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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마음 Sep 19. 2023

지루한 여행을 특별함으로 바꾸어 줄 여행의 기술

진정한 여행이란



    



진정한 여행이란 무엇인가?  


#여행 #배움 #나찾기    

 

여행이 하나의 상품이 되어 일상이 되고 보편화되었다. 리모콘만 켜면 다양한 여행 상품을 만나볼 수 있는 세상이다. 상품 설명 듣기로 투어만 해도 이미 그 여행지에 다녀온 기분이다. 짧은 시간에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장소와 일일이 찾아보지 않아도 오디오북 듣듯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가이드의 동반, 모든 편의는 기본이며 누군가의 노동으로 꾸며진 새하얀 이불과 깔끔한 청소로 너저분한 내 집과는 완전히 급이 다른 고급스런 호텔 숙소, 풍미스런 음식의 향연이 화면에서 끊임없이 유혹한다. 지금 당장 구매하지 않으면 나만 손해 볼 것 같은 기분이다.      


나의 여행경험을 말하라고 하면 해외여행이 막 시작되었던 90년대 언제쯤 대학생일 때 봉사로 떠난 곳, 일과 회의로 둘러본 나라들이 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대학원 수업차 다녀온 이스라엘, 선배의 무한한 배려로 가게 된 호주, 친구와 후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떠나게 캐나다는 그나마 일이 아닌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여행다운 여행을 못해서일까? 내 눈을 사로잡을만한 아주 특별한 풍경이 아니면 거기나 여기나 똑같다는 생각을 자주했었다. 가는 곳마다 한국 마트는 기본이며 (없는 게 없다) 한국 사람도 많다. 그러나 내게 다른 풍경, 다른 언어가 쓰이는 곳의 방문은 약간의 힐링과 삶의 활력소가 되었지만 아주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되돌아보니 당시에는 마음의 여유도 없었거니와 현지 나라를 자세히 살펴보려는 호기심도 그때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함께 가야만 했던 여행이 아닌 주도적으로 내가 가고 싶은 여행은 많지 않았던 것이 이유면 이유겠다. 코로나가 터진 후 여행을 자주 갈 수 없게 된 환경이 오히려 나에게는 좋았다. 책을 핑계로 나는 책 속에서 시공간을 떠난 여행을 매일 하고 있다며 자족하고 있었다.      


알랭 드 보통이 기획한 《나를 채우는 여행의 기술》이란 책을 만났다. 단순히 여행가이드 책이 아니다. 판형도 작고 내용도 많지 않지만, 여행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시선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었다. 그는 서문에서 말한다. “여행은 육체적인 경험으로 시작할지 몰라도, 우리를 정신적으로 더 성숙하게 만드는 내면의 여행이 동반되어야만 비로소 여행이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저 모든 사람이 가는 여행지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람에게는 끌리는 여행지가 있다. 그 끌림에는 이유가 있다. 알랭 드 보통은 “단지 새로운 곳을 보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배움을 얻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저마다의 미세한 끌림이 있고 다른 여행지를 선택한다고 말한다. 즉 그 여행은 우리는 되고자 하는 삶이 되도록 자극을 주는 도구인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해 왔던 여행들을 복기해 본다. 나에게 그런 여행은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니 많지 않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지금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지루하고 평범하고 다녀온 후에 더 피곤한 여행이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서. 마음먹고 많은 돈과 시간, 에너지를 들여 다녀왔지만, 꽉 채워지기보다 더 허탈했던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지 않은가?      


여행이 여행다우려면 육체적인 경험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여행 전, 여행하는 과정, 그리고 여행 후의 나는 분명히 그 전과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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