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의 부피
만약에 우리 인간에게
악수, 토닥임, 포옹, 키스 같은
행동언어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 빈 자리를
지금보다 더 많은 언어로 채웠을 것이다
그래서 언어는 교활하게 더 많은
형용어구들로 풍요로웠을 것이고
깊은 허위와 위선의 화술,
진심을 간파하기 위한 지혜가
짱짱하게 이마를 맞대었을 테고
세상은 언어의 무덤처럼 부풀어
더 많은 이가 죽어 나갔을 것이다
행동언어를 쓸수록
입술은 좀 더 담백해지고
혀는 더 믿음직스러워지고
펜은 더 우직해질 것이다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것들은
행동으로서 세상에 드러나길
기다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