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이성규 메디아티 미디어 테크랩장
안녕하세요. 북저널리즘 에디터 한주연입니다. 우선 저희 〈새터데이 에디션〉을 읽어 주시는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의 메일함에, SNS에 수많은 콘텐츠가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만큼 콘텐츠 생산자도, 소비자도 깊이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있었을까요. 정보가 차고 넘쳐나는 시대에 생산자들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을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심합니다. 독자들은 그 사이에서 가치 있는 콘텐츠를 선별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콘텐츠 생산자들은 독자를, 독자들은 콘텐츠를 찾고 있는 형국입니다.
북저널리즘 《사라진 독자를 찾아서》를 펴낸 이성규 메디아티 미디어 테크랩장은 독자의 사용자 경험(UX)을 고려하는 미디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기성 미디어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대중으로서의 독자는 사라졌다고 강조합니다. 달라진 독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독자가 원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생존의 길이 열린다는 겁니다.
기성 미디어가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얼핏 보면 기성 미디어의 적은 포털이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이다. 하지만 위기의 진짜 원인은 변화하는 사용자 경험에 대처하지 않는 미디어 내부에 있다. 오늘날의 독자들이 과거의 독자와 어떻게 다른지, 어떤 환경에서 정보를 접하는지, 어떠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지 고민하고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독자들이 떠난다.
지금의 독자들은 과거의 독자와 어떻게 다른가?
과거의 균질적이고 획일적인 대중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견해와 개성을 지닌 개인이 존재하고 이들은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됐다가 흩어진다. 그런 이들에게 획일적인 정보는 무가치하다. 대량 맞춤화(mass customization)는 마케팅 용어이지만 이제 뉴스 생산에도 적용되어야 할 패러다임이다. 개개인의 삶에 유용한 맞춤형 정보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대량 맞춤 미디어의 예를 들어 달라.
버티컬 미디어(Vertical Media)는 개인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모을 수 있는 전략이다. 하나의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채널을 통해 수용자들의 다양한 관심사에 대응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기성 언론과 스타트업을 가리지 않고 이러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NYT 쿠킹(Cooking)’ 채널에서 1만 7000여 개의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목표는 저녁 식사 레시피 같은 독자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문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다. 쿠킹 채널은 거의 500만 명의 월간 사용자 수를 기록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접근 방식을 부동산, 건강 및 육아로 확대하고 있다.
요리 레시피를 저널리즘 콘텐츠로 보지 않는 시각도 있다.
저널리즘은 오로지 지사주의 저널리즘이나 감시견 저널리즘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오락과 흥미, 유익한 정보는 저널리즘을 지탱해 온 또 다른 축이다. 트럼프 비판 기사를 열독하는 독자들이 저녁엔 ‘잘 늙는 법’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쏟아 내는 것이 민주주의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고전적 믿음은 내려놓아야 한다.
버티컬 미디어라고 해서 모두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수익 모델은 전 세계 모든 언론의 고민이다. 그만큼 기존 언론사의 경계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쿠킹 섹션에서 선보인 레시피를 기반으로 식자재 배달 서비스인 밀 키트(Meal Kits)를 시작했다. 버즈피드 역시 테이스티의 레시피 중 원하는 부분만 선택해서 책으로 제작해 주는 맞춤형 요리책 ‘테이스티 더 쿡북(Tasty the Cookbook)’, 테이스티 앱에서 선택한 레시피에 맞춰 알아서 온도를 조절해 주는 스마트 전기레인지 ‘테이스티 원 톱(Tasty One Top)’등을 만들어 판매해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일반적인 저널리즘의 틀 안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시도들이다.
저널리즘은 수용자가 일상적 시공간에서 자신의 삶과 공동체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그 핵심은 정보의 형태였지만, 지금처럼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정보 이상의 것이 될 수도 있다. 타깃 독자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을 수익 모델의 범위 안으로 끌고 와야 한다. 그것이 비록 상품 생산의 영역이라 할지라도 마다해선 안 된다. 저널리즘과 비즈니스의 결합도 이러한 관점에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저널리즘에 대한 상상력과 포용력을 확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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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서는 여기까지만 공개합니다.
이성규
뉴미디어 비평가이자 연구자. 오마이뉴스와 다음커뮤니케이션, 태터앤미디어에서 시민 저널리즘을 기획했다. 매일경제신문 편집국 모바일부 연구원으로 태블릿PC 기반의 모바일 뉴스 서비스 개발에 참여했다. IT 전문 미디어 블로터에서는 미디어랩을 이끌며 데이터 기반의 콘텐츠 전략을 추진했다. 현재는 미디어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메디아티에서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에서 뉴스 미디어와 테크놀로지의 관계를 연구하며 박사 학위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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