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최인아 최인아책방 대표
불안한 20대 시절 용기와 인사이트를 준 책
서른 넘어 사춘기를 겪는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스트레스, 무기력, 번아웃이라 느낄 때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고민할 때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최인아책방의 도서 분류법입니다. 2016년 8월 18일 문을 연 이 책방은 설립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습니다. 스타 카피라이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임원,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낸 최인아 대표가 제일기획 후배 정치헌 대표와 함께 차린 책방이었기 때문입니다. 29년간 광고계에 몸담은 그가 오늘로 독서계 2년을 맞습니다. 그동안 또 어떤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했을까요. 북저널리즘 이연대 에디터가 만났습니다.
최인아책방이 오늘로 창업 2주년을 맞이했다. 소회를 들려 달라.
한마디로 답하자면 “2년밖에 안 됐다니” 정도겠다. 7, 8년은 지난 듯하다. 책방 주인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많이 생각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책방을 열었다. 아주 낭만적인 일상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이리 고될 줄은 몰랐다. 책방 업무는 거의 전부 사람 손이 필요하다. 소박하게 하다 보니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많다. 제일기획에 다닐 때 부사장이 되고도 맨날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했는데, 그 시절 못지않다.
강남 한복판에 책방을 세운 이유가 뭐였나? 임대료가 만만치 않을 텐데.
책방의 주요 고객을 일하는 사람들로 삼았다. 직장인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권하고 싶었다. 그들이 제일 많이 모여 있는 곳이 테헤란로라고 생각했다. 책방을 열기로 마음먹고 홍대와 마포의 책방 몇 곳을 둘러봤는데, 우리와 지향하는 바가 달랐다. 테헤란로에서 일하는 사람이 주말에 홍대에 놀러 가서 집어 드는 책과, 그들이 일하는 사람으로서 존재하는 곳에서 집어 드는 책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서점이 아니고 책방인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책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공간을 찾을 때부터 살롱을 염두에 뒀다. 동네 책방에는 주인장의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결국 브랜드다.
올해 1월부터 매달 신간 한 권을 골라 편지와 함께 보내 주는 북클럽도 시작했다. 도서 구독 모델은 흔치 않은 시도인데.
나는 자의식 과잉이 아닌가 싶을 만큼 주체가 되고 싶은 욕구가 크다. 책방을 열면서 우리가 추천하는 책을 독자가 읽고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책방의 본업은 결국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것이다. 1년에 신간 도서가 8만 종 가까이 나온다. 모바일 구입 독자가 늘면서 몰랐던 책을 만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든다. 좋은 책과 독자를 연결하는 데 역할이 있겠구나 생각했다.
책방 아래층에 ‘혼자의 서재’가 있다. 두 시간에 2만 2000원을 내고 독립된 좌석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취지인데, 그곳이 제공하는 이용자 경험은 무엇인가?
어쩌면 현대인에게 돈보다 부족한 것이 혼자 있는 시간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을 말했듯, 시간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현관문을 열면 끝이 보이는 조그만 집이나, 그보다 넓더라도 가족과 함께 사는 집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을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 그렇다고 카페에 가자니 산만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회인으로 산다는 건 나를 내주는 과정이다. 두 시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나를 회복한다고 할까. 혼자의 서재는 혼자의 시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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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서는 여기까지만 공개합니다.
최인아
1984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20대여 영원하라” 등의 카피를 만들었다. 삼성그룹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 첫 여성 부사장(제일기획)을 지냈다. 2012년 은퇴한 뒤 2016년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에 최인아책방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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