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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김씨 May 21. 2017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

Book인;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요즘 정치계에서 셀럽을 꼽아본다면, 단연 조국 민정수석과 유시민 작가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작가인, 전직 꽤나 고생한 정치인이자 장관이었던 그가 왜 조명받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옳고 그름에 대해 자신만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탓에 사람과의 관계나 일을 해나감에 있어 어려움이 많았지만, 돌아보면 그게 틀리지 않다는 것을 이제야 사람들이 알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기 힘들다는 것 알았지만, 대신 시간이 지나 그 물이 우리의 식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기억과도 비슷하다. "제가 일 할 때는 그렇게 욕하더니, 내려오고 나니 보고 싶다고 하고 좋다고 찾아와 주니 좋습니다."라고 봉하마을 인터뷰에서 그분은 말씀하셨다. 그 덕분에 10년 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국민들은 삶과 정치가 얼마나 관계가 깊은지 알게 되었고, 보다 자유롭고 현명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유시민 작가 또한 같은 맥락 속에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의 말과 책은 더욱 인기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유시민 작가의 책은 많지만 최근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던 나에게 책 제목부터 남다르게 다가와 이것으로 골랐다. 그리고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줄도 긋고, 내 생각을 써보기도 하고, 한참을 멍하니 내 삶에 대해 돌아보기도 하고, 그러다 먹먹해지면 눈물이 나기도 했다. 내 지금 고민을 그도 했다는 사실이 반갑기도 했거니와 삶에 대해 다르게 바라보게 해주었다는 사실도 즐거웠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선배가 가본 길에 대해 알려줘 고마웠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대해 나처럼 공감하는 것은 아마 쉽지 않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내 삶과 경험을 투영하며 읽었으니 그럴 게다. 그래서 리뷰라기보다는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던 나의 생각을 공유해보려 한다. 유시민 작가의 삶에 내 삶을 투영한 글이니 책의 논조와는 전혀 다를 수 있음을 미리 말한다. 다만 20~30대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우리의 삶은 유한한다. 이 유한성에 대해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지, 무한한 삶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도 주지 못한다. 머릿속에 그려보자. 시한부 환자에게 하루는 어떨까. 하루가 너무 소중할 것이다. 그래서 정말 하고 싶은 일들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고 싶을게다. 그 이유는 내일보다 소중한 것이 오늘, 지금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음은 없기에, 최선을 다해 살아낼 것이다. 그래서 끝이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언제 끝일지 아는 삶을 우리는 시한부라고 말한다. 종종 우린 신문기사를 통해 시한부 3개월의 삶을 선고받고도 10년을 사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된다.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대략 어느 시점에 죽을 거라는 것을 아는 게 시한부 인생이라면 우리는 모두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모두 대략 100세 정도에 죽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고 언젠가는 확실히 죽는다는 것을 안다. 시한부인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듯 시간을 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된다.  


"마흔 살이 되던 새해 첫날 아침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그 생각이 났는지, 아니면 그 생각 때문에 잠을 깼는지 분명하지 않다. 하필이면 왜 그때였는지 모르겠다. (중략) 질풍노도 같았던 네 청춘의 열정은 바닥이 드러났다. 인생 열차의 엔진은 식어버렸다. 이젠 오르막을 달릴 수 없다. 내게 남은 길은 평지와 내리막뿐이다.(중략)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들고 죽는다. 그런데 일반적 명제에 불과했던 이 말이 그날 아침 문득 존재의 자각으로 바뀌었다. 시간이 더는 지천으로 남아돌지 않았다." [72p]


죽음은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다만 그 사실을 알고 준비하는 것과 미루 어두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뿐. 이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은 삶에 대한 의미를 알고 사는 것이기 때문에 행복한 삶에 가까이 있다. 노자사상에 보면 '생즉사 사즉생'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삶을 이루는 모든 것은 빛과 어둠으로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삶 그 자체가 빛이며, 죽음이라는 어둠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생이 곧 죽음이며 죽음이 곧 삶이라고 말했다고 난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할 때 내가 만약 시한부라면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작가도 삶의 유한성이 주는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고, 자신이 추락하는 비행기에 있고 10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썼다. 나 또한 그렇게 해보니, 그냥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나더라. 나는 특히 동생이 생각나더라.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동생 그리고 부모님이 떠올랐다. 친구들과 친한 형 동생들, 직장 동료가 뒤를 따랐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왜 이리 미안하게만 살았는지 모르겠다. 아마 욕심이 많고 내 것만 챙기는 성향이 있어 더 그런 거 같다. 앞으로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눈감을 수 있게 해야겠다. 그렇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또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그럼 나에게 1개월, 3개월 아니 1년, 3년의 시간이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따뜻하게 살고 싶고, 부모님과 동생과 다시 여행을 갈 것이다. 그리고 책을 보고 글을 쓰고, 사람들과 나누면서 살고 싶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그 모든 것을 함께 즐기고 나누며 살고 싶다.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은 바로 죽음이라는 유한한 삶에 대한 이해와 그 유한한 삶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고민하는 것이다. 


"내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살자.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얽매이지 말자. 나 스스로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꼭 그만큼만 내 죽음도 의미를 가질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산다."[90p]


"어떻게 사는 인생이 훌륭할까. 일단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고 싶어서 마음이 설레는 일을 하자. 그 일을 열정적으로 남보다 잘하자. 그리고 그걸로 밥도 먹자. 이것이 성공하는 인생 아니겠는가."[78p]


"사실 나는 죽어가고 있다. 열정적으로 일하고 즐겁게 놀고, 깊게 사랑하고, 뜨겁게 연대하는 모든 순간마다 조금씩 죽는다. 나는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삶과 죽음의 마지막 순간을 맞게 될까.(중략) 죽음은 단순히 삶의 끝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중략) 어떤 죽음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과 의미, 품격이 달라진다. 남아 있는 삶의 시간이 길수록 죽음에 대한 생각은 더 큰 가치가 있다."[71p]


잊지 말자.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지금 이 순간 자유로운 존재로서 있는 힘을 다해 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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