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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싯적 문학소녀 Nov 02. 2022

에디터, 프리랜서, 앞으로의 교양

13년 에디터 경력에 지금 현재 나는 어디쯤


에구머니나!

세월이 어언 13년이 흘렀습니다. 제 시간이 빠른 걸까요, 아니면 저만 이뤄놓은 게 없는 걸까요. 갑자기 제 커리어가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13년의 시간 동안 끊임없이 일을 해왔지만 아직 어떤 일에 특별하게 뛰어나지도, 트렌드에 맞는 폭넓은 일을 다 행할 수 있지도 않거든요. 에디터의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면 적어도 기록이란 걸 했으면 참 좋았겠지만, 일을 처리하기에 급급해 포트폴리오조차 모아두지 않았다니.


이렇게 멍청할 수가 있을까요.


저는 모 패션지 매거진의 에디터였습니다. 시작은 그랬어요. 하지만 큐레이션 개념의 에디터가 아닌, 패션지 매거진은 기획자이자, 스타일리스트, 때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피라이터를 총망라하는 복잡 다난한 업무가 얽혀 있어요. 과거에 일을 할 때도 그랬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잡지사 에디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진 못하더라고요. 뭐, 내 일도 아닌데 그리 관심이야 있을까 싶지만. 저도 남들한테 관심 없어요. 하하.


정확히 남들, 남들의 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제가 '프리랜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난 뒤부터 입니다. 매거진 에디터를 계속해오지는 않고, 나름 시대를 따라간답시고 브랜드에 관련된 많은 일들을 했어요. 많은 일이라고 해도 이력서만 들여다보면 그리 능력 있어 보이지도 않지만요. 저보다 대단한 사람이 많아요.

그러니까, 이제는 프리랜서인 이상 제가 어느 어느 소속의 에디터(디렉터, 마케터, 기자 등등)가 아닌 이상 무언가 확실한 과거 타이틀 혹은 제가 온라인상에서 쌓은 업적(?)이 필요한 거예요.


앞서 '마케팅'이라는 직무를 담당했다고 언급했죠. 네, 마케팅도 콘텐츠 기반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다 보니 저의 역할이 필요했어요. 예를 들면 잡지와 같은 사진과 글이라든지 혹은 광고 영상, 라이브 쇼핑 같은 것들요. 지금의 콘텐츠 마케터였던 거죠. 그 뒤는 숫자를 보는 브랜드 운영팀이 담당했어요.


'숫자' 중요한 세상입니다. '데이터' 메인으로 떠오른지 오래예요. 브랜드에게 숫자란 결국 돈으로 환산되기 때문에 마케터에게 숫자를 보고 분석하는 역할은 더없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걸  못해요. 지금 하는 일을  잘하느냐, 아니면  시간을 쪼개 퍼포먼스 마케터 같은 역할을  잘하느냐. 기로에  있습니다(하기 싫은  이렇게 표현을...) 이미 답은 정해져 있어요. 어차피 숫자를 보게 된다는 .


도서 <앞으로의 교양>에서 사사키 노리히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작년에 처음 접하고, 어제 다시 또 읽어도 역시나 공감 되는 이야기가 가득해요.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는 데이터를 구입해서, 그에 따라 서비스나 물건을 만드는 시대라는 것입니다. 페이지뷰에만 신경을 쓰면 내용이 비슷해지고, 데이터가 너무 없어도 편집자의 요행이나 믿음에만 의지하므로, 독자의 요구와 괴리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데이터와 콘텐츠 양쪽 모두를 갖춰야 괜찮은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죠."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남들과 비슷한 내용, 엇비슷한 생각으로 글을 남기고 있는 건 아닌지 아직도 의문스럽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카피라이팅과 브랜드와 마케팅에 대해서 수없이 얘기하고 있으니까요. 저도 많은 도움이 되지만 이제는 그 이론에 매몰되어 성공하는 상상만 하기에는 헛된 희망이랄까요, 고통스럽달까요. 13년 동안 얻은 것과 앞으로 펼칠 제 일과 어디서 주워듣고(?) 보고 배운 것들을 있는 힘껏 쥐어짜 남겨둘 생각입니다.


ps.

편집자, 디자이너, 건축가, 예술가 이 모든 분야가 아니더라도

<앞으로의 교양> 꼭 읽어보세요! 현실을 통찰하고 미래를 읽는 교양, 그 이상의 것을 얻게 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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