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집이 된 병원

by 소소

나는 오늘도 작은 집으로 간다.

몸이 아프기 시작하니 감정 기복이 심해져 마음의 염증들이 하나씩 터져 나왔다.

체온 검사를 하니 몸속이 온통 시퍼렇다. 시리고 아픈 부위들은 까맣게 얼룩져 있다.

한 달 정도 약을 먹으면 괜찮아질 거라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여고 시절, 병원을 내 집 삼아 보냈다. 수업 도중 고열로 쓰러진 나는 친구 등에 업혀 응급실로 직행했는데, 그로부터 1년을 꼬박 집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결핵성 늑막염이었다. 늑막이라는 게 양쪽 갈비뼈 아래에 있다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폐와 흉벽을 감싸는 흉막에 염증이 생겨 숨 쉴 때마다 지독한 통증에 시달렸다. 내 팔뚝보다 더 커다란 주삿바늘을 꽂아 늑막에 찬 물을 빼내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완치되었지만 늑막에 새겨진 염증 자국은 아직도 X-레이에 고스란히 남았다.

우울했던 1년여의 병원 생활은 나에게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아프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코로나로 외출이 어려웠을 때도 매일 운동과 스트레칭을 거르지 않았다. 그런데 중년의 나이가 되니 건강도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작년보다 올해 더 좋지 않다고 느낄 때마다 우울해진다.

한의원에 도착하니 점심시간 바로 전이라 대기자 없이 바로 진찰할 수 있었다. 담당 선생님은 나의 현재 건강 상태와 원인까지 조목조목 설명해주셨다. 선생님의 친절한 진료가 조금은 위로가 된다. 이제는 집과 병원, 두 집 살림을 즐겁게 할 나이가 돼버린 걸까.

햇살은 자신이 세공한 창이 마음에 드나 보다. 방의 커튼 사이로 삐죽 고개를 내밀어 타이핑하는 내 손을 어루만진다. 조금 더 힘내보라고 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