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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저널리즘 May 09. 2018

책의 위기는 발견성의 위기

#51.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문자가 오가는 시대지만 문자의 위상이 이토록 낮은 적이 없었다. 쇠락의 중심에 출판이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50)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출판평론가다. 1993년 민음사에 편집자로 입사해 편집장을 거쳐 대표 편집인을 지냈다. 2014년 편집문화실험실을 설립하고 출판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출판의 위기에 대해 장은수 대표는 할 말이 많았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 출판의 위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생산과 유통, 소비로 구분해서 생각해 보자. 지난 5년간 출판사 수가 25퍼센트 늘었다. 책 생산도 비례했으니 생산의 위기로 보기 어렵다. 유통 역시 본질적 위기는 아니다. 온라인 서점의 매출액은 증가세이고 대형 서점 역시 지점을 계속 늘리고 있다. 결국 소비의 위기다. 두 가지 원인이 있다. 먼저, 여가 시간 점유율을 다른 미디어에 빼앗기고 있다. 둘째는 발견성의 위기다.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알리기가 굉장히 어려워졌다.”

- 발견성의 위기는 콘텐츠 비즈니스 전체가 겪는 어려움 아닌가?

“책은 다른 콘텐츠에 비해 생산량이 너무 많다. 대형 출판사는 1년에 400종씩 책을 낸다. 하나하나 비용을 들여 알리기가 불가능하다. 영화사는 1년에 많아야 영화 한두 편을 제작한다. 영화 한 편에 자금과 홍보력을 집중할 수 있다. 음악은 매일 음악을 틀어 주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매일 책을 소개하는 미디어는 없다. 과거에는 신문이 그 역할을 했지만 지금 신문은 출판보다 더 심한 위기 아닌가.”

- 다른 산업과 비교할 때 출판계의 혁신 속도는 어떠한가?

“상당히 보수적이라 혁신이 느리다. 전 세계적으로 다 그렇다. 종이책이 갖고 있는 물성을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종이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방송과 음악은 콘텐츠와 재생 장치가 분리돼 있다. 그런데 책은 콘텐츠가 곧 컨테이너였던, 거의 유일한 문화 상품이다. ‘원 소스 멀티 포맷(one source multi-format)’의 사업 모델이 십몇 년 전부터 개념적으로 나와 있었지만, 종이책이라는 컨테이너에 대한 소비자의 애착이 강해서 혁신 속도가 아주 빨라지기는 어렵다.”

서점 트렌드가 도서 노출에서 편의성 증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일본 츠타야 서점)


- 국내 전자책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한국도 7대3으로 가고 있다. 웹툰과 웹소설 매출도 넣어야 한다. 아마존이나 왓패드의 전자책은 사실상 웹소설과 성격이 비슷하다. 2017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출판 시장 전체가 4조 278억 원 정도다. 전자책이 약 2000억 원, 웹소설이 약 2000억 원, 웹툰이 7240억 원 정도로, 합쳐서 1조 1240억 원쯤 된다. 이미 25퍼센트 정도 된다. 웹툰을 제외한 시장 규모가 아직 작으므로, 앞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본다.”

- 10년 후에도 디지털이 종이책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말인가? 종이책의 종말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종이책 소비 습관은 수십 년 내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확장되겠지만 10년 안에 종이책 시장이 붕괴하고 디지털로 넘어간다는 주장은 헛소리에 가깝다.”

- 책의 수명도 예전보다 짧아졌다.

“25년 전 출판사에 입사했을 때는 책이 나오면 적어도 6개월 뒤에 반품이 들어왔다. 지금은 빠르면 3주 만에 반품된다. 오프라인 서점은 이미 포화 상태다. 최근 서점 트렌드도 도서 노출보다 편의성 쪽으로 가고 있다. 공간은 줄어들고 책 생산은 늘어나니 퇴출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 서점은 공간 제한이 없지만 형식적 무한대다. 누가 발견시켜 주는 일을 하지 않으면 독자들이 책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독자 대부분이 이미 살 책을 정한 상태로 들어와서 검색해서 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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