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만 잘 따라주면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객실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 후루룩 도착하고
책을 펼쳐들고 나면 든든하게 내리는
그 간단한 선택 사이에서
자못 진지하게 고민도 해보지만
결국 독서를 하거나 못하는 건
자리가 마침 비었다든가
이어폰에서 마침 좋은 음악이 나온다든가
카톡이 마침 울린다든가 하는
매우 우연적인 요소들 때문이었다
운동이 좋다는 걸 알고도
운동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도
아주 약간의 컨디션 난조만으로
헬스장을 모른 척 지나치는 것처럼
독서란 굉장히 섬세한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