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감독
봄의 연둣빛 새싹, 여름의 시원한 냇가, 노랗게 익은 가을의 벼와 겨울의 하얀 눈.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는 자연의 빛깔이 가득하다. 주인공 혜원(김태리 분)은 담담한 내레이션으로 일상을 이야기한다.
볕이 드는 충무로 근처 한 카페에서 <리틀 포레스트>의 임순례 감독을 만났다. 임순례 감독은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를 “그곳이 나의 안식처 ‘리틀 포레스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곳,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그가 말하는 리틀 포레스트의 의미다.
-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은 관객이 많았다. 힐링 영화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것 같다.
“‘힐링’이라는 용어로 영화를 규정하는 것이 아주 반갑지는 않다.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를 보면 힐링이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관객들이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편안함을 느끼며 휴식하길 원했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것에 길들어 있는 관객들에게 정반대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 또 적은 예산으로도 사람들의 가슴에 남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 주인공이 갑자기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가 산다는 설정은 현재 젊은 세대의 삶의 방식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사회 구조적 모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주인공 혜원은 임용 고시에서 떨어지고 남자 친구와도 문제를 겪는다. 나는 혜원처럼 시험과 구직, 연애로 혼란을 겪는 평범한 한국 청년들의 현실을 담아내고, 청년들에게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한번 보여 주고 싶었다. 이 영화가 사회의 근본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구체적 답안이 되기보다 청년들이 생각을 전환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요즘은 삶의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나. 요즘 젊은 세대는 시골에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상상하지 못한다. 하지만 속도를 조금 늦추고 주변을 둘러보면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느슨하게 제안하고 싶었다.”
- 젊은 나이에 부지런히 다니며 바쁘게 사는 건 좋은 게 아닐까.
“도시에서 바쁘게 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나? 사실 그렇지 않다. 그런데 바쁘게 지내면서 문제를 잊거나 회피하는 것이 요즘 사람들의 삶의 방식인 것 같다. 때론 당면한 문제를 찬찬히 생각해 볼 여유와 휴식이 필요하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안식처를 찾아 잠시 쉬어 가도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안식처가 반드시 고향이거나 시골일 필요는 없다. 나만의 ‘작은 숲’을 찾으면 된다. 특별히 고향이나 자연이 더 좋다는 것은 아니다.”
- 인생관에 영향을 준 영화는 무엇인가.
“책 한 권, 영화 한 편으로 인생관을 형성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불교다. 불교의 윤회, 연기론을 곱씹다 보면 시간에 조급해하기보다 여유를 갖게 되고, 성공이나 실패, 영광과 좌절, 세속적 화려함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 동물이나 약자를 향한 관심이 큰 것도 내 자아에 불교적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동물 보호 단체인 ‘카라’ 활동은 임순례의 삶과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본업과 다른 일에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는 것은 사실이다. 그저 시간만 뺏기는 게 아니라 생각과 신경이 분산된다. 어떤 예술이든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몰입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데, 창작자의 관점에선 이런 외부 활동이 많은 것이 좋지는 않다. 그럼에도 계속하는 이유는 동물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일이 내게 맡겨진 책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동물과 관련된 많은 활동과 경험이 나의 사고와 감성 발달, 예술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설령 당장의 영화적 성취가 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도 상관없다. 카라 활동과 예술 활동의 손익 계산서를 현재의 내가 따지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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