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를 교육과 지식의 결과로 생각한다. 그러나 ‘돈의 심리학’의 저자인 모건 하우젤은 다른 가설을 제시한다. 재정적인 성공을 하려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이다. 하우젤은 감성과 믿음과 신념이 어떻게 사람들의 재정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게 되면 모두 다 좀 더 ‘좋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왜 사람들이 돈과 관련된 결정을 잘못 내리는지, 왜 우리는 돈이 필요한지를 가르쳐준다. 또 재정적 Strategy 에는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앞으로 몇십 년간 두고두고 철칙으로 삼고 따를 재정적 모토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이를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도 상세히 알려준다.
이 책은 다소 황당한 전제로 시작한다.
돈은 도처에 있다.
진짜? 근데 왜 나는 돈이 없을까? 모건 하우젤은 돈은 사방에 깔려 있다고 한다. 다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돈을 갖지 못하는 이유를 1) 돈을 버는 데에 얼마나 많은 우연이 작용하는지를 무시하며 2) 부유함과 부자임을 혼돈하는 데에 있다고 한다.
1. 우연과 기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돈을 버는 데에 중요하다.
모건 하우젤은 우연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한다. 빌 게이츠를 예를 들어보자. 그의 성공이 단지 그가 머리가 좋아서 인가? (하버드를 입학했으니 말이다). 우리는 그가 얼마나 부유한 집의 자제였는지를 까먹는다. 1986 년에 컴퓨터가 있는 학교를 다닌 고등학생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빌 게이츠의 성공은 컴퓨터의 일반화 직전에 운 좋게 컴퓨터에 남보다 더 일찍 접근이 가능했던 것에 상당히 기인한다는 말이다.
모건 하우젤은 우리가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다 어마어마한 재능과 지능의 소유자라고 생각해버리는 오류를 지적한다. 따라서 매우 경의로울 정도의 성공 신화는 그만큼의 운이 작용한 케이스기 때문에 우리가 뭘 보고 따라 할 그런 레슨 포인트는 없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대신에 모건 하우젤은 사람을 보지 말고 패턴, 유형을 보라고 한다. 만약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A라는 일을 했고 B라는 일을 해서 성공한 사람은 적다면, 우리는 A를 해야 성공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일을 하고 거기에 행운이 따라야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이라는 것이 이 책의 첫 번째 레슨이다.
2. 부유 (Wealthy) 한 것과 돈이 많은 (rich) 한 것을 구별하자.
모건 하우젤에 따르면 우리가 재정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부유한 것과 부자인 것을 구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유하면 은행 잔고가 두둑하다. 부유하다는 것은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돈이 많은 것이다. 부자(being rich)인 것은 지금 수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구별이 잘 되는데 한국어로 번역하니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Wealthy한 사람을 모방하는 것은 어렵다. 그들은 은행에 돈을 쌓아 두기 때문이다. 어떻게 돈을 버는지 보이지가 않다. 반대로 돈이 많은 사람을 모방하는 것은 쉽다. 그들의 경제활동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은행에 돈을 쌓아 두고 사는 사람들이 아니므로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투자 방식 등을 따라 했다간 빈털터리가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책은 다소 철학적인 물음도 던지는데 돈이 왜 필요한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돈은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준다. 이것이야 말로 행복의 필수 요소로 손꼽히는데 시간을 통제하면 언제 어떤 일을 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개그맨 박명수 말대로 공부를 안 하면 나중에 추울 때 추운 데서, 더울 때 더운 데서 일하게 된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모건 하우젤에 따르면 현대의 직업은 퇴근 후까지도 일을 생각하거나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진정한 휴식이 없다고 한다. 이는 시간의 통제를 상실한 것이다. 돈이 많으면 시간을 마음대로 쓰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해질 수 있다 하겠다.
집에 돌아와서도 직장으로부터의 전화나 내일까지 해야 하는 업무 등으로 고달픈 우리의 일상을 꿰뚫는 말이다 -돈을 벌면 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철학적 질문은 ‘언제 만족할 것인가’이다. 모건 하우젤은 사람들이 돈을 벌고 나서도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한 투자와 결정을 하게 되고 결국은 몰락을 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만족한 사람은 더 이상의 부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보다는 저축 등의 안정한 재테크를 선호하고 결국 가지고 있는 부를 유지한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이제 그만’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모건 하우젤이 제시하는 방법은 라이프스타일의 수준을 계속해서 높여 가지 말라는 것이다. 최신 유행, 최고의 와인, 제일 좋은 자동차, 더 넓은 집으로 계속 수준을 높이면 결국은 나쁘고 위험한 투자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오래된 명언을 다시 되새기게 한다.
이제껏 철학적인 내용이라면 다음 장부터는 실질적인 조언이 등장한다.
1. 복리를 이용하라: 모두 다 아는 내용이다.
2. 저축을 하라: 요즘같이 저금리 시대에 와닿지 않는 말이지만 저축은 내 통제 하에 있다는 말은 와닿는다. 더 벌려고 이것저것 손대면서 투자비용이나 기회비용을 날리는 것보다는 내 수중에 있는 돈을 알뜰하게 금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3. 다른 이의 말을 듣지 말아라: 일단 자신이 세운 계획과 투자 전략이 있다면 다른 이의 의견이나 경험에 쉽게 마음이 바뀌지 말 것을 당부한다.
4. 투자는 항상 잘못될 수 있음을 명시하라.
5. 전재산을 투자하지 말아라 (4번 때문에 그렇다)
6. 투자 목적은 바뀔 수 있음을 상기하라: 여러 가지 개인적 상황적 변수로 인해 목적은 언제고 바뀔 수 있고 바뀌어 야한다.
7. 이성적인 투자보다는 분별력 있는 현명한 투자를 해라: 이 부분이 와닿는데 모건 하우젤은 이성적인 투자는 모든 것이 경제학적 원리에 맞는 투자이고 분별력 있는 투자는 투자자의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는 그런 투자라고 정의한다. 이성적인 투자는 감정이나 책임감, 인간관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원금 대비 최고의 수익만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사람이 투자를 할 때 과연 이런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신의 상황에 맞는 투자 결정을 해야 오래도록 좋은 투자를 할 수 있다고 한다.
8. 변수가 생겨도 기죽지 말아라: 투자 및 경제 활동 중에 생길 수 있는 수많은 변수와 불확실성에 기죽지 말고 자신의 계획과 전략대로 오래도록 밀고 가는 것이 좋은 투자 방법이라고 한다.
9. 실패했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실패 자체에 집중하지 말고 자신의 전반적 재무상태를 분석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한다.
10. 자신만의 투자 목표를 세우라: 다른 이들의 목표와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투자 목표를 세우고 이리저리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이상이 모건 하우젤의 돈의 심리학의 전반적인 내용이다. 제목을 봤을 땐 돈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대중의 특이한 심리를 분석한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막상 내용은 기존의 투자서, 투자 지침서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을 반복적으로 늘어놓는 느낌이었다.
또한 투자에 대한 조언이라면 좀 더 실제적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주식, 주택, 다른 금융상품 등의 특성에 따른 투자 방식이나 접근을 다뤘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현명한 재테크의 불문율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쓴 점과 불확실한 경제상황에서 견디고 살아남는 마음가짐을 강조해서가 아닐까 싶다.
나에게 특히 와닿는 점은 분별력 있는 투자를 하라는 조언이었다. 사람마다 처한 형편과 미래의 목표가 다르다. 원금을 극대화하는 투자를 하려면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 알프스 여행을 위해 들고 있는 적금 등은 모두 없애야 한다.
그러나 그것들을 없애면 나는 행복해지는가? 아닐 것이다. 부모님께 효도해야 하는 의무, 또는 하고 싶은 마음, 알프스를 배낭 메고 여행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하루를 견디는 마음. 이 모든 것들이 우리에겐 필요하고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모건 하우젤의 분별력 있는 현명한 투자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개인에게 행복을 주는 투자 방법. 그것을 흔들리지 않고 오래 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좋은 재테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