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저널리즘 May 09. 2018

버닝맨은 실리콘밸리다

# 48 . <버닝맨, 혁신을 실험하다> 저자 최형욱

매년 8월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열리는 가장 전위적이고 창조적인 축제, 버닝맨. 황량했던 사막에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와 세상에 없었던 도시를 세우고 예술 작품을 창조한다. 축제의 끝자락에는 버닝맨의 상징적 조형물인 ‘맨’과 ‘템플’을 불태운다. 그리고 사막은 쓰레기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이 원상태로 말끔히 돌아온다.
 
버닝맨은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의 거대한 실험실로 유명하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은 자유로운 실험이 허용되고 커뮤니티 가치가 지켜지는 버닝맨을 통해 비즈니스 아이디어는 물론, 발전된 조직 문화까지 구상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북저널리즘 《버닝맨, 혁신을 실험하다》의 저자 최형욱은 실리콘밸리 혁신가들이 버닝맨에 몰려오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리고 일주일간의 여정을 통해 실리콘밸리와 버닝맨을 잇는 연결 고리를 발견했다.


《버닝맨, 혁신을 실험하다》저자 최형욱

- 버닝맨은 어떤 곳인가?
 
“흔히 일주일 동안 열리는 괴짜들의 축제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정말 괴짜 같은, 독특한 사람들이 모인다. 내가 경험한 버닝맨의 느낌은 페스티벌의 형태를 띤 ‘다양성의 플랫폼’에 가깝다는 것이다. 다양한 개성과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모여 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한다. 그 표현 방법에는 제약이 없다. 예술 작품을 만들 수도 있고, 여럿이 모여 어떤 활동을 펼치는 퍼포먼스가 될 수도 있다.”


- 대체 버닝맨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기에 사람들이 고립된 사막에서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찾아가는 것인가.
 
“버닝맨에서는 정말로 모든 것이 불편하다. 물이 부족해서 잘 씻지도 못하고 설거지도 제대로 못한다. 그래서 샤워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음식도 남기지 않으려 애쓴다. 버닝맨에서는 생존 자체가 목적이 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불편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버닝맨에서 지낸 지 이틀 만에, 내가 살면서 한 번도 생존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버닝맨에 가면 ‘I SEE ME MORE’이라고 쓰인 텍스트 아트가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 진짜 자신을 발견했다는 뜻이다. 어떤 표지판에는 ‘GET LOST’라고 쓰여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길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반대로 길을 잃고 방황해보라는 뜻이다. 버닝맨에 있으면 좀 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우리가 무한한 자유로움 속에서도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바로 이것이 버닝맨의 매력인 것 같다.”


-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에서 축제가 벌어진다.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입장권과 버닝맨 캠프까지 가기 위한 차량 패스를 사야 한다. 캠프에 묵는다면 캠프 참가비까지 따로 내야 한다. 이외에는 전부 생존에 관련된 것이다. 간단한 식량, 미세한 모래를 막아 줄 고글과 마스크가 필수다. 무엇을 설치하든 10분만 있으면 그 위에 하얗게 모래가 쌓일 정도로 모래 바람이 분다. 사막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수도 시설도 직접 설치하고, 전기도 발전기를 돌려 사용한다. 캠프 내에서 유일하게 허용된 운송 수단은 자전거다. 자동차는 버닝맨으로 오는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블랙 록 시티 차량국에 등록한 아트 카만 탈 수 있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제작한 아트 스페이스 웨일


-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버닝맨은 실리콘밸리다”라고 말했다. 직접 가보니까 머스크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던가.


“실리콘밸리의 혁신가들이 사막으로 모이는 이유는 버닝맨에서 자유로운 실험과 혁신적 사고,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인 것 같다. 버닝맨 캠프에서는 규율이나 성공 여부에 얽매이지 않는 시도를 할 수 있다. 목적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실험해 볼 가치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버닝맨에 왔다가 화석 연료를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고 태양광 발전 업체 ‘솔라 시티’를 인수했다. 토니 셰이는 버닝맨에서 영감을 받고 창의 도시를 만들기 위한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급진적이고, 파괴적인 실험, 실패도 기꺼이 용인하는 문화가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을 모이게 한 힘이 아니었을까.”     


- 본인이 참여했던 2016년 버닝맨의 테마는 ‘다 빈치의 작업실(Da vinci’s Workshop)’이었다. 무슨 뜻인가, 또 가서 무엇을 얻었나.


“행사 티켓에 ‘폴리매스’라고 쓰여 있었다. 무슨 뜻인지 찾아봤더니 ‘다방면에 박식하고 전문적인 깊이가 있는 사람’이었다. 다 빈치, 벤자민 프랭클린, 미켈란젤로, 레온하르트 오일러 같은 인물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 사람들도 결국 다 시대의 혁신가들 아닌가? 혁신가들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모일 테니, 버닝맨에 가면 내가 하고 있는 고민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 빈치도 시대의 미술가, 과학자였지만 사람들은 다 빈치의 직업이 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는 그냥 다 빈치이기 때문이다. 나는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고 아시아의 혁신가를 연결하는 콘텐츠와 플랫폼을 만든다. 그런데 표현의 모호함 때문인지, 사람들이 내 일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생겨났다. 만일 내가 벤처 투자자, 스타트업 엔지니어라는 식의 직함을 사용한다면 사람들은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다방면에 호기심이 있는 사람,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사람은 어떤 정체성을 가져야 할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답을 찾은 것 같다.”

.

.

.

브런치에서는 여기까지만 공개합니다.




인터뷰 전문이 궁금하시다면?

 

북저널리즘 새터데이 에디션은 가벼운 문답 수준을 넘어 깊이와 통찰을 담은 6000자 이상의 심층 인터뷰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직 이메일로만 보실 수 있습니다.


구독 신청 - bookjournalism.com/user/signup

북저널리즘 사이트에서 뉴스레터를 구독해 보세요. 사이트 하단의 'Weekly Newsletter +'를 클릭하신 뒤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시면 새터데이 에디션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북방정책, 콜드러시, 그리고 러시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