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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저널리즘 Oct 08. 2018

눈을 뗄 수 없는 영화를 만드는 제작사를 소개합니다

#73 허남웅 영화 평론가


안녕하세요. 북저널리즘 김세리 에디터입니다. 여러분은 공포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여름이 지나고 서늘한 바람이 부는 계절에 웬 공포 영화인가 하실 것 같습니다. 오늘은 4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인 제이슨 블룸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블룸은 공포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마저도 빠져들었던 화제작 〈겟 아웃(Get Out)〉, 웬만한 스릴러 이상으로 긴장감을 줬던 영화 〈위플래쉬(Whiplash)〉를 제작한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스타입니다.
 
블룸이 창업한 영화 제작사 블룸하우스는 히어로물, 시리즈 대작이 이끄는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상품성과 작품성을 갖춘 저예산 장르 영화’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Paranomal Activity)〉, 〈23 아이덴티티(Split)〉, 〈해피 데스데이(Happy Death Day)〉 등 주요 작품들은 잇따라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블룸하우스의 전략을 분석한 북저널리즘 《블룸하우스는 어떻게》를 펴낸 허남웅 영화 평론가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중소 제작사의 비즈니스 원칙, 목표 지향적인 CEO의 철학, 기존 관행과 문법을 따르지 않는 창조적인 시도가 수많은 열성 팬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 중인 허 평론가를 미리 만나 블룸의 혁신 기술을 들었습니다.



블룸하우스는 픽사, 디즈니 같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미 성공한 작품의 장점들을 새롭게 포장하는 기술이 뛰어나다. 해외에서는 이를 ‘블룸하우스 터치’라고 부른다. 작품 목록을 살펴보면 과거 성공작들의 특정 요소를 현대에 맞게 재창조한 경우가 많다.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파운드 푸티지(실제 기록이 담긴 영상을 누군가 발견해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가장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 촬영 기법은 1999년 〈블레어 윗치(The Blair Witch Project)〉에서, 〈겟 아웃〉의 신체 강탈 테마는 1962년 〈맨츄리안 켄디데이트(The Manchurian Candidate)〉에서 먼저 활용했다. 이러한 제작 전략이 성공률을 높인다. 흥행작이 많아질수록 블룸하우스의 브랜드는 강해진다.


과거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만으로는 시시각각 취향이 바뀌는 젊은 관객을 사로잡기 어려울 것 같다.


블룸하우스의 장점은 10대와 20대를 타깃으로, 그들에게 익숙한 문화와 배경을 영화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트루스 오어 데어(Truth or Dare)〉는 젊은 세대가 흥미를 가질 만한 게임과 영상 매체를 활용했다. 진실 게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매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겟 아웃〉의 경우 인종 차별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젊은 관객들은 차별받는 흑인의 모습에 입시, 취업, 결혼 등 사회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무시당하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을 것이다.


보통 영화는 연출자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블룸하우스의 영화들은 다른 것 같다. 연출자나 배우보다 블룸하우스 창립자이자 CEO인 제이슨 블룸이 더 큰 관심을 받는다.
 

2010년대 넷플릭스와 유튜브 같은 매체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할리우드에도 새로운 생존법이 필요했다. 할리우드가 내세운 전략은 속편 제작 횟수를 늘리면서 한 세계관의 팬덤을 키우는 것이었다. 자연히 장기적인 관점으로 시리즈물을 이끌어 가는 프로듀서의 존재가 중요해졌다. 이런 제작 환경의 변화와 블룸의 독특한 철학이 맞물리면서 블룸의 영향력이 커졌다.


블룸하우스는 18년 동안 40여 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1년에 평균 두 편 이상을 제작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중소 제작사인 블룸하우스가 감당하기 어렵지 않나?

블룸은 5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한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총제작비 450억 원의 〈설국열차〉가 미국에서 저예산 SF 영화로 소개된 것과 비교하면, 블룸하우스의 작품은 저예산에 속하는 셈이다. 제작비에 큰돈을 들이지 않다 보니, 영화가 크게 성공했을 때 막대한 수익을 올리게 된다. 관객의 평가가 좋지 않아도 수익 면에서 크게 손해를 보지 않는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콘텐츠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블룸하우스의 저예산 원칙이 계속 통할 수 있을까?


저예산 영화만의 강점이 있다. 드럼에 천부적 재능을 지닌 학생과 그를 스파르타식으로 교육하는 선생의 광기 어린 신경전을 다룬 〈위플래쉬〉,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단에 잠입한 흑인 형사의 실화를 기초로 한 〈블랙클랜스맨(BlacKkKlansman)〉도 블룸하우스의 작품이다. 두 영화는 새로운 감성의 공포를 선사한다. 저예산을 전제로 하기에 모험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뻔한 공포 영화만을 만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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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서는 여기까지만 공개합니다.


허남웅


《씨네21》, 〈예스24〉 등의 매체에 영화 관련 글을 기고하며 영화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교보문고 팟캐스트 〈낭만서점〉, MBC 라디오 〈FM영화음악 한예리입니다〉 등에 출연 중이다. 《21세기 청소년 인문학》, 《짧은 영화, 긴 이야기》 등의 공저자로 참여했다. 영화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문화 전반에 걸친 글쓰기와 말하기에 매진하고 있다.



인터뷰 전문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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