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물건 3가지
첫째, 책이다.
첫아이를 낳고 "신생아"라는 생명체를 처음 보았다. 아주 작은 인형 같기도 하고 소인국에서 온 작은 사람 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두려웠다.
어떻게 안아야 하나. 무엇을 먹어야 아프지 않고 자랄까. 언제 이 아이가 말을 하게 되는 걸까.
친구들 중 결혼을 가장 먼저 했던 난 아이라는 한 인간을 대하는 게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간접경험을 해보지 않았고 엄마라는 역할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상황에서 아이를 낳았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책이었다.
육아서를 의존하며 아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책은 나에게 인생의 해답을 알려주는 곳이었다.
또한 힘들 때 위로를 해주는 다정한 친구와도 같다.
두 번째는 문장 수집노트이다.
그적그적 그동안 읽었던 책의 문장들을 그 순간 감정을 붙잡기 위해 어느 날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갈겨쓴 문장도 있지만 여러 번 적어놓은 문장들. 글씨체를 보며 그때의 감정을 되살리기도 하고 다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자동차 운전석 서랍에도 자그마한 문장 노트를 넣어두고 다녀였다.
일을 하다 힘들면 한 장씩 넘기며 나를 위로하는 문장들과 함께 하면 하루를 마감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재충전이 되었다.
그런 문장 수집노트를 이사를 자주 다니는 바람에몇 해 전엔 잃어버린 것이다. 마음 한켠을 도려내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집안 곳곳을 찾고 찾아 헤매었다. 서랍 안에서 그 귀퉁이를 보는 순간 기쁨의 환호성을 내쉬어졌다.
세 번째는 아이들이 나에게 사준 반지이다.
내 손에 있던 반지, 몸에 있던 목걸이 모든 것을 빼앗기다시피 했었던 적이 있다.
아끼던 목걸이를 그 자리에 앉아 풀어서 주는 순간 나한테 있는 생기들을 모두 날려버리는 심정이었다. 그렇게 나한테 남은 액세서리는 하나도 없었다. 나한테 소중한 것들을 모두 빼앗겼다.
이제 나의 손엔 아이들이 생일에 선물해 준 탄생석이 박힌 판도라 반지이다.
탄생석의 의미는 성공이라고 한다.
"엄마에게 색깔도 의미도 어울리는 반지인 거 같아. " 나의 몸에 있는 건 나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소중하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은 잃어버리면 속상한 물건들이기도 하다.
나를 살아내게 했던 것은 책이 었고 그런 나를 빛나게 만들어주는 이들은 가장 소중하고 사랑하는 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