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저널리즘 May 09. 2018

평범한 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게 진짜 아이디어

#44. <효리네 민박> 마건영 PD 

<효리네 민박>은 빠른 호흡과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무장한 최신 영상 트렌드의 문법에서 벗어나 있다. 잔잔한 노래에 눈물을 흘리는 직원 임윤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고, 풍경을 감상하는 이들의 모습을 멀리서 조망하듯 비춘다. <효리네 민박>의 스토리는 잘 짜인 각본이 아니라 민박집 사람들이 식사하고 청소하며 나누는 자연스럽고 사소한 대화에서 나온다.

 
<효리네 민박>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일만이 진정한 창작이라 생각했던 이들에게 ‘발견’의 가치를 보여 준다. 이 프로그램을 공동 연출한 마건영 PD는 “참신하지 않은 것을 참신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 진짜 아이디어”라고 말한다.

<효리네 민박>을 연출한 마건영 PD

- 모든 프로그램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야심 차게 기획했지만 실패하거나, 가볍게 시작했는데 대박이 나는 경우도 있다. <효리네 민박>의 성공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타이밍이 아닐까. 예능 프로그램은 시의성이 중요하다. 어떤 코드의 재미를, 어떤 시기에 방송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다. <효리네 민박>의 인기에는 ‘모두가 지쳐 있는 시대’라는 사회적 배경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일상을 탈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이효리의 집에 초대받는 판타지를 간접 경험하는 만족감을 준 것이 호응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 요즘 영상 트렌드는 빠른 호흡과 속도감이다. 그런데 <효리네 민박>은 조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는 고민은 없나.
 
“전혀 없다. 웹 콘텐츠가 많아져도 영화는 계속 나오지 않나. 다양한 매체가 생겨나면서 그에 맞는 호흡의 영상이 나오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호흡이나 속도감을 가지고 트렌드를 논하기는 어렵다. <효리네 민박>은 느리지만 세련된 영상을 만들고 있다고 자부한다. 기존 예능 문법에서 보면 느린 호흡이 촌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그런 부분을 편집과 자막, 음악으로 걷어내려는 노력에 집중한다.”
 
- 새로운 콘텐츠를 위한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는가.
 
“늘 사람들과 같이 있다 보니 아무도 없는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에는 누워서 유튜브 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 영상을 엄청 많이 본다. 사실 아이디어가 거창한 무언가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패착인 것 같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찾는 게 아니라, 평범하고 일상적인 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게 진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려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효리네 민박>을 연출한 마건영 PD(좌)와 민박집 '사장님' 이상순(마건영 PD 제공)


- TV 예능의 호흡과 틀 안에서도 충분히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예능의 기본 문법이 있다. 대화가 없는 상황에는 음악을 넣고 효과를 넣는 식이다. 그런 문법에 어긋나는 시도를 하면 PD들은 힘들어하고 불편해한다. 하지만 <효리네 민박>을 제작하면서 의도적으로 기존 문법을 무시했다. 예를 들어 시즌1에서 아이유가 마당에 가만히 앉아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가편집본을 담당한 PD는 잔잔한 음악을 넣어서 영상을 예쁘게 만들어 왔다. 최종 편집을 하면서 음악을 빼고, 현장에서 들렸던 바람 소리와 풀 소리를 채운 다음 영상의 길이를 늘였다. 기본 문법과는 좀 다르지만 현장감을 살리는 접근 방식을 시청자분들도 좋아해 주셨던 것 같다.”
 
-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주변에 카메라가 있으면 자연스러운 느낌을 만들어 내기 어려울 것 같다. 현장에서 PD는 어떤 역할을 하나.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제작진이 민박집에서 느낀 편안함을 손님들도 똑같이 느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했다. 현장에는 제작진이 들어가지 않고 모든 카메라는 무선으로 설치했다. 손님들은 물론 이효리, 이상순, 윤아 등 직원들도 현장에선 제작진의 모습을 볼 수 없도록 했다. 대신 제작진은 민박집 뒤편에 마련한 집에서 따로 모니터링을 한다. 이런 방식으로 하려면 촬영 때마다 봐야 하는 화면이 100개 정도 된다. 영화 <트루먼 쇼>를 상상하면 된다.”

.

.

.

브런치에서는 여기까지만 공개합니다.




인터뷰 전문이 궁금하시다면?

 

북저널리즘 새터데이 에디션은 가벼운 문답 수준을 넘어 깊이와 통찰을 담은 6000자 이상의 심층 인터뷰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직 이메일로만 보실 수 있습니다.


구독 신청 - bookjournalism.com/user/signup

북저널리즘 사이트에서 뉴스레터를 구독해 보세요. 사이트 하단의 'Weekly Newsletter +'를 클릭하신 뒤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시면 새터데이 에디션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행복하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