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카메라 일 때는 사진을 찍고 나면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시간은 기대감으로 가득하고 인화된 날짜에 사진관에 사진을 찾으러 가는 날 나의 발걸음은 중력을 거슬러 붕붕 떠있다.
사진들이 들어있는 봉투를 받아와 잘 찍힌 사진이 있는 날은 기분이 좋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도 난 맘에 드는 사진들을 인화하기도 하고 앨범을 만들어놓는다.
인화한 사진은 내가 일하는 업무 책상에 두고 액자에 넣어 거실장 위에 놓기도 하고 벽에 걸어둔다.
그 사진들을 보면 그때의 영상들이 플레이 되면서 행복했던 순간들이 스틸컷 된다.
나만의 포토제닉상을 뽑아 본다.
이번에 이사 후 아이들 앨범을 뒤적거려 찾아낸 사진 한 장이 있다.
큰딸이 막 걷기 시작했을 때의 사진이다.
남원 광화루에서 찍은 듯하다
"웃어봐~ 그래야 예쁘게 나오지"
그날은 웃는 게 귀찮았는지 예쁜 짓을 하는 게 아니라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의 웃음이었다.
억지웃음을 지은 표정이다.
머리를 너무 짧게 잘라줬다며 친정어머니께서
땋은 머리가 달린 모자를 사주셨었는데 그 모자를 좋아했다.
사촌 언니가 물려준 물방울 원피스에 땋은 머리가 달린 모자를 쓰고 고개를 힘껏 뒤로하고 커다랗게 입을 벌리며 웃는 모습이다.
두 번째는 작은 애가 호주에 일 년 동안 가 있을 때 보내온 사진이다.
친하게 지냈던 일본인 친구였던 애리가 찍어준 사진이다.
딸이 혼자서 퍼스에 간다고 했을 때 흔쾌히 승낙을 했었다. 하지만 부산공항에서 딸이 들어가는 모습을 뒤로하고 한참을 울었다.
왜 그리 못나게 울었었는지...^^
인터넷으로 인해 먼 타국에 있는 딸의 매일같이 보내오는 사진과 SNS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며 잘 지내고 있는 모습에 뿌듯하고 좋은 인연을 만난 것도 감사했다.
세 번째는 최근에 친구가 찍어준 내 사진이다.
이 사진을 보면 그냥 웃음이 난다.
자연스럽게 책 읽는 모습을 찍어달라는 나의 의도적인 설정도 어색했던 그때 상황때문이었을까?
나는 활짝 웃으면 눈이 작이 지고 주름이 잡혀서 활짝 웃는 모습이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진은 맘에 든다.
사진 전문가가 찍어준 사진들은 왠지 어색하고 맘에 드는 사진을 찾기 힘들다.
사진은 찍히는 이의 표정도 중요하지만 찍는 사람의 상대에 대한 마음과 관심의 정도에 따라 베스트 포토제닉이 만들어 지는거 같다.
전문 사진가가 아닌데도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언제 상대가 가장 예쁘게
나오는지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상대를 꼼꼼히 관찰하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그래서 사진은 찍히는 사람만큼,
찍는 사람도 드러난다. - 이동섭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