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저널리즘 May 09. 2018

신북방정책, 콜드러시, 그리고 러시아

#47.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한국 외교의 중심에는 이른바 ‘4강(미, 중, 일, 러) 외교’가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가에서 첫 4강국 대사 인선을 두고 하마평이 쏟아지고, 직업 외교관이 아닌 ‘대통령의 측근’이 물망에 오르는 이유다.


3선 국회의원, 국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를 만났다. 사실 외교가에서나 4강국이지, 러시아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다른 3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를 의식한 듯 우 대사는 “이제 한-러 관계를 재정립할 때가 됐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인터뷰는 전화와 서면으로 각각 한 차례씩 진행했다.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 한-러 관계가 정체기일 때 중책을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은 무엇이었나?


“러시아는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나라다.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말로만 러시아가 중요하다고 할 일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양자 관계를 두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대통령과의) 공감대가 있었다. 이를 위해 양국 정상 간의 신뢰 구축은 물론이고 분야별로 정례 회담을 열어 신뢰를 쌓아 가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공공 외교, 학술, 문화, 스포츠 등의 민간 교류의 장도 튼튼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콜드러시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러시아와 더 밀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신뢰가 쌓이기 전에 정치적 이야기부터 꺼내면 일이 잘되기 어렵다. 친구가 되는 것이 첫 번째고, 그런 뒤에 ‘이제 서로 돕는 관계가 되자’고 말하는 것이 순서다. 러시아 경제 포럼인 발다이 클럽의 의장 안드레이 비스트리츠키가 작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한-러 관계는 한중 관계보다 더 호혜적일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러시아가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기회와 친구를 찾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잘 쌓아온 경제 발전의 노하우를 무기 삼아 대륙으로 뻗어 나가야 할 때다. 러시아는 경제 발전이 필요하다. 한쪽만 이득을 보고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는 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 러시아나 서로 필요 이상으로 뭔가를 계산하거나, 지나치게 전략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한-러 관계는 양질의 경제 협력 파트너로 발전할 수 있는 출발선에 서 있는 상태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좋은 시기다.”


- 최근 남북 간 ‘평화 모드’에 대한 러시아의 평가는 어떤가?


“지난 3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러시아에 왔을 때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 장관이 ‘러시아는 남북 간 긴장 해소를 지지하며 적대적 대결에서 벗어나 모두가 수용 가능한 해법을 찾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한반도 평화가 러시아에도 호재라는 스탠스다. 한반도 비핵화 추진 등 평화 분위기 조성이 결코 러시아에 손해될 것 없다는 분위기다. 최근엔 한국과의 경제 협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만 북한을 의식해서 외교부의 공식적인 평가를 발표하진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지지하는 모양새다.”


-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정계, 관가의 평가는 어떤가.


“러시아 사람들의 호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그간 국제 행사에서 두 번 만났는데, 두 대통령이 ‘그레이트 케미스트리(great chemistry·호흡이 잘 맞는다는 뜻)’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내가 묻기도 전에 먼저 그런 평가를 한다. 아주 분위기가 좋다.”


- 어떤 계기나 사건이 있었나. 그저 두 대통령이 말이 잘 통한다고 이런 호의적 평가가 나오는 것은 아닐 텐데.     

“문재인 정부의 접근 방식에 대해 꽤 감동을 받은 느낌이다. 러시아는 약물 파동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국기를 못 내세우고 ‘러시아 출신 선수단’이라는 이름으로 올림픽기를 들고 참여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그런데 우리 국민들이 따뜻하게 환대해 주고, 또 문 대통령이 선수 단장을 청와대로 초청까지 해준 것에 대해 반색했다. 누가 ‘국기도 없이 간 우리를 한국이 마음을 다해 환영해 줬다. 서러웠는데 참 고마웠다’고 하더라. 지난 3월에 전격적으로 남-북-미 연쇄 정상회담이 성사됐을 때 우리가 정의용 실장을 파견해 관련 내용을 상세히 설명해 준 것에 대해서도 크게 고마워했다. 대사로서 이런 이야기를 직접 귀로 들으면 역시 외교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임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지난 2월 러시아 전통 봄맞이 행사인 마슬레니짜에 참석한 우 대사

- 정치인 출신 외교관과 직업 외교관의 관점은 꽤 다를 것 같다. 현장에서 관점의 차이로 인한 어려움이나 마찰 같은 것은 없었나.


“정치와 외교가 비슷한 점은 두 가지 모두 인간관계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공관장으로 와서도 내부에서의 소통이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재외 공관은 사실 외교부 말고도 많은 부처의 사람들이 섞여 지내는 곳이다. 처음 부임했을 때는 조직과 출신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벽 같은 것이 느껴졌다.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주역에 나오는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卽久)’라는 말을 인용해서 서로 통해야 잘, 오래갈 수 있다고 했다. 각양각색의 장벽을 해소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고 효과가 있다고 본다.”


- 러시아 대사 재임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뭔가.


“한-러 정상회담을 정례화했으면 좋겠다. 여러 분야에서의 정례적 만남도 필요하지만 정상회담 정례화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그만큼 러시아가 중요하다. 북극 항로 개척에도 힘써서 한-러가 함께 길을 여는 데 대사로서 기여하고 싶다. 달성하기 쉽진 않겠지만 2020년까지 무역액 300억 달러와 인적 교류 100만 명 시대도 열고 싶다.”

.

.

.

브런치에서는 여기까지만 공개합니다.




인터뷰 전문이 궁금하시다면?

            

북저널리즘 새터데이 에디션은 가벼운 문답 수준을 넘어 깊이와 통찰을 담은 6000자 이상의 심층 인터뷰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직 이메일로만 보실 수 있습니다.

    

구독 신청 - bookjournalism.com/user/signup

북저널리즘 사이트에서 뉴스레터를 구독해 보세요. 사이트 하단의 'Weekly Newsletter +'를 클릭하신 뒤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시면 새터데이 에디션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랜드적인 삶’을 이끄는 키워드, 잡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