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런치 #9]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기획서 쓰는 일을 하다 보니, 필력의 중요성을 절감할 때가 많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논리의 흐름을 만들고, 설득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면서 글쓰기 근육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필휘지로 마음에 드는 문장들이 술술 써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늘 마음 같지 않다. 고민해서 썼다 지웠다 하는 사이 시간은 훌쩍 지나가 있다. 똑딱똑딱 초침 소리처럼 깜빡거리는 커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타고난 재능'이 없음을 탓하고 싶은 강력한 유혹이 찾아온다.
유시민 작가는 나와 같이 '유전적 불운'을 한탄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격려의 말을 전한다.
누구든 노력하고 훈련하면 비슷한 수준으로 해낼 수 있다. 논리 글쓰기는 문학 글쓰기보다 재능의 영향을 훨씬 덜 받는다. 조금 과장하면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안도현처럼 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 노력하면 유시민만큼 에세이를 쓸 수는 있다. - P 48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노력해야 할까?
유작가만의 특별한 비법을 기대했다면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역시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잘 쓰고 싶다면 누구나, 해야 할 만큼의 수고를 해야 하고 써야 할 만큼의 시간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가 말하는 글쓰기 철칙은 매우 간단명료하다.
첫째, 많이 읽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읽을수록 더 잘 쓸 수 있다.
둘째,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이를 조금 더 과정적으로 접근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독서를 통해 독해력을 기른다. 단순히 많이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읽은 후에는 내용을 발췌하고 요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요약 능력과 문장 구사력을 기를 수 있다. (개인적으론 이 과정에서 책의 내용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작성한 글을 남에게 보여줘야 한다. 평가받는 것이 싫더라도 혼자만 간직하고 있으면 글이 늘지 않기 때문이다.
유작가는 어떤 분야, 어떤 주제로 글을 쓰든 논리 글쓰기는 이렇게 훈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결국, 많이 읽고 많이 써야 잘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 철칙을 소개한 후에는 훌륭한 글을 쓰기 위한 조금 더 실용적인 조언이 이어진다. 중국, 일본, 서양어 오남용을 피할 것. 되도록이면 단문으로 쓸 것. 그때그때 딱 맞는 우리말 어휘를 사용할 것. 각각을 다양한 예시글과 함께 살펴보고, 어떻게 수정하는 것이 좋을지 설명한다. 글을 쓸 때, 의식적으로 적용하려 노력하면 못난 글을 피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왜 글을 쓰는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굉장히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왜 글을 쓰는가? 잘 쓰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이 책과 잘 어울리지 않는 질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작가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왜' 쓰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유작가의 답과 이어지는 논리는 그가 글쓰기와 삶을 어떻게 연결 지어 생각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글을 잘 쓰려면 왜 쓰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 P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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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은 후,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글을 쓴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으면 글쓰기가 조금이라도 쉬워지면 좋겠지만, 여전히 하나도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바른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 그러니 때로 괴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계속해서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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