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체인지 라이터(change writer)입니다
나는 사람들의 집을 지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집은 물리적인 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나는 개인 저서 세 권, 공저 8권을 쓴 작가이다. 곧 네 번째 개인 저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첫 책을 쓰고 나서는 ‘작가’라는 말이 내 입에 잘 붙지 않았다. 책 한 권 쓰고 작가라고 말하기가 왠지 부끄러웠다. 지금은 조금씩 또 꾸준히 쓰다 보니 어느 정도 내 정체성이 된 거 같다.
작가라는 이름에는 지을 작(作), 집 가(家)로 즉, ‘집을 짓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책을 쓴 사람을 ‘저자’라고도 하고, ‘작가’라고 부른다. 저자와 작가의 차이점에 대해서 누군가 말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작가라고. 꼭 책을 출간하지 않더라도, SNS에서든 어떤 플랫폼에서든 무언가 창작하며 글을 쓰고 있다면 그 사람은 작가라는 것이다. 반면 저자는 출판된 책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나는 저자든 작가는 이들은 모두 열린 공간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혼자만의 공간에서만 글을 쓰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은 고립된 섬에서 집을 짓는 사람이다. 반면 많은 사람이 보는 공간에 글을 쓰는 사람인 저자나 작가는 세상 한가운데 집을 짓는 이들이다. 세상 한가운데 집을 짓는다는 것은 집을 짓고 문을 활짝 열어 사람들을 초대하는 행위이다.
‘작가’는 고립된 섬이 아니라 세상 한가운데 ‘이야기’라는 집을 지어 사람들을 초대하는 이들이다. 그 이야기가 꼭 성공 스토리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난관과 실패 이야기면 더 좋다. 많은 이들이 거기에 공감하며 이끌린다. 성공할 듯 말 듯, 실패 이야기에 더 이끌린다.
얼마 전 자청의 《역행자 확장판》이 나와서 다시 읽어보았다. 저자는 5%만이 역행자이며 95%는 순리자로 살아간다고 말한다. 많은 이들이 5%의 욕망을 향해 가고 있지만, 대부분은 95% 속해 살아간다. 이는 5%의 이야기가 도전되지만, 95%의 이야기에 더 많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요즘 빠져 있는 드라마 한 편이 있다. ‘연인’이라는 드라마다. 드라마 순위도 화제성도 최근 압도적이다. 사실 남녀 주인공이 내가 관심 있는 배우들이 전혀 아니라서 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병자호란이라는 조금은 거친 전쟁 소재들이 등장하는 3, 4회부터 보게 되었다. 어느 순간 그 스토리에 푹 빠져 있었다. 전쟁 같은 쉽지 않은 환경에서 주인공들이 무수한 어려움을 겪는다. 생존을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사랑이 이루어질 듯 말 듯하다. 전쟁 중 씻지 못한 꽤 제재한 얼굴들이었지만 빛이 났다. 전혀 관심 없던 두 배우가 어느 순간 내 눈에 가장 멋있는 존재로 보였다. 스토리의 힘은 이처럼 강하다.
나는 현재 독서와 글쓰기 커뮤니티 리더로 활동하며, 1인 출판사도 운영하고 있다. 나의 하루는 새벽 3시 반에 시작한다. 그리고 5시에 새벽 줌방을 열어드린다. 그 공간에서 함께 책을 읽는다.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글방도 열고 있다. 공저와 개인 책쓰기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자주 특강도 열어 무료 지식 나눔을 하며 사람들과 관계도 쌓고 있다. 이렇게 세상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 삶을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 한 권의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20대의 나는 극 내향형의 사람이었다. 자존감도 매우 낮았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을 알리려고 그렇게 노력하는데 나는 그저 보이지 않는 투명 인간으로 살고 싶었다.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도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은 있어서 마더 테레사처럼 세상 한구석에서 그저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나 진실은 숭고한 사명보다 두려움에서 세상으로부터 거리를 두고자 한 회피와 방어기제였다. 그 시절의 나는 나에 대한 믿음, 신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20대에 우연히 만난 한 권의 책은 나를 구원했다. 그 책은 또 다른 한 권의 책으로 안내해 주었고, 매일 새로운 책이 지금도 나를 구원하고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책을 쌓아가다 보니 무척이나 내가 단단해져 갔다. 지금은 읽고 쓰며 책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나도 처음에는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 나도 내 이야기 집을 지어 누군가를 초대하는 작가가 되었다. 아직은 이야기가 빈약해 사람들을 많이 초대하지 못한다. 그러나 계속 집을 리모델링하고 방도 늘리면서 확장해 가볼 생각이다. 인풋 없이 아웃풋이 없으며, 계속 아웃풋 하기 위해서는 인풋을 해야 하기에 읽고 쓰기를 계속 강조하며 사람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 한 권이 벽돌 한 장이라고 생각한다. 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내 집에 벽돌 한 장 얻는 것이다. 책 한 권 쓸 때마다 누군가의 집에 벽돌 한 장을 보태는 것이다. 벽돌 한 장을 따로 떼어 놓으면 가치가 안 보일 수 있지만, 쌓아가다 보면 세상에 보탤 집 하나가 만들어져 있지 않을까?
곧 출간될 책의 제목이 《나는 매년 책을 쓰기로 했다》(9월 초 예정)이다. 이 책은 챗GPT 관련 책을 빼고는 개인 저서로 세 번째 책이다. 한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스피치 일정으로 운전하며 가는 길에 이 책의 제목대로 ‘그래, 3년째 매년 한 권의 책을 쓰고 있어. 마음먹은 대로 잘하고 있어.’, ‘건강이 허락하는 한 70, 80대까지는 쓸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시간을 계산해 보니, 이 모든 책을 쓴 지가 3년이 아니라 2년이 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속도대로라면 매년 한 권이 아니라 두 권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매년 책을 내는 권수보다 최소 한 권의 책은 성실히 내기로 다짐하는 마음을 담아서 무모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곧 출간될 책 제목을 지어 보았다. 이렇게 꾸준히 책을 쓰며 더 많은 사람을 초대할 수 있는 내 집을 한 평씩 늘려가 보기로 했다.
체인지 라이터는 (chage writer)는 글쓰기 책쓰기 클래스를 운영하며 새로 지은 이름이다. 체인지 라이터는 나와 세상을 바꾸는 집을 지어가는 작가들을 말한다. 글쓰기를 가르치며 지향하는 나만의 비전을 담은 언어이다. 나와 함께 글을 짓는 사람들이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글을 쓰고 책을 썼으면 한다.
글쓰기는 우선 쓰는 과정에서 나를 바꾸어간다. 이는 글을 써 본 사람만 알 것이다. 완성된 글이 아니더라도 나를 들여다보며 내 안 깊숙이 들어앉아있는 이야기들을 하나둘 꺼내다 보면 고구마 줄기처럼 쏟아져 나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꼭꼭 감추어두었던 이야기, 미처 알아주지 못했던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어 펼쳐보고 안아주는 과정에서 치유와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글쓰기는 나만 바꾸지 않는다. 결국 내 작고 작은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가 닿고 그들을 변화시킨다. 큰 변화가 아니어도 좋다. 욕심은 화를 부른다. 한 사람에게라도 영향을 미친다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을 위한 글을 써 보자.
글을 쓰는 작가는 세상 한가운데 자신만의 조금만 집을 지어 이렇게 초청하는 자다. “내 집에 한번 놀러 오시지 않을래요?”, 그리고 “누군가를 초대할 수 있는 그리고 세상에 조금은 보탬이 될 집을 함께 만들어 가보지 않으실래요?”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