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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김씨 Jun 11. 2017

자소서에 회사 이야기 걷어내기

인문학 자소서 vol. 6

인문학 자소서라고 시작한 건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고 사람(자신도 포함) 중심으로 쓰자는 이유거든요. 우리는 꿈과 비전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준비한 것들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고, 또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며, 스스로 개선할 부분과 발전시켜야 할 부분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요. 이를 기반으로 일의 관점에 맞춰 써 내려가면 자소서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소서 첨삭을 해보면 많은 학생들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요.


"00 기업이 원하는 것에 맞추어, 또 적성보다는 직군에 우선 맞춰 썼어요"

"00 기업의 인재상은 어떻게 담아야 할까요?"

"00 기업에서 최근에 관심 있는 사업분야, 최근 마케팅한 것들, 주요 언론에 다룬 내용들을 담아야 해요"

"한 두 가지 정도는 그 회사의 내부적인 스토리나 사업에 대해 써야 하지 않을까요?"

"그 회사가 이런 프로젝트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넣었어요."

"제가 들었는데, 이런 KPI, ABC라는 단어를 사용하길래 썼어요"


[자소서 예시 1]
귀하가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이며 왜 그 기준에 INNISFREE가 적합한지 기술하시오. (785/800)

(중략) 이니스프리는 제주 용암해수를 활용한 상품을 출시하는 등 자연을 통한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모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아모레퍼시픽 재단을 통해 인문학 강좌를 제공하고 아시아의 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내적인 아름다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략)
이니스프리는 매년 그린 프라미스를 통해 친환경 캠페인을 펼치고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자연과 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플레이 그린 페스티벌, 에코 손수건·공병 수거 캠페인을 고객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 이니스프리에서 일하며 우리가 사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나가고 싶습니다.(하략)


한 친구의 이니스프리 지원 자소서예요. 본인이 회사를 선택하는 이유 800자 작성하는 거예요. 총 800자인데 회사 이야기로만 거의 380자를 써버렸어요. 여기서 해야 할 얘기는 내가 어떤 식으로 회사를 선택해야 하는지 나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야 하는데, 왜 회사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하는지 모르겠어요.


[자소서 예시 2]
CJ제일제당 및 선택한 직무에 대한 지원동기는 무엇인가요?
⓵선택한직무에관심을갖게된계기⓶본인이지원직무를잘수행할수있는이유(본인의 강점,준비, 관련 경험에 근거)③ CJ제일제당이 아니면 안되는 이유를 반드시 포함하여 구체적으로 작성해주세요.(1000자 이내)

(중략) 직접적인 현장조사는 최근 가정간편식(HRM) 제품이 증가함에 따라 각 유통 및 식품업체들이 할인 및 브랜드 모음전과 같은 매장 진열 및 프로모션 등의 전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CJ제일제당의 식품사업은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영향력이 가장 큰 사업분야입니다. (중략) 이를 위해 페이스북, 블로그 및 인스타그램 등 고객들에게 가장 접근성이 높은 적극적인 SNS 마케팅을 활용하여 쿠킹클래스, 이벤트, 레시피 소개 등을 통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CJ제일제당에 지원하는 이력서예요. 1천자인데 287자를 회사 이야기로 썼네요. 마찬가지로 내가 왜 여기에 지원하게 된 것인지를 작성한 게 아니고, 그저 회사가 현재 하고 있는 일, 누구나 다 아는 신문에 다루고 있는 이야기를 썼습니다. 


그럼 정말 회사에 대해 많이 안다고 하면 뽑아줄까요? 다음 이야기를 보고 한 번 생각해봐요.


본인이 아주 아주 유명한 대단한 춤 동아리 선배인데 후배를 받아야 해요. 하지만 이번에 재정이 바닥나서 버스킹을 해서 회비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이때 후배를 뽑는다고 하면 누구를 뽑을지 한번 골라보세요.

첫 번째 친구는 우리 동아리의 과거사, 선배들 이름, 우리 동아리만 사용하는 은어들, 게다가 우리 동아리의 매년 하는 행사들에 대해 다 알고 관심이 높아요. 춤에 대해 열정은 보통인 것 같고요.
두 번째 친구는 우리 동아리 이야기는 하나도 모르는데, 춤을 잘 추고 춤에 대한 열정이 있어요.


전 고민할 것 없이 두 번째 친구예요. 여러분은 어때요? 느낌이 오시나요? 


우리의 자소서는 글자 수가 제한되어 있고, 내가 지원하는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더욱 제한되어 있어요. 그래서 그다지 정확하지 않고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들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리고 회사는 미래를 책임질 신입사원을 뽑으려 하는데, 기존의 회사 사업을 많이 안다고 뽑는다는 건 좀 안 맞지 않나요? 회사에 대해 잘 아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헷갈리지 말아요~


자, 그럼 우리가 이렇게 실수하는 것들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을 쓰고 나면 수정하는 퇴고 작업을 하듯, 우리가 자소서를 쓰고 난 뒤 해야 할 게 있습니다. "관련 없는 회사 이야기 걷어내기"입니다. 기준은 바로 면접에 있어요!!


자소서에 있는 내용에서 그 회사와 관련된 것들 중
1. 누구나 아는 그 회사와 관련된 것(신문, 인터넷 뉴스 등)
   -> 면접에서 질문하지 않을 것 걷어내기
2. 내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회사와 관련된 것
   -> 면접에서 질문해도 내가 유창하게 말할 수 없는 것 걷어내기 


잊지 마세요. 자소서는 자기 얘기만 해도 부족하다는 사실! 그리고 회사의 이야기가 중요하지 않다기보다 본인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는 게 사실!


내가 마케팅을 지원하는데, 왜 그 회사가 최근에 CSR 마케팅에 관심이 있다는 걸 자소서에 넣는 걸까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해본 적도 없는데 굳이 그것과 연계해 쓴다고 억지로 자신의 경험을 끼워 맞추고 있는 게 아닐까요? 자신감 가지고 스스로를 더 깊이 있게 분석해보면 좋겠습니다. 그 회사에게 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나 이런 사람이라며 맞춰보자고 해보세요. 어쩌면 그런 사람에게 회사는 더 끌릴지 모릅니다. 결국 사람을 뽑는 건 사람이지 시스템은 일부일 뿐이거든요. 


자신의 단점을 내려놓고,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개선할 부분과 안 되는 것에 대해 말하는 사람.

자신의 장점만 말하고, 절대 단점은 말하지도 않고, 그 회사에 대해 많이 안다고 하는 완벽해 보이는 사람.


누가 더 매력적인지는 스스로 판단해보시고, 자신에게 맞는 매력으로 자소서를 준비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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