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저널리즘 Sep 10. 2018

분만당하지 않고 출산할 권리

#69《여성은 출산에서 어떻게 소외되는가》저자 전가일



여러분은 ‘출산’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태어난 아이를 안고 행복해하는 엄마, 가족의 축하를 받는 따뜻한 순간을 상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출산을 경험한 여성에게 물어보면 분만의 고통과 병원에서의 두려움, 굴욕의 순간을 떠올리곤 합니다. 


출산의 이미지와 실제 경험의 간극이 너무나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동학 전문가 전가일 박사는 《여성은 출산에서 어떻게 소외되는가》에서 산모가 출산의 주인공이 아니라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처럼 대우받는 것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조산의 경험을 생생하게 기록한 글에는 비인간적인 병원 출산의 민낯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최근 많은 엄마들이 자신의 출산 경험을 주체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출산의 고통, 엄마의 인권에 둔감합니다. 여성이 출산의 주인공이 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전가일 박사와의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출산 과정에서 여성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여성이 대상화, 물상화의 경험을 한다는 의미다. 여성은 출산의 당사자가 아니라 곧 태어날 아이를 담고 있는 배와 자궁으로 환원된다. 출산 과정에서 이뤄지는 투약, 수술 등의 처치에도 여성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출산은 질병이 아니다. 여성은 자신이 원하는 출산 방법을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의료진과 의견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두 차례의 병원 출산을 경험하며 산모의 의견이 반영되기 힘든 환경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미디어에서는 출산을 아름답고 성스러운 과정으로만 그리는데. 

출산이 위대한 경험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탈바꿈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여성이 출산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두려움은 분명히 존재한다. 더군다나 우리 사회는 엄마라면 출산 과정에서의 어떤 고통이나 굴욕도 감내해야 한다고 말하는 분위기다. 특히 병원 출산 과정에서는 아이의 생명이 의료진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생각에, 불합리한 처우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 사이에서 관장·제모·회음부 절개가 ‘굴욕 3종 세트’로 통한다. 출산이라는 사건이 당사자에게는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분만 과정에서 산모의 의사가 존중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모는 아이의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투약이나 수술 전에 처치에 관한 정보를 듣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병원 출산 문화에서는 회음부 절개를 하고 싶지 않다고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나의 경우 조산을 했기 때문에 응급 상황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할 때가 더 많았다. 굴욕 3종 세트라 불리는 처치는 물론, 다른 시술에 있어서도 산모가 의사와 상의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산모가 원치 않는 처치가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연구 과정에서 만난 간호사, 조산사분들께서 회음부 절개가 모든 나라에서 필수적인 조치는 아니라는 말씀을 하셨다. 영국이나 호주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진행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여성의 신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가 의료 편의적 관점에서 고려되고 있다. 산모나 아이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런 부분은 당사자의 의사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산에 대한 정보 부족을 어려움으로 꼽는 여성도 많다.

출산 자체에 대한 정보는 많은 것 같다. 부족한 것은 개별 의료 기관에 대한 정보다. 한 병원에서 산모의 의견을 어떤 방법으로 수렴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힘들다. 어느 병원에 가느냐에 따라서 출산 경험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디에나 비슷한 수준의 출산 환경이 갖춰져 있고, 산모의 의견을 반영하는 문화가 있다면 덜 두려울 수 있다. 지금의 출산 문화에서는 개인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사건이,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환경에서 벌어지고 있다.

.

.

.

브런치에서는 여기까지만 공개합니다.



전가일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아동학을 전공했다. 석사와 박사 과정 동안 서울대부속어린이집 등에서 교사로, 한국은행어린이집에서 원장으로 근무하며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장안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직을 거쳐 현재 연세대학교 교육연구소 전문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인터뷰 전문이 궁금하시다면? 


북저널리즘 새터데이 에디션은 가벼운 문답 수준을 넘어 깊이와 통찰을 담은 6000자 이상의 심층 인터뷰입니다. 매주 금요일, 오직 이메일로만 보실 수 있습니다.


구독 신청 - bookjournalism.com/user/signup

북저널리즘 사이트에서 뉴스레터를 구독해 보세요. 사이트 하단의 'Weekly Newsletter +'를 클릭하신 뒤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시면 새터데이 에디션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