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등은 누구인가요
찬 바람이 불면
등으로 막아선다
무언가 위에서 떨어지면
급히 숙여 받아내는 것도 등
잠을 잘 때마다 등을 깔고 자고
비듬이며 땀이며 다 받아내고
좋은 경치도 등은 마지막에 본다
내가 다 보고 미련없이 돌아설 때
매번 서툰 이별, 마지막 인사도 항상 등의 몫이다
매번 힘들고 미안한 일을 맡기면서도
나는 하루에 한 번 제대로
내 등판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싫은 사람에게만
등을 내밀어 보일 뿐이다
등판에는 척추도 있고
신이 주신 갈빗대도 있고
그래서 내 붉은 장기들은
꼬깃꼬깃 몸을 접고 편히 쉰다
말하자면, 나는 내 등에 안겨 산다
주변에 등판 같은 사람이 있다
가족, 연인, 동료, 선후배,
친구L, 친구K, S...
이 중의 누군가이기도 하고
이들 모두이기도 하고
연말엔 올해의 등판이었던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지내봐야겠다
오랜만에 반가운 누군가를 만나 서로를 안을 때
손이 가장 먼저 닿는, 등.
등은 그때쯤 비로소 위안 비슷한 걸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