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저널리즘 Oct 29. 2018

영혼을 갈아 넣은 떡볶이처럼

#76 김영건 속초 동아서점 대표

안녕하세요. 북저널리즘 곽민해 에디터입니다. 학창 시절, 저희 동네에는 작은 서점이 있었습니다. 잡지나 참고서를 사려고 주로 찾던 곳이었어요. 그 무렵에는 동네 서점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몰랐습니다. 서울에 와서야 동네에 오래된 서점이 있다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대형 서점이 동네 책방을 대체하는 요즘에 정말 특별한 사례가 있습니다. 속초 동아서점은 1956년부터 3대에 걸쳐 운영 중인 지역 서점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동아서점을 검색해 보시면 정말 많은 분들의 후기를 보실 수 있을 텐데요, 지역 서점이면서도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공간입니다.

그 비결이 궁금해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서점 운영을 맡은 김영건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가 서점 운영을 맡기 전까지 동아서점은 서가에 먼지가 뽀얗게 쌓일 정도로 손님이 없었다고 해요. 김영건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서점을 더 넓히고, 손님들이 좋은 책을 찾을 수 있도록 진열하며 동아서점을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했습니다.

한 가지 더 알려드리면 동아서점에서 북저널리즘의 기획전 〈머스트 리드 MUST READ〉가 11월 5일까지 열립니다. 김영건 대표의 인터뷰를 읽으며 동아서점에 가시면 더 특별한 추억을 만드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심을 가득 담아 소개합니다.



김영건 대표가 진열한 책들이 놓여 있는 동아서점 전경


대를 이어 서점을 운영하고 싶었나.

원래 서점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다. 서울에서 공연 기획 일을 했는데, 취직한 지 1년쯤 됐을 때 아버지로부터 서점을 운영하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전에는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었다. 당시 동아서점은 30평밖에 안 되는 매우 작은 서점이었다. 지금처럼 동네 서점이 인기가 있을 때도 아니고, 2005년부터는 서점 사정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당연히 서점에 미래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제안에 얼떨결에 ‘알았다’고 답한 것이 시작이었다.

속초에 내려와 가장 먼저 뭘 했나.

동아서점의 모든 책은 서점에서 직접 주문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지역 서점의 대부분은 도매상에 배본을 맡긴다. 도매상이 판매량에 따라 책을 보내 주면, 서점에서는 고민 없이 책을 진열하고 판매한다. 우리 서점의 베스트셀러는 직접 집계하고, 서점을 찾는 손님들이 좋아하는 책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점을 살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나.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시간과 정성이 드는 일을 하면 언젠가 손님이 알아줄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 안정기에 접어드는 데는 3년 정도 걸린 것 같다. 2015년 말부터 조금씩 손님이 는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듬해 3대째 서점을 운영 중이라는 이야기가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며 입소문을 탔다. 2017년 상반기부터 아버지와 내가 목표로 삼았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는 동아서점에 가려고 속초를 여행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처음부터 동네 책방을 뛰어넘는 명소가 되는 게 목표였나.

유명세를 타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지향한 것은 동네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가게가 되는 거였다. 맛있는 떡볶이를 만드는 분식집, 드라이클리닝을 예술로 하는 세탁소처럼 책을 프로페셔널하게 진열하고, 프로페셔널하게 판매하는 책방이 되고자 했다.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동네 책방이 조명을 받았고, 동아서점도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주변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홍보를 열심히 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동네에 있는 가게로서의 영혼이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아서점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드는 과정을 브랜딩이라고 한다면,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브랜딩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브랜딩이라는 용어도 사실 잘 모른다. 다만 서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느낀 것은 우리 서점이 가게라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화 사업을 하려는 곳도 아니고, 예술을 하려는 곳도 아니다. 가족이 일용할 양식을 벌기 위해 하는 가계이자 가게다. 처음에는 ‘책과 사람을 이어 주는 곳’이라는 식의 슬로건을 만들까 했다. 하지만 진심이 아닌 것 같더라. 가슴에 손을 얹고 우리가 정말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는가 자문했다. 그보다는 영혼을 갈아 넣은 떡볶이를 만들고 싶은 쪽에 가까운 것 같았다.

.

.

.

브런치에서는 여기까지만 공개합니다.



김영건
강원도 속초에서 동아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2017년 책 《당신에게 말을 건다》(알마)를 썼다. 속초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 《여행 인문학 속초편(가제)》(북이십일)과 속초의 배 목수들을 인터뷰한 《나는 속초의 배 목수입니다(가제)》(책읽는수요일)를 쓰고 있다.




인터뷰 전문이 궁금하시다면? 


북저널리즘 새터데이 에디션은 가벼운 문답 수준을 넘어 깊이와 통찰을 담은 6000자 이상의 심층 인터뷰입니다. 매주 금요일, 오직 이메일로만 보실 수 있습니다.


구독 신청 - https://www.bookjournalism.com/about

북저널리즘 사이트에서 뉴스레터를 구독해 보세요. 사이트 하단의 'Weekly Newsletter +'를 클릭하신 뒤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시면 새터데이 에디션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파산 위기의 브랜드를 살린 CEO의 전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