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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독쌤 Nov 15. 2018

운동은 체력, 무술은 내공, 공부는?

독서력의 층위와 단련의 기술

운동선수에게는 신체능력중요합니다.

은하공화국의 수호자 제다이에게는 포스가, 강호 무림의 무도가에게는 내공이 중요하죠.

신체능력, 포스, 내공은 '코어'가 되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모든 분야의 사람들은 이 코어가 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당연히 학습에도 코어가 되는 능력이 있습니다.  바로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 '언어능력'이죠. 핀란드를 비롯한 유럽 선진국들, 미국과 일본, 유대인... 모두들 학습의 코어, '언어능력'을 관리하고 기르기 위해 교육적 역량을 총동원합니다.


오직 우리만
빼고 말입니다
언어능력은 학습과 사고, 지성의 '코어' 능력입니다.


핀란드를 비롯한 유럽 각국은 독서 기반 교육을 하고, 미국은 국립읽기위원회를 두어 언어능력을 관리하며, 유대인 교육의 핵심도 독서와 토론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공교육 그 어디에도 이런 노력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줄넘기 훈련을 하지 않는 권투 선수

웨이트트레이닝을 하지 않는 야구선수

달리기 훈련을 하지 않는 축구선수


운동선수는 신체능력을 길러야 하고, 제다이는 포스를 수련해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히 말입니다.



출발점은 저마다 다르다


능력에 있어서 평등이란 없습니다. 타고난 신체능력이 다르듯, 언어능력 또한 저마다 다릅니다. 독서를 하지 않은 아이들 대부분이 또래 적정치보다 한참 낮은 언어능력 점수를 기록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개중에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았음에도 깜짝 놀랄 정도로 뛰어난 언어능력을 가진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타고난 지능보다는 사고 패턴에 의해서 발생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평소에 모든 것을 인과관계로 사고하고, 사고량 또한 많습니다. 흔히 "왜?"냐는 질문을 많이 하거나, 교과서를 공부할 때 이해가 되지 않으면 넘어가지 못하는 식의 양상을 보이죠. 

아이들의 타고난 언어능력은 저마다 다릅니다.

자, 이렇게 출발점은 저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4~6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는 역대 최강의 제다이마스터 요다에게 '제다이 수련을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고 재능이 없다'고 늘 핀잔을 들었지만 은하 세계를 구해냈잖아요.

나이가 몇이든, 책을 얼마나 못 읽든 상관없습니다. 일단 시작하면 됩니다. 



일주일 5시간, 이야기책 읽기


초보 독서가가 독서를 시작하기에 이야기책보다 좋은 것이 없습니다. 이야기 자체가 우리에게 내재된 양식이기 때문에 이해하면서 읽기만 하면 굳이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이야기의 세부적인 사항을 모두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죠.

 

문제는 수많은 초등 고학년, 청소년 중에는 자기 또래 이야기책을 읽어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읽기는 읽었는데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독서의 1단계인 이야기책조차 제대로 읽을 수 없을 만큼 언어능력이 낮은 탓입니다. 이야기책조차 스스로 읽지 못하는 아이가 교과서나 참고서를 읽을 수 있을리 만무합니다.

읽고 이해하는 과정만 충실하다면 언어능력은 가파른 속도로 향상됩니다.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면서 읽었느냐?'가 중요합니다. 몇 시간이 걸리든, 몇 번을 반복해서 읽든 딱 한 권의 이야기책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읽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초등 고학년은 장편 동화를, 청소년은 청소년 소설을 매일 한 시간씩 속독하지 않고 한 문장 한 문장 이해하면서 읽어내려가면 됩니다. 다 읽고 나서 목차를 봤는데, 목차의 내용과 상황이 상세히 떠오른다면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 권만 제대로 읽어내면(구체적인 내용을 기억할 수 있게 읽어내면) 변화는 즉각적으로 일어납니다. 비슷한 수준의 다음 책을 읽을 때 한결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게 되니까요. 


이렇게 6개월만 읽으면 눈에 띌 정도의 변화가 일어납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6개월까지 걸리지도 않습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교과서나 서술형 문제를 이해하는 능력이 확연히 좋아집니다. 청소년은(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점수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수능 국어영역으로 6개월에 한번씩 평가를 해보면 점수가 10~20점씩 오르는 것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속독을 하거나 대충 훑어보면 100권을 읽어도 언어능력 점수가 꼼짝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언어능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상승합니다. 속독을 하거나 대충 훑어보면 이 과정이 대폭 축소돼 버립니다.


제대로만 해내면 1년 안에 책에 대한 거부감이 아예 없는, 읽는 족족 이해하고 술술 이야기할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음에도 우수한 국어 성적을 유지하고, 사회나 과학 과목의 성적도 덩달아 오르죠.



한 학기 한 권, 지식도서 읽기


이야기책 독서공감의 언어능력을 끌어올린다면, 지식도서지식 습득의 언어능력을 끌어올립니다.

성향이나 사고 패턴에 따라 이야기책 독서 단계를 거치지 않고도 지식도서를 읽을 수 있는 아이도 물론 있습니다만 이야기책 독서로 단련하지 않은 아이들은 지식도서 독서를 잘 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문장의 전개 방식 자체가 낯설고 어렵기 때문이죠.

밑줄 긋기, 초록, 필사 등은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한 보조 수단들입니다.

이 역시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을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식도서 독서의 핵심은 책을 읽으며 습득하는 지식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이해하고, 상호 연결하는 과정에서 길러지는 지식 이해 능력입니다. 이해가 되지 않은 채로 대충 읽으면 이 능력은 쉬 길러지지 않습니다. 수십 번을 읽든, 한 문단 한 문단을 꼼꼼하게 이해하면서 읽어나거든 한 권의 지식도서를 완전하게 읽어보는 경험 자체가 중요하죠. 


처음에는 10페이지만 넘어가도 '내가 지금 뭘 읽고 있는 거지?'하고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한 권의 지식도서를 완전하게 이해하면서 읽은 후에 같은 수준의 지식도서를 읽으면? 

이해의 정도도, 머릿속에 남는 지식의 양도 확연히 달라집니다. 이렇게 거듭하다 보면 학술 도서 한 권을 읽고 한 시간 동안 떠들 수 있는 숙련된 독서가에 도달할 수도 있죠.




언어능력의 관점에서 보면 독서 교육의 핵심은 결국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문제는 독서교육의 특성상 제대로 읽기를 아이에게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입니다.

책을 읽는 과정 자체를
사랑하는 아이로

기르는 것


독서교육의 모든 요소는 마땅히 아이가 책을 사랑하는 것을 돕기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으니까요.


아이에게 책과 책을 읽을 시간을 선물하세요. 아이가 책을 재미있게 읽지 못한다면, 이유를 찾아내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것이 바로 공부의 코어능력을 기르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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