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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저널리즘 May 09. 2018

뒤통수를 때리는 글쓰기

#49. 《회색 인간》 김동식 작가

성수동 주물 공장 노동자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김동식 작가는 “대중이 좋아하는 글이 훌륭한 글”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공포 게시판에 단편 소설을 연재하며 댓글로 글쓰기를 배웠다. 그리고 1년 6개월 만에 300편의 글을 쏟아 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묘사와 빠른 전개가 돋보이는 그의 글은 지난해 《회색 인간》 등 3권의 소설집으로 출간돼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영상 콘텐츠 제작 요청도 들어와 현재 두 군데 제작사와 판권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양심 고백》과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를 출간했다. 공장과 집만 오갔던 생활에서 벗어나 독자와의 만남, 강연, 사인회 등으로 바빠졌다. 그러나 독자에 대한 책임감은 변하지 않았다. 이제 댓글 대신 독자 서평을 찾아보며 글쓰기 실력을 다진다는 그를 건국대 근처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동식 작가

- ‘작가’라는 호칭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스스로 작가라고 소개하기는 겸연쩍다. 꼭 써야 한다는 책임감이나 부담감 없이 즐겁게 썼다. 요즘도 작가 정신을 가지고 글을 쓰진 않는다. 나에게는 얼마나 많은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100명이 좋아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 1명만 좋아하는 글을 쓰는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 김동식이 생각하는 좋은 글의 기준은 무엇인가.

“소름 돋는 글이다. 세상에 이야기가 넘치지 않나. 어지간한 글이나 방송, 영화를 보면 결말이 대충 예상이 되더라. 상상도 못한 결말이 나와야 재미가 있다. 잔인하고 폭력적인 이야기보다 기묘한 느낌을 주는, 뒤통수를 맞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콘텐츠를 좋아한다. 그래서 내 글에서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결말은 피한다. 쓰면서도 ‘이 정도는 독자들이 예상 못하겠지’라는 자신감이 생겨야 올린다. 촉이 좋은 독자들이 결론을 맞히면 ‘졌다’는 생각이 든다. (웃음)”
 
- 책을 보면서 짧지만 소름 돋는 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자살, 노동, 시험 등 한국 사회에서 흔히 접하는 이야기라 더 실감이 난다. 소재는 어떻게 얻나.

“특정 사건을 보고 기분에 따라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어떤 뉴스를 보고 썼는지 맞추기도 한다. 인터넷 댓글도 많이 참고했다. 우리 사회의 보편적 생각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 생각이 궁금해서 글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13일의 김남우》에 나오는 ‘도덕의 딜레마’가 그렇다. ‘자, 에이즈에 걸린 노인과, 에이즈에 걸렸지만 현재는 건강한 20대 여성이 있다. 하지만 이 여자가 아이를 낳으면 아이는 무조건 에이즈에 걸린다. 이럴 때 누구에게 치료약을 줘야 하나’ 같은 질문이다. 답을 듣는 과정에서 무엇이 더 보편적 생각인지 이해할 수 있다.”

김동식 작가의 신간 《양심 고백》과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 글을 여는 방식도 신선하다. 예를 들어 ‘외계인이 나타났다’는 식의 황당한 설정을 던져 놓고 시작하는 것이 그렇다.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기승전결에서 기가 없어도 된다. 난데없이 ‘만 명이 납치됐다’라고 해도 누구도 이상하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부터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끝까지 안 읽고 나가 버리는 독자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설정을 믿게 만들 장치를 많이 넣기보다, 빠른 호흡이 끊어지지 않게 노력했다. 의심할 시간이 없게, 의심하더라도 바로 뒤통수를 때릴 수 있게.”
 
- 작품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비슷한 캐릭터를 설정한 것도 특이하다.

“글을 너무 많이 쓰면 매번 새 이름을 짓기가 어렵다. 매번 인물에 대해 설명하기도 힘들고. 그래서 흔한 이름을 사용하고 비슷한 역할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는 별도의 인물 설명 없이도 몰입할 수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최무정은 무정한 사람이라 쉽게 이름을 지었다. 김남우의 이름 남우는 남자 배우의 줄임말인데, 말 그대로 평범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최무정은 냉정하고 까칠한 사람, 공칠현은 철없는 아이 같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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