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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 diary jenny Nov 15. 2021

생각 양식 61 - 다가오는 수능시험일

누군가의 결핍을 생각해보는 시간



어릴 적 내 인생에 힘든 때가 몇 번 있었는데, 그 큰 부분이 돈과 관련된 것이었다. 부모님의 고생을 봐야 했고, 왜 힘들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며 머리를 쥐어짜기도 했다.


진지한 고민보다는 불평불만이 맞겠다. 돈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부모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싫었다. 돌아서 봤자 조그만 단칸방 집의 귀퉁이가 전부, 등을 돌려도 한숨이 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수능을 마친 후 아르바이트를 바로 시작했다. 아르바이트에 대한 낭만적 기대도 있었다. 돈 모아 여행도 가고 책도 사보고 연애도 하고. 그 모든 게 돈이 있어야 가능하기에 고생을 낭만으로 퉁치며 억지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학습지 짜깁기 업무와 레코드점 점원 일이 시작이었다. 친구들은 화장품을 사고 패션 감각도 익히고 연애도 다양하게 할 때, 나는 부지런히 푼돈을 차곡차곡 모았다.


과외 수업을 토대로 레스토랑 서빙, 대형서점 사서, 베이커리 보조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외국에서 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거창한 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피곤에 잠들어 버스 종점까지 간 적도 여러 번. 9900원에 100원을 넣어 1만 원을 맞추기 위해 아끼던 때였다.


이젠 추억이지만 당시엔 힘들었다. 왜 나는 이렇게 피곤한가, 왜 나는 가격 비교 없이 먹고 싶은 걸 사 먹을 수 없는가, 왜 나는 뭔가를 살 때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가 같은 기분 나쁜 고민들.


다가오는 18일은 고3 친구들이 수고할 수능일이다. 그동안 쌓은 것을 맘껏 풀어내면 좋겠다. 결과가 어떻든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 말 자체가 모순덩어리라며 그들은 코웃음 짓겠지만.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런 친구들도 있다는 사실, 학교 자체를 다니지 못하고 수능이라는 것을 경험해보지도 못하는 이들도 존재한다는 것 말이다.


수능점수보다 더 절박한 생계를 고민해야 하는 친구들도 있다는 것. 그리고 등록금을 위해 바로 아르바이트 세상으로 입장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의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


홈스쿨러 보호자가 되어보니 이런 친구들이 비로소 자세히 보였다. 어딘가가 아파서, 무언가가 부족해서, 특히 경제력이 없어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학업을 이어가기도 힘들고 수능마저도 칠 수 없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다.


가난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건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아쉽게도 나는 해결방법을 모를 뿐만 아니라 여유 자체가 부족한 사람이다. 그냥, 그런 친구들도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적어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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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어디 못. 일몰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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