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journalism #26 《서점 여행자의 노트》
파리의 문화를 알리는 서적상, 시민들의 기부로 만들어지는 뉴욕의 서재가 있다. 성 소수자를 위한 서점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나누려 하고, 페미니즘 전문 서점은 각자가 당당하게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강조한다. 거대한 보물선에 올라탄 것 같은 중고 서점도, 주목받지 못한 여성 작가의 작품만을 출판하는 곳도 있다.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바벨의 도서관》을 닮은 서점, 언제든 찾아가 삶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싶은 조력자 같은 서점도 있다.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이지만, 저자가 여행한 서점은 책이 아니라 가치를 파는 곳에 가깝다. 이들의 철학은 서점이 다루는 책의 종류와 범위, 분류 방식, 워크숍의 내용이나 매장 내부의 행동 지침을 통해서 방문객에게 전달된다. 고객은 공간에 머무는 동안 서점의 철학을 체험하고 열성 독자로 성장한다.
저자는 서점이 독자의 마음을 잡아끄는 방법과 함께 여행가로서, 독자로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저자는 서점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타인과 공존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낯선 문화를 체험하고 새로운 사람과 만나면서 성장하는 과정이 여행이라면, 저자에게 서점은 훌륭한 여행지가 되어 주었다. 열린 마음으로 서점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질문을 던지면서 서점의 가치를 온전히 경험하는 이야기는 독서가의 여행기인 동시에 성장기이다.
꼭 뉴욕이나 런던, 파리 같은 화려한 도시의 유명한 서점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다. 서점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결국 적극적인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이나 필요한 것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 두고, 서점의 제안에 귀 기울인다면 어떨까. 골목길의 분위기가 녹아 있는 동네 책방, 주인장의 취향이 담긴 책들이 진열된 작은 서점에서도 우리는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곽민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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