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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 Jerk Nov 09. 2015

등판

당신의 등은 누구인가요

찬 바람이 불면

등으로 막아선다

무언가 위에서 떨어지면

급히 숙여 받아내는 것도 등

잠을 잘 때마다 등을 깔고 자고

비듬이며 땀이며 다 받아내고

좋은 경치도 등은 마지막에 본다

내가 다 보고 미련없이 돌아설 때

매번 서툰 이별, 마지막 인사도 항상 등의 몫이다


매번 힘들고 미안한 일을 맡기면서도

나는 하루에 한 번 제대로

내 등판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싫은 사람에게만

등을 내밀어 보일 뿐이다


등판에는 척추도 있고

신이 주신 갈빗대도 있고

그래서 내 붉은 장기들은

꼬깃꼬깃 몸을 접고 편히 쉰다

말하자면, 나는 내 등에 안겨 산다


주변에 등판 같은 사람이 있다

가족, 연인, 동료, 선후배,

친구L, 친구K, S...

이 중의 누군가이기도 하고

이들 모두이기도 하고


연말엔 올해의 등판이었던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지내봐야겠다


오랜만에 반가운 누군가를 만나 서로를 안을 때

손이 가장 먼저 닿는, 등.

등은 그때쯤 비로소 위안 비슷한 걸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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