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편지 22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
난 무조건 바다야.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 바다를 더 자주 못 가서 바다가 좋은 건가 생각해 봐도 아니야. 그냥 더 좋은 것 같아. 뭐가 그렇게 좋은지 가만히 생각해 봤어.
바다 특유의 짠내도 좋고,
차가운 바닷물이 발끝에 닿는 그 순간도 좋고,
밀려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파도를 따라 뛰어가며 점프하는 것도 너무 좋아.
파도 소리도 참 좋고,
해변을 따라 걷는 건 또 얼마나 낭만적인지 몰라.
따뜻한 모래에 발을 푹 파묻는 것도 좋고,
모래놀이도 재미있지.
촉촉한 모래 위에 나뭇가지로 끄적이는 것도 좋아하고,
예쁜 조개껍질이나 동글동글한 돌멩이 줍는 재미도 쏠쏠해.
꽃게, 말미잘, 불가사리, 샌드버그…
다양한 해양생물을 만나는 것도 신기해서 늘 설레.
바다 색깔은 또 어떻고~ ‘어쩜 이렇게 이쁘게 만드셨을까..‘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을 만드신 하나님의 위대함과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어.
그리고 earthing이라고 다들 알지? 우리말로는 ‘접지’라고 하는데 지구 표면에 존재하는 에너지에 우리 몸을 연결한다는 의미래. 맨발로 땅을 밟으며 걷는 행위를 말하는데 단순한 걷기가 아니라 자연을 감상하며 치유하는 체험이라고 소개되면서 유명해졌어. 특히 해변가 걷기는 super earthing이라고 할 정도로 효과가 가장 좋은 곳 이래. 적당한 햇빛, 그리고 소금기 있는 바닷물과 함께 모래사장을 맨발로 걷는 것만으로도 건강과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해.
우리 남편은 그래도 산이 더 좋대~
넌 어디가 더 좋아?
그렇게 바다가 좋으면 자주 가야 할 것 같은데 막상 잘 안 가게 되는 이유는… 결국 귀찮아서겠지? 수영복이나 여벌 옷 챙기고, 돗자리나 파라솔, 음료수와 간식까지 준비해야 하고, 놀고 나면 온몸에 붙은 모래도 떼어내기 힘들고… 아이들이 어릴 땐 그게 더 힘들어. 씻겨놔도 다시 모래가 붙고, 결국 차 안도 모래밭이 되지. 이런저런 거 따지다 보면 사실 어디든 가기 힘든 건 마찬가지야.
그래서 그런 생각은 하지 말고 좋은 것만 생각해야 해. 그런 자잘한 수고보다 바다에서 얻는 행복이 훨~씬 크니까!
우리 아이들도 바다 정말 좋아해.. 바다에 가면 마냥 신나서 오래 있고 싶어 해. 다행히 우리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바다가 가까워서 자주 갈 수 있는 것도 큰 축복이야. 얼마 전에 Crystal Cove라는 곳에 다녀왔어. 집에서 차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어.
아직 날씨가 쌀쌀해서 수영복은 안 챙겨가고 편한 바지를 입고 갔어. 우리 아이들은 바다를 보자마자 바지먼저 걷고 바닷물로 뛰어들어 갔어. 나도 신발을 벗어던지고 아이들과 함께했지~ 난 지켜보기보다는 뭐든 같이하는 편이거든. 파도랑 잡기놀이를 하다가 모랫속 샌드버그도 찾고 모래성도 만들고 미역도 주워와서 모래성을 꾸몄어. 꺄악 꺄악 소리 지르며 스트레스도 풀고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깔깔거리며 즐겁게 놀더라고. 보는 내내 행복 그 자체였어.
그렇게 한참을 놀다가 큰 바위들이 붙어있는 곳으로 옮겨가 봤어. 그 근처에는 말미잘이랑 조개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손으로 살짝 건드리면 쫀득하게 손가락에 달라붙는 게 아이들에겐 너무 재미있는 경험이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놀더라고.ㅍ그렇게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고, 이제 집에 가자 했더니 아이들이 너무 아쉬워했어. 그 모습에 ‘조금 더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나도 오랜만에 너무 좋았어.
오늘 바다 얘기 어땠어? 내가 뭐 하고 왔는지 눈에 다 그려졌지?
내 얘기 들으니까 너도 가고 싶어지지 않아?!
너는 마지막으로 바다에 간 게 언제야?
넌 바다의 어떤 점이 좋은지 나에게도 말해줘~!
그리고 너도 언제 날 잡아서 꼭 바닷바람도 쐬고 super earthing 맨발로 모래도 밟으며 힐링하고 와! 나도 조만간 아이들이랑 또 가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