 결과물입니다. 작가들은 책을 쓰기 전 단계에서 쓰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고를 거치죠.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작가의 이 사고량을 최대한 따라가 보는 것인데(이 사고량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언어능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정독으로 한 번 읽는 것으로는 사실상 발 뒷꿈치도 따라가기가 힘듭니다. 책을 제대로 읽을 워밍업을 끝낸 정도에 불과하죠. 스포츠에서도 그렇지만 독서에서도 워밍업은 매우 중요합니다. 재미있게, 한 문장 한 문장 꼼꼼하게 정독을 했다면 제대로 읽기의 출발점에 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한 문장 한 문장 질문 던지며 읽기

정독을 한 번 한 후에 처음부터 다시 읽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한 문장, 한 문장 세세하게 파악하며 읽는 것입니다. 작가들은 단 한 문장, 단 하나의 어휘도 그냥 쓰는 법이 없습니다. 그 문장, 그 표현을 쓴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죠. 따라서 소설을 읽을 때는 각 문장의 뜻, 작가가 그 어휘를 쓴 이유를 가능한 한 깊이 따져보는 게 중요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사사건건 "왜?"냐고 자문해보는 것이죠.

깊이 있는 독서는 좋은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모든 소설에서 공통으로 던질 수 있는 질문 중에 하나는 "첫 문장을 왜 이렇게 썼느냐?"입니다. 게리 폴슨의 청소년 소설 <손도끼>의 첫 문장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브라이언 로브슨은 지루하게 이어지는 캐나다의 북부 삼림 지대를 내려다보았다.


게리 폴슨은 첫 문장을 왜 이렇게 썼을까요? 이 책을 읽지 않았다는 핸디캡이 있습니다만 연습한다는 마음으로 답을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일단 이 첫 문장에는 두 가지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주인공이 '브라이언 로브슨'이라는 것과 우리의 주인공이 있는 공간이 '캐나다의 북부 삼림 지대'라는 정보지요. 한 문장 안에 주인공과 배경을 제시했으니 '일타쌍피'의 지극히 효율적인 문장인 셈입니다.

여기서 파생된 질문을 하나 더 던질 수 있습니다. "왜 하필 배경이 캐나다 북부 삼림 지대일까?"라는 질문 말입니다. 캐나다 북부 삼림 지대는 북극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는 꽤나 광활한 지역입니다.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 추운 곳이기 때문에 대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는 곳이죠(책을 한번 정독한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입니다). 분량 상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문명과 단절된 이 배경 설정은 이 책의 주제를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이 첫 문장은 주인공과 배경을 제시함과 동시에 이 책의 주제를 드러내는 셈입니다. 후덜덜하게 훌륭한 첫 문장인 거죠.



3. 한 챕터씩 끊어 읽기

문장 하나, 단어 하나를 얼마나 깊게 읽어낼 수 있는가가 제대로 읽기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이런 식으로 문장 하나, 어휘 하나에 촘촘하게 질문을 던지면서 읽으면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반복 독서를 할 때는 단번에 책 전체를 읽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한 번에 1챕터씩 끊어 읽는 게 효율적입니다. 청소년 소설은 챕터가 잘게 나눠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한 챕터에  10~15페이지 정도) 의지만 있다면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챕터를 읽기 전에는 반드시 그 전 챕터의 내용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세요. 그 자체로 이전 챕터의 독서를 점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챕터를 꼼꼼하게 읽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만약 어떤 청소년이 이런 식으로 전체 챕터를 다 읽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일단은 목차만 봐도 세부적인 내용을 자세하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상황은 물론 주인공이 신었던 신발 색깔까지 기억할 수 있죠. 또 정독으로 한 번 읽었을 때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층위에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이야기 자체의 주제를 보다 깊게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책을 제대로 읽어낸 것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읽어낸 이 경험은 그 자체로 큰 성장을 의미합니다. 

유사한 언어 수준의 다른 책을 읽어보면 그 성장을 곧바로 실감할 수 있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더 자세히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전보다 훨씬 더 깊은 층위에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테니까요.


언어능력이 높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층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정독으로 한 번 읽었을 때 그 글의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는가?

정독으로 한 번 읽었을 때 그 글의 내용을 얼마나 자세히 기억할 수 있는가?
제대로 읽은 책 한 권은 언어능력의 수준 자체를 바꿔놓습니다.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읽는 것만으로도 이 두 가지 능력을 엄청난 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끌어올린 능력으로 교과서를 읽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시험이 끝난 후, 공부머리가 좋아졌다는 사실을 점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번 이렇게 읽으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평소에는 2주에 한 권 정도 그저 재미있게 읽으면 됩니다. 그렇게 읽은 책 중에 유독 마음에 드는 책을 기억해뒀다가 방학이 되었을 때, 그 한 권을 제대로 읽어보는 겁니다.


진정한 독서의 재미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뛰어난 공부머리도 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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