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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laire 북클레어 Oct 26. 2024

[소설] 숲이 원하는 것

이제 준호와 상우 그리고 눈사람 모두 각자 흩어져 숲의 깊은 곳에 와있었다.


도대체 숲이 아이들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멀리서 본 환상의 숲의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실상은 좀 더 복잡하지만 일정한 패턴의 규칙이 얽히고설킨 거미줄과 같았다. 숲을 빠져나온 자들에게 환상의 숲은 진실의 숲이 되지만,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에게는 유혹의 숲이 된다. 유혹의 숲이 된다는 것은 영원히 숲이 보여주는 환상 속 시간에 영원히 갇혀있게 되는 것이다. 


숲은 이제 준호와 상우 그리고 눈사람 모두 숲이 원하는 장소로 불러들였다. 이제 아이들이 보게 될 숲은 진실의 숲이 될 것인가 아니면 유혹의 숲이 될 것인가.


눈사람은 계속 힘들게 통통 뛰어 드디어 이상한 사람들이 쫓아오지 않는 곳에 도착했다. 눈사람은 안심하며 바닥에 팔을 쭉 뻗고 드러누웠다. 숨을 돌리고 쉬느라 눈사람이 몸통이 커졌다 작아졌다 움직였다. 겨우 숨을 돌리고 쉬고 있는데 어디에선가 사람들의 말소리처럼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대화의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말의 형태를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또렷이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말해준 숲으로 찾아오고 있을까?”


“잘 찾아와야 할 텐데…”


“그러게. 걱정이네. 녹지 않아야 할 텐데…”


두 명의 사람들이 어떠한 눈사람을 걱정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눈사람은 말소리를 들으며 몸을 일으키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누군가가 녹지 않았으면 하는 걸까? 눈사람은 그 누군가가 자신이었으면 했다. 좀 더 귀 기울여 말소리를 들어보았다.


“하얀 숲 속 깊은 곳으로 찾아와야 한다고 말해줬지?”


“그럼. 도대체 언제쯤 찾아오려나.”


기대에 부풀었다. 정말 눈사람이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눈사람을 만들어준 사람들일까? 나를 보고 싶어 했을까? 드디어 만날 수 있을까? 눈사람은 사람들의 말소리를 따라갔다. 따라갈수록, 말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그들은 눈사람의 상상대로 눈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날 기다렸어요?”


“젤리야! 드디어 우릴 찾아왔구나! 당연히 널 기다리고 있었지. 너무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어요! 매일매일 기다렸어요!”


“이제 항상 네 옆에 있을 거야. 우리와 함께 한다면 영원히 녹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어.”


눈사람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다친 곳은 없어?”


“괜찮아요!”


모든 것이 눈사람이 상상한 대로였다. 이제 녹지 않고 가족의 따뜻한 품 안에서 가장 행복한 눈사람이 될 것이다. 눈사람은 드디어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놀이터에서 수없이 보았었던 표정이었다. 준호의 엄마가 준호에게 보여주었던 표정, 준호가 눈사람을 볼 때의 표정과도 비슷했다. 


“우린 널 사랑한단다.”


눈사람이 엄마, 아빠를 바라보는 동안 하얀 숲은 순식간에 눈사람의 주변을 준호네 집과 비슷한 곳으로 바꿔놓았다. 행복한 환상에 취해있는 눈사람은 그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눈사람은 놀이터에서 봤던 것처럼 엄마, 아빠가 눈사람에게 춥지 않도록 목도리나 장갑을 해줄지 궁금했다.


“우리랑 똑같은 목도리를 가져왔어.”


엄마는 엄마와 아빠가 두르고 있는 목도리와 똑같은 목도리를 가져와 눈사람의 얼굴에 둘러주었다. 목도리는 아무것도 두르지 않은 것처럼 깃털처럼 가벼웠다. 눈사람은 엄마, 아빠와 함께 똑같은 목도리를 두른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았다. 눈사람이 꿈꾸던 사랑의 따뜻함은 눈사람의 마음을 녹이기 충분했다. 드디어 눈사람에게도 정말 가족이 생겼다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눈사람은 거울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자, 이리 와보렴. 여기에 우리가 좋아하는 장난감들이 있어. 이건 우리의 추억이 담겨있는 장난감이야.”


이번에는 아빠가 눈사람을 데려가 장난감이 있는 방을 보여주었다. 준호의 방처럼 알록달록한 것들이 많은 방이었다. 아빠는 무언가를 가져왔다.


“이게 뭔데요?”


“이건 엄마랑 함께 탔던 배를 따라서 만든 거야.”


장난감은 준호가 좋아하던 레고 장난감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여기에 우리 추억이 가득하단다.”


방에는 준호가 열어주지 않으려 했던 방에서 보았던 것처럼 여기저기에 사진과 책들이 잔뜩 있었다. 사진에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눈사람이 함께 웃으며 찍은 사진들이 보였다. 


“우와! 여기에 나도 있어요!”


눈사람이 신나 소리쳤다. 하지만 여전히 무언가 석연치 않았다. 눈사람이 생각한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졌지만, 분명 눈사람이 원하던 말, 행동 등 모든 것을 해주었지만, 눈사람의 공허한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다. 운동장에 있을 때처럼 여전히 마음에 구멍이 있었다. 마음의 구멍이 눈사람에게 질문을 하도록 만들었다.


“엄마, 아빠 날 사랑해요?”


“그럼. 우리가 널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데.”


젤리 눈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 마음이 계속해서 젤리 눈사람을 괴롭혔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찾아올 때면, 가슴팍의 눈들이 뭉쳐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여전히 그 이상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고 어느 한 곳이 텅 비어져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엄마, 아빠는 눈사람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미니 냉장고를 꺼내왔다. 


“여기에 들어가 있으면 절대 녹지 않아.” 


눈사람은 이상하게도 엄마, 아빠가 준호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눈사람은 집을 둘러보았다. 집의 구조와 생김새가 모두 준호네 집과 닮아있었다. 나뭇가지 손가락에 걸쳐있는 장난감을 살펴보았다. 이 역시 준호가 좋아하던 장난감과 비슷했다. 사진들은 준호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준호가 보고 싶었다.


상상한 대로 이루어졌다. 눈사람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익숙했다. 눈사람은 상상 속의 부모님과 함께 준호와 함께하던 것들을 똑같이 재현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모든 것은 환상일 수밖에 없었다. 눈사람은 준호가 그리웠다. 하지만 이곳에는 준호가 없다.


찾아오는 친구가 없었던 눈사람. 자존심에 어린아이가 아니라 엄마, 아빠가 찾으러 올 것이라고 말하고 다니며, 스스로 그 사실을 믿어버렸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눈사람이 스스로에게 만들어낸 거짓말이었을 뿐이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눈사람의 상상이 불러온 것일 뿐이다. 눈사람의 바람을 하얀 숲이 보여준 것뿐이다. 


하지만 눈사람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하얀 숲이 가지고 있지 않았다. 눈사람은 준호를 찾아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진실을 발견한 눈사람은 하얀 숲의 환상에서 스스로 깨어나기로 했다.


상우는 계속 뒤를 확인하며 달리고 있었다. 숨이 턱 끝까지 타오르면서 이제 더 이상 뛸 수 없을 것 같았다. 상우는 달리는 것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숨을 고르고 있는데, 눈앞에는 갑자기 익숙한 현관문이 나타났다. 눈으로 뒤덮인 숲 속에 아파트 현관문이라니. 안 어울리는 조합이라는 생각과 함께 신비롭다고도 느껴졌다. 환상 속 세상 같았다. 


저 문은 도대체 뭐지? 왜 갑자기 나타난 거지? 상우는 숨을 고르며 계속해서 이상한 문을 쳐다보다가 저 문 뒤로는 무엇이 있을지 호기심에 이끌려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그리고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어보았다.


문을 열자, 상우는 어느새 아빠가 떠났던 그날 밤으로 돌아와 있었다. 마치 꿈속을 돌아다니듯 시간과 공간을 넘어 상우의 몸은 그날 밤으로 도착해 있었다. 상우는 하얀 숲의 환상에 속아 방금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잊어버렸다. 숲의 환상은 꿈에서나 일어날 법한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상우가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돌려보던 그때의 장면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날 밤이 다시 한번 눈앞에서 생생히 재현되고 있었다. 하지만 상우는 무언가가 다른 것 같다며 고개를 갸우뚱 저으며 간질간질한 다리 쪽을 보았다. 상우의 다리에는 큰 흉터가 있었다. 상처는 준호에게서 보았던 상처와 비슷해 보였다. 상우는 이상한 느낌에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을 확인해 보았다.


상우는 더 이상 상우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다. 

상우는 준호가 되어있었다. 

상우는 안도했다. 

자신이 상우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이번엔 아빠가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가 났다. 


철컥-


이번에 상우는 아빠가 있는 곳으로 재빨리 달려갔다. 아빠는 상우가 기억하던 그때와 같은 옷차림과 가방을 가지고 있었다. 상우는 이번엔 그때와 같은 멍청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짐을 한 후, 나가려는 아빠의 앞을 막아섰다. 이번에는 겁쟁이가 되어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아빠, 어디가?”


“가야 될 곳이 있어서 그래. 어서 가서 자.”


“어디 가는 건데.”


“상우는 아직 어려서 몰라도 돼.”


“다 알아. 아빠 지금 나가면 안 돌아오려고 하는 거잖아.”


아빠는 상우의 말에 조금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그리고는 잠시동안 생각을 하는 듯 조용히 있다가 다시 얘기를 꺼냈다.


“상우는 엄마랑 지내는 게 더 좋아.”


“아니야. 난 아빠가 있어야 돼. 가지 마.”


상우는 여태까지 하지 못했던 말을 꺼냈다. 말을 꺼내고 난 뒤,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아빠가 뭐라고 할지 알 수 없어 긴장하고 있었다. 떨렸지만 아빠의 어떤 대답이든 받아들일 용기를 냈다. 상우는 아빠에게 단호한 눈빛을 보냈고, 아빠는 왠지 그런 상우의 모습에 수긍했다. 아빠는 좀 더 고민을 하더니 대답해 주었다.


“하아- 그래, 알았어. 대신 아빠 말 잘 들어야 해. ” 


가능하지 않을 것만 같던 대답이 이루어졌다. 상우는 혹시나 아빠가 자신이 잠든 후에 나가기라도 할까 봐 덧붙여 말했다. 


“난 아빠가 필요해. 이제 아빠 속 안 섞일 거야.” 


“그래- 알았어. 알았어. 아빠 어디 안 가.” 


아빠는 신기하게도 정말 상우의 부탁대로 떠나지 않았다. 가지고 나가려던 가방도 다시 원래의 자리로 갖다 놓았다. 가방이 다시 창고 안으로 돌아가고 아빠가 침대에 누운 모습을 본 후에야 상우는 안심이 됐다. 


상우는 매일매일 이전과는 다르게 아빠가 하라는 대로 말 잘 듣는 성숙한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아빠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함께 게임을 하기도 하고, 함께 가고 싶었던 놀이동산도 다녀왔다. 


어느 날, 아빠는 밥을 먹다가 문뜩 상우에게 물었다. “상우야, 네 눈에는 엄마가 예뻐 보이니?”


상우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아빠를 쳐다보았다. 


“아니야. 밥 먹어.”


요리를 하고 있는 엄마를 쳐다보는 아빠의 눈빛이 무언가 못마땅한 눈빛이었다. 상우는 그런 아빠의 표정을 보고 대답했다.


“음… 나는… 나는 잘 모르겠어.”


왠지 아빠는 상우에게서 엄마가 못생겼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함께 엄마에 대한 험담을 해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상우의 눈에 엄마는 항상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학교에서 엄마들이 모였을 때도 상우네 엄마보다 예쁜 사람은 보지 못했다. 선생님들은 항상 상우가 엄마를 닮아 잘생긴 것이라며 자주 얘기해 주었었다. 상우는 아빠가 원하는 대로 차마 엄마가 못생겼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모르겠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그래~ 그 엄마에 그 아들이지~ 요리도 이게 뭐야. 반찬 아깝게.”


상우는 아빠에게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익숙했다. 익숙한 이상함이었다. 아빠가 엄마에 대한 이상한 말을 한 이후부터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다. 상우는 아빠가 떠나지 않도록 원하는 대로 행동했지만, 아빠는 언제나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상우가 보기에 아빠는 어떻게든 엄마와 상우의 단점을 찾아내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찾아낸 그 단점을 절대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빠는 아빠가 말하는 상우의 단점들을 모두 고치기를 원했다. 상우는 아빠가 만든 작은 네모 안에 꾹꾹 눌러 네모를 만들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상우는 동그라미인데, 자꾸 네모가 되라고 하는 것 같았다.


아빠는 행복하지 않았다. 상우가 보기에 아빠는 행복을 느낄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아빠는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항상 무언가 모자라다고 생각했다. 아빠는 다정한 사람이었지만, 행복한 사람은 아니었다. 집안일도, 상우를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은 모두 열심히 해주었지만, 정작 진정으로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아빠의 다정함의 배터리는 그리 오래가지 않아서 무언가 못마땅한 일이 생기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얘기도 해주지 않은 채로 곧바로 집을 나가버렸다. 엄마가 조용히 아빠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물어봐도 쳐다보지도 대답하지도 않았다. 화를 내지도 않았다. 화를 내는 것조차 그저 쓸모없고 귀찮다고 생각했다. 쓸모없는 대화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차피 되지도 않은 대화, 꺼내지도 마.” 아빠가 자주 하던 말이었다.


상우는 항상 아빠가 무엇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빠의 미세한 표정의 변화로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우는 아빠가 떠나가지 않기를 바랐다. 상우는 아빠가 행복해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빠의 표정을 살피며 더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빠가 원하면 세모인 상우가 네모가 되는 노력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상우의 노력에도 아빠는 더 열심히 노력하는 상우와 엄마의 행동을 교정하려 했다. 상우는 아빠의 모든 말을 수첩에 적고 그대로 실천했다. 하지만 아빠의 요구는 날로 늘어났고, 일관성도 없었다. 상우가 보기에 아빠는 동화에서 읽었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사람 같았다. 행복할 수 있는 일들을 독에 가득 부어도 독은 깨져있기 때문에 아빠는 행복해질 수 없었다. 


상우는 아빠가 다시 떠나갈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상우는 아빠가 떠나지 않기를 바랐다. 아빠가 미우면서도 떠나지 않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아빠가 되어줬으면 했다. 


아빠는 어두운 밤에 또 짐을 싸서 나가려 했다. 

상우는 떠나려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며 결심했다.

상우는 아빠의 뒤를 쫓아갔다.

이번에 상우는 아빠를 붙잡지 않았다. 

대신 아빠에게 문을 스스로 열어주며 말했다.


“여기서 그렇게 안 찾아지던 행복, 찾으러 가. 안 붙잡아. 가도 돼.”


아빠는 이번에도 상우를 쳐다보지도 않고 상우가 열어주는 문을 통해 나가 버렸다. 아빠가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서 상우도 숲의 환상 속에서 빠져나왔다. 아빠가 나가고 다시 현관문이 닫혔다. 환상 속에서 빠져나온 상우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문이 닫히자, 집은 사라지고 하얀 숲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상우는 까맣게 잊고 있던 외면하고 있던 기억들을 되찾았다. 숲은 상우가 외면하고 있던 기억들을 깨워주었다.


상우는 아빠 없이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우는 아빠처럼 깨져있는 독이 아니다. 상우는 아빠와 달랐다. 상우에게는 아직 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상우는 잊고 있던 아빠의 모습들의 기억들이 다시 돌아왔다. 여태까지 상우는 아빠가 없어 불행한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아빠 없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상우는 이제야 아빠를 떠나게 만든 것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었다. 그저 아빠가 떠나는 것이 슬퍼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는 마음이 오히려 상우를 괴롭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우는 엄마가 보고 싶어 졌다. 엄마에게 달려가 안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상우의 모험은 끝나지 않았다. 하얀 숲은 이제 상우에게 세 번째 환상을 보여줄 것이었다. 상우에게 새로운 진실을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교묘하게도 하얀 숲은 모험이 모두 끝나고 집에 도착한 듯한 새로운 환상을 만들어냈다.


문은 닫히고 상우는 다시 혼자가 된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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