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책 끝을 접다' 박종일 팀장
안녕하세요, 북저널리즘 소희준 에디터입니다. 여러분께서는 읽을 책을 어떻게 고르시나요? 저는 주변의 추천을 받거나, 서점의 큐레이션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입니다. 매일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사 두고 읽지 않은 책들도 쌓여 있는 가운데 나에게 맞는 책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발견성은 출판 시장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문제를 콘텐츠로 풀어낸 팀이 있습니다. 책 소개 콘텐츠를 카드 뉴스나 북 트레일러로 제작하는 ‘책 끝을 접다’ 팀입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책을 소개해 많은 책들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려놓았습니다. 올해 6월에 리디 주식회사에 합류한 ‘책 끝을 접다’ 팀의 박종일 팀장을 만났습니다.
박 팀장은 오디오북 서비스를 창업하고 운영하면서 출판 시장의 문제가 발견성과 마케팅에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매력적인 책 소개 콘텐츠를 만드는 것으로 마케팅의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박 팀장의 이야기에는 출판 시장과 자신의 비즈니스, 업무 프로세스에 관한 깊은 고민이 녹아 있었습니다. ‘책 끝을 접다’ 팀의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책 끝을 접다’를 누가 만들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많다. 간단히 소개를 해달라.
2014년 오디오북을 아이템으로 첫 창업을 했다. 실패하는 과정에서 출판 시장의 마케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고, 출판 시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마케팅 쪽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2015년도에 콘텐츠 마케팅을 시작해 ‘AWAKE’라는 브랜드를 론칭했고, 2016년도에 ‘책 끝을 접다’를 론칭했다. 회사가 올해 6월 리디북스에 인수되면서 콘텐츠 마케팅 팀장으로 리디 주식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콘텐츠를 통해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독서 경험을 쌓고, 리디를 사랑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오디오북 서비스에서 콘텐츠 마케팅으로 방향을 바꾼 셈이다. 처음 창업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건강한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 말이다. 나에게 가장 좋은 영향을 준 것이 책이었다. 도서관에서 공익 근무 요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시 교육청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어서 직원이 한 명뿐이었고, 책도 직접 골라서 구매하고 정리했다. 무슨 책을 사야 할지 고민하면서 책을 많이 읽었다. 책에서 위로를 많이 받았고, 나를 객관화하는 데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바보 같은 대학생이었던 내게도 큰 영향을 줬던 것이 책이어서, 사람들과도 이걸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오디오북을 떠올렸다. 책을 쉽게, 자주,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다.
첫 창업에서 어떻게 방향을 틀게 됐나?
출판사들을 만나다 보면 ‘단군 이래 불황이 아닌 적이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오디오북을 만든다거나 혁신적인 일을 하기보다, 지금 당장 책을 팔 수 있게 해주는 게 출판사를 도와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첫 창업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 시장의 문제를 정의하는 게 중요하고, 정확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오디오북을 하다 보니 출판 시장의 문제가 마케팅임을 발견했고, 명확한 걸 해보자는 생각에 피버팅(pivoting)했던 게 유의미했던 것 같다.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해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콘텐츠 파이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짜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팀원들이 아무리 매달려도 일주일에 하나 만들기도 힘들었다. 이렇게는 비즈니스를 할 수 없겠다 싶어서 시도한 것이 있다. 초시계로 제작 프로세스에 걸리는 시간을 초 단위로 기록했다. 책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 기획 회의에서 줄거리 소개에 걸리는 시간,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설명하는 시간, 디자인 콘셉트를 잡는 시간, 슬라이드를 그리는 시간, 심지어는 레이어 파일명을 입력하는 시간, 한 개씩 저장하는 시간, 드라이브에 업로드하는 시간까지 다 적었다. 그리고 줄일 수 있는 시간을 계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간을 줄였나?
시간을 기록해 보니 에디터와 디자이너가 소통하는 시간이 중첩됐다. 에디터가 기획서를 워드에 적어서 디자이너에게 주면 줄 바꿈이나 글자 크기 때문에 다시 디자이너와 에디터가 의논하게 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디자인할 때 쓰는 레이어를 기획서에 입혀 뒀다. 볼드 처리 같은 것도 미리 기록해서 한 번에 전달하기로 했다. 돈을 써서 줄이는 시간도 있다. 콘셉트 이미지, 편집 소스, 폰트 등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 이미지와 폰트를 구매한다거나, 저장 시간을 줄이기 위해 포토샵을 업그레이드하는 식이다. 이만큼의 돈을 쓰면 그 시간에 콘텐츠를 더 만들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효율적인 회의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스토리텔링을 먼저 이야기한 후 피드백을 하고, 기획서를 미리 읽어 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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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서는 여기까지만 공개합니다.
박종일
2014년 콘텐츠 스타트업 디노먼트를 창업, 도서 큐레이션 채널 '책 끝을 접다'를 만들었다. 2018년 6월 리디북스에 인수되어 현재는 리디북스 콘텐츠 마케팅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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