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사즐(査櫛)기. 4

육질은 부드러워

by 북끄럽냥


걷기만 해도 땀이 차오르던 날씨도 제법 산책하기 좋은 날씨로 변하는 것을 느끼며 어느새 서울살이가 한 달이 지났음을 실감한다. 9월 치고는 너무 덥지만 그래도 독서의 계절이라는 것은 변함 없기에 오늘도 마음의 양식을 추수하러 교보문고에 들렀다.


이제껏 읽어왔던 책들은 고민하고 생각하며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었는데, 이번에는 편하게 상상하며 즐길 수 있는 책을 선택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곳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소설 섹션으로 직행했다.


어렸을 때 '책'을 읽는다 하면 개 중 80%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해리포터, 헝거게임 등 당시 말랑말랑한 두뇌가 상상하는 것을 쉴 수 없게 만드는 영양가 높은 불량식품 같은 책들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세월을 소화하며 막 어른이 된 것 같은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그 시절 감성을 꺼내보려고 한다.


인생은 선택의 연장선이다. 어떤 메뉴를 먹을지, 어떤 옷을 입을지, 하루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매번 선택하는 입장에서 '어떤 소설을 읽을지 고르는 것'은 난이도 최상의 보스를 마주한 기분이다. 서가대 앞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예쁜 표지의 책을 들어 훑어보다 내려놓고, 또 다른 책을 들어 그 짓을 반복하다 보면 이 모든 게 보물 같아서 차라리 눈 딱 감고 하나를 고르는 게 나아 보인다. 책을 고르는데 20분 이상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지켜지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던 중 최근 친구들의 술자리에서 나온 이야기가 있었다.


사실 인육은 생각보다 맹수들이 좋아하는 재질이 아니라는 것.


사자의 경우 인간을 잡아먹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그 이유는 인육이 다른 고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드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식인 사자들을 보면 충치나 턱 관절의 부상으로 인간으로 따지면 '죽'같은 인육을 먹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언가 이런 이야기와 결이 비슷한 제목이 눈에 띄었다.


9791167140524.jpg "육질은 부드러워", Bazterrica




모든 동물이 사라졌다.


정확히는 동물에 접촉하면 죽는 바이러스가 창궐했다.


어떻게든 살아남은 사람들은 여전히 고기를 갈구했고


그래서 합법화된 것이 고기(이 세계에 남은 육류는 인육뿐이다..)공장이다.


고기에는 등급이 찍히며, 유전자적으로 축산하기 용이하도록 만들어진다.




소설에 대한 평가를 해보자면, 몰입도가 꽤 높은 축에 속한다. 보통 오래 읽다보면 피로하기 마련인데 생각보다 피로도보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더 빨랐던 것 같다. 특히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마무리가 되는 느낌이 아니라서 용두사미로 끝날까 굉장히 불안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마무리에 반전을 주면서 그 불안함을 한 순간에 해소하도록 소설을 작성했다. 특히 특정 순간 주인공에 대한 서술에 바뀌는 장면이 있는데, 그 시점이 가장 충격으로 다가온다.


더 이상의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내용을 작성하겠다.


이 글을 읽으면서 느낀 한 줄은, 외눈박이 마을에는 외눈박이만이 산다. 인 것 같다.


여러분도 이 즐거움을 느끼길 바라며, 여기서 글을 마치겠다.



총총 이만.

작가의 이전글교보문고 사즐(査櫛)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